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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는 KGC가 나빴지만, 올해는 사익스가 나쁘다?
통합 챔피언 KGC는 데이비드 사이먼, 사익스와의 재계약을 일찌감치 확정지었다. 두 사람의 재계약에 이견을 보일 사람은 없었다. 그만큼 두 사람의 활약은 절대적이었다.
'미운 오리'에서 '백조'로 거듭난 사익스는 성공 스토리에 스타성까지 겸비해 팬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1m78의 작은 키로 인해 상대 언더사이즈 빅맨들과의 대결에서 수비 열세를 보여 몇 번의 교체 위기를 맞이했지만, 그 때마다 좋은 활약으로 위기를 극복하며 동정 여론을 얻었고 시즌 후반에는 실력적으로도 손색없는 모습을 보여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빠른 원맨 속공 후 성공시키는 마무리 슛과, 작은 키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탄력을 이용해 터뜨리는 덩크슛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KGC 구단은 사익스가 재계약 합의 사안에 NBA 무대에 다시 도전할 시에는 협조를 해주기로 했었다. 그래서 이번 NBA 서머리그나 캠프 등에 참가하는 걸 허락했다. 하지만 NBA 캠프는 커녕 15일 KBL 외국인 선수 입국일이 돌아오자 KGC 구단과 상의 한마디도 없이 타 리그 진출을 모색하고 있었다. KGC를 보험으로 둔 뒤 더 좋은 곳을 찾아나선 것이다. 한 농구 관계자는 "얼마나 우리 리그를 우습게 봤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겠는가"라며 안타까워했다.
사익스 입장에서는 아쉬울 게 없다. 만약, 한국행을 거부하고 터키로 간다면 향후 5년 계약 금지 징계를 받고, KBL에서 안뛰면 그만이다. 이번 외국인 드래프트에서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에 지명됐지만 갑작스럽게 터키행을 선언한 더스틴 호그와 같은 케이스다. 드래프트 거부 선수는 10만달러의 위약금이 있는데, 이 돈을 내고도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니 다른 리그로 가는 것이다.
결국 돈이다. 터키가 돈을 더 많이 준다고 하니 거길로 가는 것이다. 프로 선수가 좋은 대우를 해주는 곳으로 가는 건 욕할 게 아니지만, 그렇게 하려면 KGC와의 재계약을 함부로 했으면 안됐다. 이 팀은 사익스를 염두에 두고 다음 시즌을 준비하던 팀이었는데, 한 순간 새 외국인 선수를 찾는 신세가 되게 생겼다.
KGC 관계자는 "사익스 개인 의사도 있겠지만 미국 현지 에이전트가 선수를 부추기는 경우도 많다. 계약 관계가 있는 사익스는 에이전트가 가라는 리그로 갈 수도 있다"고 배경 설명도 덧붙였다. 그렇다면 에이전트쪽에서는 정당한 대가를 치르고 사익스를 터키로 보내야 한다. 소유권이 있는 KGC에 바이아웃 금액을 지급하게 일처리를 해야한다. 최소한의 매너다. 하지만 바이아웃 얘기는 하지도 않고, 무조건 터키로 가겠다는 말만 하니 KGC는 황당하다.
KGC는 5월 말 사익스 도장이 찍힌 계약서를 KBL에 제출했다. 자신들에게 소유권이 있기에 이적동의서 발급을 안해주면 된다. 하지만 그랬다가는 언제까지 외국인 선수 1명 없이 시즌을 치러야 할지도 모르고, 그렇게 억지로 못가게 했다 사익스가 열심히 뛰지 않을까도 걱정이다.
더 큰 문제는 KGC가 이적 동의를 해줘야 갈 수 있는데도, 아랑곳 하지 않고 새 갈 길을 찾는 외국인 선수와 에이전트의 태도다. 한국팀들이 선수를 찾을 때는 어마어마한 바이아웃 금액을 내게 하면서, 한국팀에게는 그걸 챙겨주려 하지 않는다. 사익스는 사실 지난 시즌을 앞두고도 돈을 더 많이 주는 다른 리그에 가겠다고 했다 우여곡절 끝에 KGC에 합류한 전과가 있다. 한 농구인은 "KGC가 이적료 문제 등으로 시간을 끌면 새 선수 영입도 못하고 자신들의 손해가 막심하기에 그냥 보내줄 수 있다는 계산을 에이전트가 하고 있는 것 아니겠나"라며 혀를 찼다.
지난해 선수 잔류 여부를 두고 수차례나 선수를 농락한 KGC의 선택은 분명 좋지 않았다. 기자는 당시 사익스 논란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 서서 열심히 보도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분명 사익스와 사익스쪽 관계자가 잘못을 한 케이스다. 경력자들의 드래프트 대거 불참 사건부터 사익스, 오리온 호그 케이스 등 외국인 선수 계약 문제가 점점 더 블랙홀로 빠져들어가고 있다. 외국인 선수들이 KBL을 얼마나 주무르기 쉬운 '봉'으로 보고 있나가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