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근 빼야 해, 말아야 해...'만수' 감독도 어려운 리빌딩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01-03 08:25


안양 KGC와 울산 현대모비스의 2019-2020 프로농구 경기가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안양=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20.01.01/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동근이도 걱정되고, 명진이도 키워야 하고…."

울산 현대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별명이 '만수'다. 프로농구 역대 최다인 6번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이끈 것을 필두로, 오랜 감독 경험을 통해 '만 가지의 수'를 갖고 있다는 뜻이다.

그만큼 전술 운용, 선수 기용 등에 있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능력을 갖고 있다. 선수 구성이 좋을 때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지만 유 감독이 이끄는 현대모비스는 늘 상위권에 있었다. 성적이 좋아 늘 신인드래프트 후순위에 선수를 뽑아도, 그 선수들이 '대박'이 났다.

하지만 '만수' 감독도 경기를 풀어가기가 힘든 이번 시즌이다. 현대모비스에서는 오랜 기간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서있던 양동근과 함지훈 두 베테랑의 활동폭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팀의 중심 양동근이 벌써 한국 나이로 40세가 됐다. 제 아무리 철저한 개인 관리를 해왔다 하더라도, 흘러가는 세월을 무시할 수 없다.

매 시즌 평균 30분 이상을 뛰던 양동근은 지난 시즌부터 평균 출전 시간이 30분 아래로 내려왔다. 이번 시즌도 29경기 평균 27분26초를 뛰고 있다. 유 감독이 이번 시즌 들어 유독 "양동근이 경기 후반만 되면 많이 힘들어 한다"고 말한다. 시즌 초반 현대모비스가 승부처인 4쿼터에서 계속 미끄러진 것에 대해 양동근 함지훈 두 베테랑의 4쿼터 몸놀림이 예전같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팀에 아직도 양동근 역할을 완벽히 대체할 자원이 없다. 1일 열린 경기, 상대팀 감독이었던 안양 KGC 김승기 감독은 "여전히 현대모비스가 무서운 건 양동근 때문"이라고 말했다.

여기서 딜레마가 발생한다. KGC전 4쿼터를 보자. 앞서던 현대모비스가 68-67까지 쫓겼다. 이 상황에서 양동근이 문성곤의 파울을 얻는 바스켓카운트 득점을 성공시켜 다시 4점차로 달아났다. 양동근도, 현대모비스 팀의 분위기도 다시 상승 흐름으로 갈 수 있었다.

여기서 유 감독이 결단을 내렸다. 경기 시간이 많이 남았는데 양동근을 뺐다. 만약 불과 2~3년 전 양동근이었다면 유 감독은 절대 양동근을 빼지 않았을 것이고, 현대모비스의 승리 확률도 높아졌을 것이다. 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서명진이 들어가 타이트한 상황에서 마무리를 하기 쉽지 않았다. 유 감독은 발을 동동 구르며 양동근을 쳐다봤지만, 쉽사리 다시 코트에 넣지 못했다. 뒤늦게 양동근을 투입했지만 이미 때는 늦은 상황이었다.


이는 경기 내내 마찬가지였다. 양동근이 1쿼터 기선 제압을 잘해줬는데 2쿼터 그가 빠지자 역전을 당했고, 3쿼터 양동근이 뛰자 다시 경기를 뒤집었다. 이 경기뿐 아니다. 비슷한 패턴으로 패하는 경기가 종종 나오고 있다. 감독이 경기 흐름을 못 읽어 이런 선택을 하는 건 당연히 아니다. 유 감독은 KGC전을 마치고 "동근이 체력도 걱정이 되고, 명진이도 키워야 한다"며 고심 끝에 내린 선택이었음을 알렸다.

유 감독은 이번 시즌 많은 농구팬들에게 충격을 선사했다. 팀 주축인 이대성과 라건아를 전주 KCC로 보냈다. 그러면서 잠재력 있는 슈터 김국찬을 데려와 중용하고 있다. 유 감독은 고졸 2년차 가드 서명진과 슈터 김국찬을 팀의 미래로 점찍었다. 언제까지 양동근 함지훈에게만 의지하며 농구를 할 수 없다는 걸 누구보다 유 감독이 잘 안다.

서명진과 김국찬 모두 아직은 경기력이 들쭉날쭉하다. 두 사람의 실수에 연패를 타다가도, 깜짝 활약에 승리도 따낸다. 유 감독은 "아직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은 선수들이다. 하지만 많은 기회를 주고 있다. 경기 승패를 떠나 이 선수들이 이번 시즌 경험을 통해 많은 걸 느끼고 배웠으면 한다. 그러면 팀이 더 강해질 수 있다"고 수차례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프로의 세계에서 성적은 포기할 수 없는 요소다. 리빌딩의 과정을 거치더라도 어느 정도 납득이 가는 경기를 해야 한다. 12승17패 8위. 아직 플레이오프 진출 가능성은 충분하다. 힘이 빠지는 베테랑들과 계산이 안서는 유망주들의 공존, 과연 '만수' 감독은 이 난제를 어떻게 풀어낼까.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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