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의 '화룡점정'이 된 KB의 염윤아 영입, FA전략의 승리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9-03-04 16:22


◇KB스타즈 염윤아가 지난 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KEB하나은행과의 경기에서 드리블하고 있다. KB스타즈는 이 경기에서 71대65로 승리하며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사진제공=WKBL

FA(프리에이전트) 영입도 전략이다. 그 확실한 가치를 이번 시즌 여자프로농구 청주 KB스타즈가 입증했다.

KB스타즈는 지난 3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우리은행 여자프로농구 부천 KEB하나은행과의 홈경기에서 71대65로 승리하며 2006 여름리그 이후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의 축포를 터트렸다. 이번 시즌 단독 1위를 질주하던 KB스타즈가 정규리그 2경기를 남긴 시점에 자력우승을 확정하자 안덕수 감독과 선수들은 환호성을 내질렀다.

그 중심에 염윤아가 있었다. 그는 이번 시즌부터 KB스타즈의 '코트 사령관' 역할을 맡아 공수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했다. 폭넓은 시야에 의한 경기 조율 능력과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 거기에 정교한 수비력과 한층 발전된 외곽슛 능력을 앞세워 기존 심성영 강아정 박지수 쏜튼 등 주전 선수들과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만들었다.

특히 이번 시즌 염윤아는 지난 시즌에 비해 스탯 전반이 향상됐다. 3일 경기까지 33경기에서 매 경기 평균 35분57초를 소화한 염윤아는 3점슛 확률이 35.7%로 지난해 32.3%에 비해 3% 이상 늘어났다. 덕분에 경기당 평균 득점도 8.09점에서 9.18점으로 증가했다. 리바운드도 4.09에서 5.33개로 늘어났으며, 가로채기 역시 1.21개에서 1.97개로 향상됐다.

무엇보다 염윤아의 진정한 가치는 기록 밖의 영향력이다. 주장 강아정과 팀의 중심 박지수는 염윤아에 대한 신뢰가 지대하다. 지난 3일 우승 이후에도 "(염)윤아 언니는 마치 '부처'같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경기 중에도 상대의 공략 포인트 같은 부분을 정확하게 얘기해준다. 언니의 허슬플레이는 팀 전체에 점염된다. 우리의 정신적 지주"라고 극찬했다.

그런데 사실 염윤아가 KB스타즈에 처음 올 때까지만 해도 이런 형태로 팀의 중심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적었다. 전 소속팀 KEB하나은행에서 주전이었지만, 확실한 임팩트를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해 4월 청주 KB스타즈는 원소속팀과의 1차 FA협상이 결렬돼 시장에 나온 가드 염윤아를 재빨리 영입했다.

반면 부천 KEB하나은행은 팀의 핵심이자 당시 'FA 최대어'로 평가받던 염윤아를 불과 '5000만원' 차이로 잡지 못했다. 당시 연봉 1억1500만원을 받던 염윤아는 2억5000만원을 요구했는데, 구단 제시액은 2억원이었다. 사실 5000만원이 보통 사람들에게 적은 돈은 아니다. 하지만 은행권 모기업에서 'FA 최대어'의 가치를 지닌 선수에게 투자할 수 없는 정도의 큰 차이라고 볼 순 없다. 그래서 정확히는 '잡지 않았다'고 보는 게 맞다.

물론 당시 KEB하나은행은 한꺼번에 4명의 FA(강이슬, 김단비, 백지은, 염윤아)가 발생해 선택을 해야하는 입장이었긴 하다. 결과적으로 KEB하나은행은 강이슬과 김단비 백지은을 잡았고, 염윤아를 풀었다. 대신 외부FA로 삼성생명 소속이었던 고아라를 연봉 1억9000만원에 잡았다. 단순 계산상으로는 KEB하나은행이 비용을 절감하고 전력 재편에 성공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선택이 초래한 결과는 천양지차였다. KEB하나은행은 염윤아를 잃은 대가를 톡톡히 치르며 이번 시즌에도 하위권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반면 염윤아의 영입을 통해 우승을 위한 전력의 '화룡점정'을 찍은 KB스타즈는 13년만에 리그 정상에 올랐다. 성공적인 FA영입 전략을 통해 비용 이상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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