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연의 S다이어리] 바람둥이가 되고 싶다

김형중 기자

기사입력 2011-08-03 09:51 | 최종수정 2011-08-03 09:52


'못된' 연인을 만나 고생하는 이들이 많다. 믿었던 이에게 배신 당해 쓰디쓴 눈물을 삼키기도 하고, 두고두고 미워하거나 원망하기도 한다.

연애는 어떤 상대를 만나느냐가 중요하다. 의욕을 갖고 아무리 노력해도 바람둥이나 변덕쟁이를 만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서 연애에 실패하면, 원인은 주로 상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 스스로 착한 연인이었는가는 묻지 않는다. 앞으로도 자신이 변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다. 그저 과거에 문제가 됐던 몇 가지를 손에 꼽아두고, 상대를 고르는 기준 쯤으로 이용한다. 사랑은 주는 것보다 받는 것에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연애가 어렵게 느껴질 때면, 상대에 대해서 끊임없이 이야기하고, 파고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연애가 꼬일수록 이성은 어렵게만 느껴진다. 그래서 남자(혹은 여자)란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차라리 내가 남자(혹은 여자)였으면… 이라는 마음도 든다.

30대의 독신남 J는 이렇게 말한다. "만일 내가 여자가 된다면 정말 예쁜 여자가 되고 싶어. 립스틱 하나를 사더라도 명품 아니면 안 되고, 킬힐만 신을 거야. 그리고 미니스커트만 입고 정말 눈이 부시도록 화장하고 다닐 거야. 여러 남자도 만나고, 거침없이 즐기고 살 거야."

허나 여자들의 현실은 빈약한 재정 상태와 '귀차니즘' 때문에 특별한 날이 아니라면 그렇게 오버할 수 없다. 여러 남자를 만나기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고, 남자 하나 만나기도 쉽지 않다.

정작 그러는 J는 키는 크지만 똥배가 도드라져 매력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다. 그가 노력하지 않는 건 마치 자신이 여자가 아니기 때문인 것처럼 보인다. J의 친구들은 대개 여자들이 많은데 그들은 서로를 돌같이 여긴다. J는 '쌩얼'에 트레이닝복을 즐겨 입는 그녀들을 한심하게 바라본다. "내가 여자라면 너네처럼 안 살아."

38살의 올드미스 K는 띠동갑부터 연하남까지 두루두루 거쳤지만 아직 반쪽을 구하지 못했다. 잠자리에서는 '큰놈' '작은 놈' 가릴 것 없이 '노말한 놈'이 최고라는 그녀는 3년 째 독수공방 중이다. "내가 만일 남자가 된다면, 결혼은 왜 해? 문어발로 여러 여자를 후리고 다닐 거야. 정말 신나게 섹스도 하고 마음껏 누리고 살 거야. 바람둥이로 신나게 살아야지." 그녀는 소위 보통 여자들이라면 '때려죽이고 싶은 남자'가 되겠다는 것이다.

누구나 한번쯤 '내가 남자라면… 혹은 여자라면…'이라는 생각을 해본 적 있을 것이다. 정말 성별이 바뀐다면 지금처럼 살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할 것이다. 당신에게 상처 준 그 사람보다 더 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도 한번쯤은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대개 사람들은 똑같은 연애를 하면서도 자기만 윤리적이라고 생각한다. 잘못은 거의 다 상대에게 있는 것이다. 못된 연인은 나를 재미있게 가지고 놀았고, 아무 손해본 것 없이 즐겼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별 후에 나만 상처받는 것이다. 그래서 남자들은 자기가 만약 여자가 된다면 현모양처보다는 무분별하게 즐기는 명품녀가 되고 싶어하고, 여자들은 건실한 가장보다 여러 여자들을 울리고 다니는 바람둥이가 되고 싶기도 한 것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었다는 것은 동시에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의미로도 통한다. 그래서 연인의 나쁜 점을 비난하지만, 그것은 사실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매력이기도 하다. 스스로 바람둥이가 될 수 없는 것은, 이성으로 바뀔 수 없는 현실과도 같다. 진정한 사랑을 기다리는 것은 바로 스스로의 마음에 달린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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