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동혁의 이슈분석] FA시장 최종승리자 현대모비스, '만수 프리미엄'의 실체는 뭘까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20-05-18 15:44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이번 FA시장의 '최종 승리자'는 현대 모비스다.

예상밖 행보였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다소 보수적 행보를 보였다.

리빌딩을 천명한 올 시즌. 현대 모비스는 달랐다. 이대성과 함께 최대어로 꼽히는 장재석을 계약기간 5년, 5억2000만원에 영입한 것을 물론, 시장에서 인기가 많던 김민구를 2억3000만원에 잡았다. 또 기승호와 이현민까지 폭풍 영입을 했다. 네 선수는 모두 "유재학 감독에게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다. 물론 FA 시장에서 '돈'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원소속 구단 협상이 없어진 첫 해, FA들은 실질적 연봉 뿐만 아니라 자신의 미래를 고민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다. 즉, 팀 분위기, 자신이 좀 더 많이 뛸 수 있는 팀, 사령탑의 성향까지 다각도로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늘어났다. 오리온, KCC 등 많은 유혹을 뿌리친 장재석, 5개 구단 이상의 러브콜을 받은 김민구의 선택을 보면, '유재학 감독 프리미엄'이 실제 존재한다는 의미.


장재석. 사진제공=KBL
과연 이 실체는 뭘까.

일단 유재학 감독을 좀 더 살펴봐야 한다. 'KBL 최고의 명장', '만수(만가지 수)'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사령탑이다. 기본적 원칙, 팀 장악력은 '만렙'. 여가에 상황에 따른 작전 구사 능력, 세밀한 준비가 매우 뛰어난 지도자다.

물론, 그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시선들이 있다. 당연히 비판도 있다.

'재미없는 수비 농구를 한다', '아침밥을 매일 먹어야 할 정도로 프로 선수들에게 자율권을 주지 않는다', '훈련량이 많고, 강도가 상당히 강하다'와 같은 비판들이 있다.

물론 사실이 아닌 부분도 있고, 사실인 부분도 있다. 때문에 상당히 보수적 이미지가 씌워지고 있는 감독이다.


이 상황에서 왜 선수들은 유 감독의 지도력을 전폭적으로 신뢰할까.

일단 '재미없는 수비농구'와 '훈련량이 많다'는 말은 팩트가 아니다. 농구에서 수비는 기본이다. 프로팀 사령탑의 가장 큰 덕목은 팀이 이기는 것이다. 리그의 평균적 수비력이 좋지 않은 상황이다. 현대 모비스는 기본적으로 수비능력을 키우기 위해 초점을 맞추는 것은 사실이다. 즉, 객관적 전력이 부족할 때는 강력한 수비로 상대를 괴롭히고, 공격 옵션이 많은 객관적 전력이 좋을 때는 수비는 기본, 강력한 공격을 덧붙인다. 현대 모비스는 전력이 좋지 않았던 올 시즌 평균 74.0득점으로 팀 득점력 9위. 하지만, 통합우승을 차지했던 2018~2019시즌은 평균 87.6득점으로 팀 득점 1위를 차지했다. 정통적 포스트 업 농구 대신, 2대2와 강한 트랜지션을 밑바탕에 깔고 농구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수치.

즉, 수비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수비농구'라는 프레임의 비판은 온당치 않다.

'훈련량이 많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실제, 현대모비스의 팀 훈련시간은 많지 않다. 특히 플레이오프에서는 선수들의 체력을 고려, 지난 경기에서 보완해야 할 점을 체크하고, 새로운 전술 2~3가지 정도만 체크한 채 연습을 끝낸다. 2시간 예정의 훈련시간이지만, 그 이전에 연습을 끝내는 경우가 더 많다. 단, 야간 훈련 등 자율 훈련에 대해서는 적극 장려하는 편이다.

또, '유럽농구는 보지만, NBA 농구는 보지 않는다'는 소문도 사실은 아니다. 유럽농구의 기본기, 전술적 움직임이 한국농구에 좀 더 많은 도움이 된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 적은 있다. NBA의 샌안토니오 스퍼스 그렉 포포비치 감독의 전술에 대해서 상당히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고, 적용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것도 사실이다.

'아침밥을 먹는다'는 원칙은 사실이다. 실제 그렇게 하고 있고, 예전 외국인 선수들 중 '아침을 먹지 않는다'고 하자 '그럼 아침 식사시간에 잠깐 내려왔다가 가면 된다'고 말한 경우도 있다. 규칙적 생활 속에서 리듬을 일정하게 하라는 팀의 원칙이다.


2013년 대표팀 당시 김민구. 사진제공=KBL
이런 팀 컬러 속에서 유 감독은 선수들의 장점만을 실전에 녹이기 위해 많은 연구를 한다. 때문에 농구에 대해서는 상당히 집요하다. 조동현 성준모 코치는 '끈기'와 '근성'에 대해서는 유 감독을 능가하는 수준이다.

새로운 전술이나 실험, 그리고 오류가 생긴 전술에 대한 수정 작업은 이런 환경 속에서 지체없이 이뤄진다.

장재석이 현대 모비스를 택한 이유, 정확히 말해 유재학 감독을 택한 이유는 2013년 국가대표팀에서 1달 여 가량 지도를 받은 경험에서 나왔다. 당시, 정통농구가 근간이었던 대표팀이었다. 하지만, 전 세계 농구는 2대2를 바탕으로 외곽 중심의 농구를 하고 있었다. 당시, 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유 감독은 빅맨들의 외곽 수비 실력을 높이기 위해 가드와 센터의 1대1을 훈련 메뉴얼에 추가시켰고, 2대2 수비에서 순간적 헷지와 블리츠(순간적으로 더블팀을 들어가는 2대2 수비 전술)를 강조했다. 거기에 따른 세밀한 노하우도 강조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유 감독은 상당히 유연해졌다. 기본적 원칙은 그대로 가지고 가되, 선수들의 능력이 실전에서 발현되도록 더욱 세밀한 준비와 전술을 준비한다. 이런 '사령탑 프리미엄'이 올 시즌 FA 시장에서 현대모비스의 전력보강을 가능케 했던 이유 중 하나였다. 원소속 구단을 없앤 FA 시장은 당초 '몸값 폭등'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하지만, 예상만큼은 폭등은 나타나지 않았다. 오히려 FA 시장의 흥미도를 배가시켰고, 선수들의 '복합적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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