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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e스포츠 최고의 축제인 '신한은행 프로리그 10~11시즌' 결승전이 6일 중국 상하이 세기광장서 열린다.
프로리그 결승전이 해외에서 열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역대로 결승전은 매년 7~8월 부산 광안리해수욕장에서 개최됐다. 지난 2004년 10만명 관중 신화를 달성한 곳도 바로 'e스포츠의 성지'로 불린 광안리였다.
게다가 이번 결승전은 국내 e스포츠 최고의 명문팀이자 통신사 라이벌인 SK텔레콤과 KT의 대결이다. 두 팀은 지난 시즌을 포함해 프로리그 결승전에서 역대로 3번이나 맞붙었고, 늘 흥미진진한 경기를 선사했다. 중국의 e스포츠 팬들에게 한국의 앞선 e스포츠 콘텐츠를 자랑할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라이벌은 늘 역사적 순간에서 만난다
두 팀은 늘 서로를 최후에 만나는 것을 꺼려한다. 아무래도 통신사 라이벌인데다, 스타 플레이어들이 즐비하기에 상대에게 패했을 경우 타격이 훨씬 더 크기 때문. 하지만 반대로 이겼을 경우 그 기쁨은 배가 된다. 2일 열린 결승전 미디어데이에서 SKT 박용운 감독, KT 이지훈 감독이 공히 "최고의 상대를 만났다"고 말할 정도.
두 팀은 2005년 전기리그 결승서 처음으로 대결, SKT가 비교적 손쉽게 세트스코어 4대1로 승리했다. 이어 그해 열린 통합챔피언전에서도 SKT는 4대2로 KT를 눌렀다. 정규리그 성적서는 SKT를 압도하면서도 결승전에선 SKT에 늘 꼬리를 내렸던 KT는 지난해 결승전에서 4대2로 승리, 창단 이후 처음으로 프로리그를 제패했다.
지난해에는 KT가 정규시즌 1위를 하며 결승에 선착했고 SKT가 6강 플레이오프와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등을 거쳐 천신만고 끝에 결승에 올랐다면, 올 시즌엔 두 팀은 정반대의 길을 걸었다. 드라마틱한 매치업이라 할 수 있다. 한국 e스포츠 역사에서 또 하나의 이정표가 될 상하이 결승전에서 SKT로선 1년만에 복수혈전의 찬스를 잡았고, KT는 시즌 2연패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우승은 우리의 것
미디어데이에선 기 싸움부터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가 분명히 드러났다.
박용운 감독이 "이런 얘기는 좀처럼 하기 힘들겠지만, 결승전에서 4대0의 압승을 거둘 비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호기를 부리자, 이지훈 감독은 "초반에 에이스들을 총출동시키겠다는 얘기인데, 오히려 전력을 노출해줘 고맙다. 4대0으로 끝내면 결승전을 기다려온 한국이나 중국팬들에 배신행위이다. 우리는 4대2 정도로 이기겠다"며 맞받아쳤다.
SKT 주장 박재혁은 "준비한대로만 한다면 4대0 승리도 충분하다"고 말했고, 도재욱도 "KT는 지난해 우리와 똑같은 길을 걷고 있기에, 결승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도발했다. 이에 이지훈 감독으로부터 결승전 키 플레이어로 꼽힌 KT 고강민은 "플레이오프에서 정규시즌 때 못한 빚의 반만 갚았고, 결승에서 나머지 반을 갚겠다"며 맞섰다.
e스포츠 한류가 몰려온다
중국 현지에선 e스포츠 스타들의 대거 입성에 폭발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5일 오후 8시부터 결승전 티켓을 판매했는데, 10분만에 좌석 3000석을 포함해 총 6000석이 모두 팔려나갔다. 가격은 위안화로 50원(약 8200원). 모든 경기가 무료인 한국과는 달리 중국에선 e스포츠도 티켓을 구매하는 문화가 정착돼 있다.
10분만에 티켓이 모두 팔려나가자, 중국내 결승전 생중계를 담당하는 SiTV 게임풍운의 사이트와 커뮤니티에는 '호텔 예약까지 다했는데, 결승전 티켓을 못 구했다. 비싼 가격에 사겠다' '중국에 스타크래프트 팬이 많은데, 표를 늘려달라' '8월6일이 생일인데, 여자친구와 갈 수 있으면 얼마나 행복할까' 등 티켓을 구한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게다가 결승전에 앞서 이벤트 경기로 이제동(화승), 서지수(STX) 등이 나서는 등 대표적인 스타 플레이어인 '택뱅리쌍'(김택용 송병구 이영호 이제동) 가운데 송병구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를 모두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중국팬들은 설레여하고 있다.
결승전이 열리는 세기광장은 서울 명동처럼 중국 상하이를 상징하는 랜드마크로, 정부 행사를 제외하곤 좀처럼 사용을 허용하지 않는 곳이라 이번 결승전은 e스포츠 한류를 전파하는 최적의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 대회나 이벤트 대회를 제외하고 정규 경기가 중국에서 열린 것은 지난해 8월 개최된 '대한한공 스타리그 시즌2' 결승전에 이어 두번째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