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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미대 나온 남자예요~"
"명필름과 손을 잡은 건 기막힌 우연이자 운명입니다." 오돌또기와 명필름이 '마당을 나온 암탉'을 함께 만들게 된 뒷얘기는 신기할 정도다. 1963년생 동갑내기인 오 감독과 심재명 대표가 이 작품을 애니메이션화하려고 따로따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 "원래 저는 '마당을 나온 암탉'을 2000년에 책이 출판되기도 전에 접했습니다. 그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고 나서야 들여다보고 '이건 정말 잘 되겠다'고 생각했죠. 차차 진행해서 영화진흥위원회로부터 지원금까지 받고 준비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명필름은 그런 사정을 전혀 모르다가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고 저를 먼저 찾아온 겁니다. 우연의 일치치고는 놀랍죠." 오 감독 역시 앞서간 애니메이션의 실패를 보고 '메이저 영화사와 협력해야겠다'는 생각을 굳혀갈 즈음이었다. "호박이 넝쿨째 굴러왔다는 게 바로 이런 경우에 쓰는 말이구나 했어요. 동시대에 비슷하게 아이들을 키우며 사는 동갑내기 제작자와 감독이었기 때문에 이런 행운이 주어진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작품을 만들겠다는 목표도 같았고요. "
쓴 종이 다 늘어놓으면 부산까지?
다음 작품 주인공은 '강아지'일 듯?
오 감독은 '마당을 나온 암탉'이 이룬 성과를 바탕으로 여전히 자연, 생태, 환경, 생명을 다루는 가족용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마당을 나온 암탉'을 만들겠다고 정하기 전부터 그게 기본 방향이었어요. 결국 또 동물을 통해서 인간들에 대한 얘기를 할 것 같아요. 사실 '마당을 나온 암탉'은 한국 애니에서 거의 최초의 동물 주인공을 쓴 극장용 애니메이션이에요. 사람만 등장했던 것부터가 뭔가 심각하고 무거운 얘기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사치스러운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이 때 오 감독의 전화벨이 울렸다. 강아지 소리가 벨 소리로 흘러나왔다. 오 감독은 "다음 작품이 아마 강아지를 주인공으로 하는 창작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마당을 나온 암탉'에 눈높이가 맞춰져 있다 보니, 그 정도 되는 원작을 찾지 못했어요. 그래서 아마 창작 스토리가 될 것 같습니다." 주인공과 스토리는 달라지지만, 영화사와 손을 잡고 작품을 만들겠다는 방침은 같다. "애니메이션도 영화사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그 산업구조 내에서 상품으로 팔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경험치가 쌓이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도 영화사처럼 독립할 수 있겠지요. 만일 '마당을 나온 암탉'에 이어 두 번째 작품도 호응을 얻으면, 저희도 일본의 '지브리 스튜디오'를 바라볼 수 있을 듯합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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