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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구 간판가드를 앞세운 명승부…'위닝샷' 형님 김선형이 한수 가르쳤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20-11-08 20:55



[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괜히 '통신더비'가 아니었다. 통신사 라이벌 부산 KT와 서울 SK가 예상 밖의 쫄깃한 승부를 펼쳤다. 승리의 행운은 SK에게 돌아갔지만 패자 KT도 이른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였다.

SK는 8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정규리그 KT와의 원정경기서 치열한 접전 끝에 91대90으로 역전승했다.

사실 경기 시작 전부터 주변의 예측은 이미 SK쪽으로 기울었다. 선두권을 노리는 우승 후보 SK는 부상으로 빠졌던 최준용이 살아나는 중이었고, 올 시즌 연패가 없는 페이스였다.

반면 KT는 마커스 데릭슨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대체선수로 영입한 브랜든 브라운이 아직 조직력에 녹아들지 않은 상태로 6연패 수렁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전날 오리온과의 원정경기에서 대패한 데다, 연패의 위기감이 약이 됐을까. KT는 경기 초반부터 오리온전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였다.

공격 조직력에서의 우위를 앞세워 기선 제압에 성공한 뒤 점수 차를 점차 벌려나갔다. 한데 SK는 당황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1쿼터에 몰아치기보다 차근차근 리드를 잡아 점수 차를 벌려나가겠다"는 문경은 SK 감독의 예고가 있어서였을까. SK는 10점 차 이상으로 벌어질 듯 하자 선발에서 아껴뒀던 간판 가드 김선형을 투입하면서 본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

여기에 문 감독이 "부상에선 회복했지만 경기 감각을 더 끌어올려야 한다"고 걱정했던 최준용이 1쿼터에만 3점포 3개를 터뜨리는 등 제대로 터졌다, 결국 SK는 역전에 성공하며 1쿼터를 30-23으로 마쳤다.

이에 KT가 2쿼터 '멍군'을 불렀다. 1쿼터에서 부진 탈출 조짐을 보였던 허 훈이 워밍업을 마친 듯 본격적으로 게임 리딩에 나섰기 때문이다.


허 훈은 '택배패스'같은 현란한 볼 배급 솜씨로 경기를 주도했다. 여기에 브라운은 '내가 해결' 욕심을 자제하는 대신 자신에게 수비가 몰리는 과정에서 공간을 확보한 김현민 김영환 등 동료 선수에게 찬스를 만들어주며 상대의 허를 찔렀다. 이 덕분에 KT는 전반을 47-43으로 반격 역전에 성공한 채 마칠 수 있었다.

이쯤되면 명승부 요건을 갖췄다. 이후 후반은 흥미진진한 시소게임의 연속이 전개됐다. 3쿼터 한때 두 팀의 간판이자 신-구 포인트가드의 양대산맥인 허 훈과 김선형의 자존심 대결도 펼쳐졌다.

외곽포로 58-56 재역전 발판을 놓은 허 훈이 속공 플레이를 앞세워 점수 차를 벌려나갔고, 스코어는 어느새 68-59가 됐다. 상대의 파울에 걸려 스텝이 꼬였을 때 막 던진 슛을 성공하는 등 절묘한 3점 플레이를 만들기도 했다. 그러자 김선형이 곧바로 가로채기에 이은 단독 돌파로 추격골을 만드는 등 응수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덕분에 SK는 점수 차를 다시 좁혔다.

4쿼터는 그야말로 피 말리는 승부. 초반 SK가 재역전에 성공했지만 허 훈이 고감도 3점슛을 연달아 터뜨리며 찬물을 제대로 뿌렸다. 그렇게 엎치락뒤치락, 종료 30초를 남기고 89-89까지 이어졌다.

각각 마지막 기회. 결국 희비는 두 간판 가드에게서 엇갈렸다. 허 훈이 종료 16.3초 전 자유투를 2개를 얻었지만 1개밖에 성공하지 못했다. 곧바로 반격에 나선 김선형은 과감한 돌파에 이은 리버스 레이업을 성공하면서 찌릿한 역전 승리를 마무리했다. 경기 후 김선형은 '위닝샷'에 대해 "내가 파고들때 딱 좋아하는 코스였다"며 활짝 웃었다.

한편, 전주 KCC는 현대모비스를 90대80으로 따돌리며 3연승, SK와 공동 2위(8승4패)를 유지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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