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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고지전' 장훈, '꽃미남과 코미디는 필수요소'

이예은 기자

기사입력 2011-08-04 11:45


'고지전'을 찍으면서 없던 쌍꺼풀까지 생겨 8개월간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장훈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꽃미남과 코미디가 꼭 필요했어요."

'의형제'에 이어 전쟁 블록버스터 '고지전'에서도 남북 분단의 아픔을 다룬 장훈 감독이 "무거운 주제를 대중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선 꽃미남 배우와 코미디라는 두 가지 요소가 꼭 필요했다"고 밝혔다.

'고지전'에 대해 장 감독은 "영화가 무겁지 않느냐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직도 한국이 휴전 상태인 만큼 진지하고 비극적인 영화일 수밖에 없다. 숨 쉴 틈은 있어야겠지만 과장하거나 오락적으로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나는 내가 원하는 대로 엔딩을 만들었다"고 뚝심있게 말했다.

한국전쟁 막바지의 대량 살상을 그린 '고지전'에 숨통을 불어넣어주는 것은 '훈남' 배우들과 꽤 많이 터지는 웃음이다. '의형제'에서 강동원이 했던 역할을 또 다른 미남 배우들인 고수와 신예 이제훈이 맡았다. 또 고창석 류승수 조진웅 등 유능한 명품 조연들이 기대보다 많은 웃음을 선사한다.

장 감독은 "'영화는 영화다'를 처음 만들 때부터, 어떻게 관객에게 편안함을 줄지 고민했다. 그러다 고창석의 '봉감독' 캐릭터를 넣게 됐다"며 "이번에도 규모는 커졌지만, 더 편하게 전달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은 같았다"고 말했다.

감독 스스로 좋은 장면으로 꼽는 장면은 전쟁 중의 어느 밤, 잔뜩 무게를 잡던 고수가 우연히 입수한 술병의 술을 다 버리라고 지시했다가 술 냄새를 맡고 흔들리는 코믹한 장면이다. "절제된 듯이 보이는 꽃미남 배우가 한 순간 유혹에 흐트러지는 그 순간이 참 재밌었습니다. 웃음뿐 아니라 병사들이 전쟁 중에도 즐거워하고 서로 따뜻함을 나누는 장면은 관객의 공감을 위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두 작품 연속으로 남북문제를 다루게 된 것에 대해서는 "특별히 계속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는데, '고지전' 시나리오를 보고 몇 년 뒤에는 이렇게 재미있는 것을 못 만날 것 같은 생각이 들어 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전쟁영화를 꼭 해보고 싶었고, 아주 나중에야 할 줄 알았는데 기회가 생갭다 빨리 왔다"고 덧붙였다.

세 번째 작품 '고지전'에서도 멜로 라인은 거의 없다. 여배우 또한 김옥빈 하나뿐이다. '또 영화는 영화다' '의형제' '고지전' 모두 남자 배우 듀오가 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장 감독은 "사실 멜로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내가 연출하기에는 자신이 없다"고 말했다. "멜로 영화는 인물의 모습, 작은 몸짓, 눈빛 하나하나에 많은 것이 들어가기 때문에 유리를 다루는 듯이 조심스러워요. 저 자신이 좀 더 섬세해진 다음에 해 보고 싶습니다."

'고지전'을 찍는 동안 너무 힘들었는지 없던 쌍꺼풀까지 생겼다는 장 감독은 "요즘 '감독님, 싼 데서 쌍꺼풀 하셨나봐요?'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며 웃었다. "체질이 바뀌었는지 8개월 동안 쌍꺼풀이 없어지지를 않네요. 정말 부담스럽지만 그냥 살기로 했습니다." 다음 작품도 곧 볼 수 있을지를 물었다. "'고지전'은 제가 만든 영화 중 가장 오래 찍었어요. 당분간은 꽤 오랫동안 충전기간을 가지고 더 가벼운 느낌의 영화를 들고 나오고 싶습니다."
이예은 기자 yeeune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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