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우승 캡틴' 강아정을 울린 문자 한 통

김가을 기자

기사입력 2019-03-26 10:20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삼성생명과 KB스타즈의 3차전 경기가 25일 용인실내체육관에서 열렸다. KB가 73-64로 승리하며 시리즈 전적 3-0으로 우승을 차지했다. 림그물 커팅식에서 주장 강아정이 그물을 자르고 있다. 용인=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9.03.25/

지난 25일, 청주 KB스타즈와 용인 삼성생명의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5전3승제) 3차전을 앞둔 오전. 'KB스타즈의 캡틴' 강아정에게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발신자는 '전직 캡틴' 정미란이었다. 선배가 보낸 문자에는 후배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 마음이 담겨 있었다.

지난 2004년 금호생명의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입문한 정미란은 2012~2013시즌 KB스타즈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는 '따뜻한 리더십'으로 팀을 이끌었다. 부침도 있었다. 그는 2년 전, 암 투병으로 잠시 코트를 떠났다.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전처럼 마음껏 코트를 누비지는 못했다. 주장 완장도 후배인 강아정에게 물려줬다. 하지만 정미란이 선수단의 '정신적 지주'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었다. 강아정 역시 힘들 때마다 정미란에게 도움을 받으며 팀을 이끌었다.

긴 시간 동고동락하며 KB스타즈를 지켰던 정미란과 강아정. 눈빛만 봐도 통하는 두 사람. 하지만 그들이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렴풋하게 느끼지만, 현실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사실. 바로 함께 농구했던 날보다 함께 농구할 날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어느덧 서른줄에 접어든 두 선수. 선수 생활을 이어갈 물리적 시간이 길지 않다. 그래서일까. 두 사람에게 이번 챔피언결정전은 더욱 의미 깊었다.

강아정은 "(정)미란 언니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언니에게는 '아침부터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답했지만, 사실 문자를 보고 울컥했다. 꼭 우승을 하고 싶었다. 언니가 신인시절 금호생명에서 우승을 한 뒤 한 번도 정상에 선 적이 없다고 했다. 둘이 언제까지 함께 농구를 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래서 이번에 꼭 우승해서 언니와 추억을 나누고 싶었다"고 말했다.

굳은 마음은 코트 위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KB스타즈는 치열한 경쟁 끝에 삼성생명을 꺾고 창단 첫 통합우승을 거머쥐었다. 경기 종료 53초를 남기고는 정미란도 코트를 밟았다.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챔피언결정전 무대를 누비며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강아정은 "언니는 우리팀 정신적 지주다. 그동안 언니가 줄곧 챔피언결정전을 뛰고 싶다고 말했다. 함께 경기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 우승을 일궈내서 기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용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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