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부제 외모'라니 영광이네요."
늙지 않는 군인, 방부제 먹었나?
충무로에서 10년간 활약해온 신하균은 벌써 30대 후반이다. "아직도 극중 20대가 커버된다"고 하자 그는 "그냥 되는가보다 하는 거죠"라며 웃었다. '고지전' 개봉 이후 실제로 '방부제 하균'이라는 또다른 별칭까지 따라붙었다. 그의 동안 비결은 자극적인 식생활을 멀리하는 것. "건강제품을 딱히 찾아 먹진 않지만 잡곡밥에 생선, 채소, 과일 위주로 먹어요. 탄산음료나 과자, 빵은 안 먹고요. 담배 끊은 지도 6년쯤 됐어요. 저는 담배를 끊었더니 살도 갑자기 5kg 정도 빠지고, 미각이 살아나서 미식가가 됐죠. 술 맛도 더 알게 되고요. 신기하죠? 보통 반대로 살이 찐다던데." 유일하게 신하균이 끊지 않은 것은 술이다. "술이 제 유일한 낙이라는 건 기사에도 많이 언급됐어요.(웃음) 집에서 혼자 한 잔 하는 걸 좋아해요. 막걸리, 위스키, 데킬라 가리지 않고 집에 다 구비해뒀어요. 예전엔 그저 취하려고 술을 들이부었는데, 요즘은 다양한 술 맛을 알게 되면서 폭주가가 아닌 애주가로 변신했지요." 건강 식단을 실천하면서 인생의 낙을 잃지 않는 것이 '동안'의 지름길이다.
변함없는 외모만 있는 건 아니다. 광기어린 연기부터 '고지전'에서의 신뢰감 있는 관찰자 역할까지 연기 스펙트럼이 넓기로 유명한 배우가 신하균이다. 하지만 그의 과거는 '끼'와는 거리가 멀었다. 신하균은 어린 시절 "아주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학생이었다"고 회고했다. 카메라 앞에서 온갖 인물로 변신하는 지금으로선 상상하기가 어렵다. "연기라는 걸 처음 해 본 게 대학(서울예대) 입시 실기시험 때였어요. 연기학원 한 번 다녀본 적이 없었죠. 무슨 정신으로 연기를 했는지도 잘 모르겠고, 온몸이 긴장해서 시뻘겋게 됐던 생각만 나네요." 친구를 따라서 보게 된 영화 속 세계는 '물리적으로 다른 시간 속에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었다. "나와는 다르게 흐르는 시간 속의 세계가 어떤 것일까, 동경하다 보니 직접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런데 그때만 해도 연기할 생각은 아니었어요. 처음 예대에 가겠다고 했을 때도 가족, 학교 친구들 모두 다 '네가 그걸 할 수 있을까?'라며 말리기부터 했었죠. 저는 소심하고 끼도 없는 데다 잘생긴 것도 아니었으니…." 그가 연극 무대를 거쳐 충무로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가 될 것이라고는 아무도 기대하지 않았다니, 아이러니다.
연기파? 내 영화 제대로 본 적이 없어
연극무대에서부터 시작한 신하균은 데뷔 때부터 단 한 번도 연기력 논란에 시달린 적이 없다. 긴 세월 한결같은 연기를 보여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로 꼽힌다. 그러나 신하균은 "새 영화 시사회 전에는 잠을 못 잘 정도로 늘 힘겹다"고 밝혔다. "너무 후회가 많고 아쉬운 점이 떠올라요. 신인 때는 연기를 하다 보면 점점 발전하고 전보다 편해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할수록 어렵고 힘들기만 하네요. 그래서 제 영화를 제대로 본 적이 없어요. 꼭 봐야 하는 자리에서만 할 수 없이 보죠." 주변의 얘기에 상관없이 자신의 연기에 100% 만족하는 배우란 없다는 이야기다. "물론 제 연기가 그렇다는 거고. 영화 '고지전'에 대해서는 정말 자신이 있어요. 담고 있는 메시지에 대해서도요. 하지만 그 영화를 볼 생각을 하면 또 손발이 오그라드네요."
어떤 면에서 자신감이 클까. "장훈 감독의 영화에는 마이너하면서도 대중적인 분위기, 남녀노소가 다 좋아할 요소가 있어요. 이 영화가 담은 슬픈 감성은 오히려 여성 관객들에게 더 다가갈 것 같아요. 멜로 라인이 없는 것만 빼고는 다 좋은 영화라고나 할까? 하하. "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