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5연패]독주의 실체, 장위동에 있다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7-01-30 09:34


사진제공=WKBL

아산 우리은행은 한국 여자농구 역사에서 2010년대 '난공불락'의 팀으로 자리매김했다. 다른 팀들과 큰 차이를 보이는 월등한 경기력으로 WKBL판을 완벽하게 지배했다. 내리 5시즌 연속 정규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우리은행이 10경기를 남기고 일찌감치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27일 삼성생명을 86대67로 누르고 24승1패를 마크, 승률 9할6푼으로 압도적인 성적으로 2016~2017시즌 삼성생명 여자농구대회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WKBL이 단일리그를 도입한 후 25경기(시즌 35경기) 최소 경기만의 우승 기록이다. 2012~2013시즌부터 다섯 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이다. 이번 우승으로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에 직행, 통합 우승 5연패에 도전하게 됐다.

우리은행은 이번 시즌 더 강력해졌다. 인천 신한은행에 단 한 번 진게 유일한 패배였다. 우리은행의 믿기 어려운 독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진제공=WKBL
위성우의 혹독함

우리은행의 한 수 다른 경기력은 혹독한 훈련에서 나온다. 서울 장위동 우리은행 체육관에 가본 전문가들은 우리은행의 실전에 맞먹는 강한 훈련에 놀란다. 이번 우리은행에 합류한 외국인 선수 모니크 커리는 "우리은행의 훈련은 다른 팀의 3배 수준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정말 많이 달린다"고 말한다.

위성우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후 지금까지 우리은행의 훈련은 변함이 없다. 달리기가 기본이자 핵심이다. 공 없이 달리고, 공 갖고 달리고, 패턴 연습하며 달린다. 달리기는 시즌 전 뿐만 아니라 시즌 중에도 똑같이 한다. 우리은행 선수들이 실전에서 다른 팀 선수들 보다 많이 움직이면서도 덜 지치는 건 평소 달리기에 익숙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위 감독은 코트에서 선수들을 매섭게 몰아친다. 그는 "선수들의 긴장이 풀어지면 안 된다"고 말한다. 월등히 앞서 있는데도 그의 표정은 못마땅하다. TV 중계 카메라가 있는 경기 때의 모습은 많이 순화된 것이다. 장위동 코트에선 '여기가 정규리그 5연패를 한 팀인지 맞나'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분위기가 살벌하다. 위 감독은 패턴 연습을 할 때 선수들의 움직임이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경우 감정을 숨기지 않는다. 베테랑 임영희 양지희 커리 등 고참 신인 토종 외국인을 가리지 않고 질책하고 성에 찰 때까지 반복 훈련시킨다. 이번 시즌 경기 도중 코뼈가 휘는 부상을 당한 임영희가 후배의 팔에 코를 맞고 쓰러졌는데도 임영희를 코트 밖으로 물리고 훈련을 강행했다.


사진제공=WKBL
박혜진의 발전


위 감독의 강한 훈련을 통해 '여전사'로 거듭나고 있는 선수가 박혜진이다. 그는 2015~2016시즌에 찾아온 고비를 힘겹게 넘겼다. 공격 본능을 잃어버리고 안주하고 있었다. 위 감독은 그런 박혜진을 강하게 몰아쳤다. 수차례 면담 과정에서 박혜진은 펑펑 울었다.

박혜진은 이번 시즌 이승아(임의탈퇴)와 이은혜(부상)가 빠진 상황에서 포인트가드 역할을 했다. 가장 많은 928분 동안 뛰었고, 경기당 평균 13.24득점을 올렸다. 토종 선수 중 공헌도(785점) 1위를 달리고 있다. 박혜진은 매우 적극적으로 변했다. 코트에서 표정이 밝아졌다. 팀 선배 임영희 양지희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게 기대지 않고 스스로 팀을 이끌고 나가려고 한다.

존쿠엘 존스의 탁월함

외국인 선수 존쿠엘 존스(23·일명 J.J)는 우리은행이 이번 시즌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트리고 독주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장신인 존스(1m98)는 상대 골밑을 장악했다. 존스는 공헌도(856점) 평균 득점(15.96점) 평균 리바운드(12.68개) 평균 블록슛(2.92개) 등에서 1위다.

존스는 큰 키와 빠른 움직임으로 우리은행 공격 옵션을 더 쉽고 효율적으로 만들었다. 박혜진은 "J.J가 오면서 포스트에 공을 편하게 넣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WNBA 코네티컷에서 식스맨이었던 존스는 우리은행에서 주전으로 많은 시간을 출전하면서 기량이 올라갔다. 존스는 위 감독의 주문을 스펀지 처럼 잘 흡수하고 있다.

조화롭다

그러나 모두가 주인공일 수는 없다. 최고참 임영희(37)는 코뼈 부상에도 투혼을 발휘하고 있다. 경기당 평균 13득점으로 나이와 상관없이 제몫을 해주고 있다. 커리는 짧은 출전 시간(평균 15분18초)에도 경기당 평균 9.72득점을 해주었다.

양지희는 무릎과 허리 부상에서 시즌 초반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로 인해 팀 동료들에게 마음에 빚을 졌다. 시즌 중반 돌아온 그는 미안함의 눈물을 흘렸고 차츰 경기력을 끌어올리며 챔피언결정전에 준비하고 있다.

식스맨 최은실은 깜짝 활약으로 우리은행이 힘들 때마다 비타민 같은 역할을 했다. 그의 3점슛으로 우리은행은 고비를 여러 차례 넘겼다.

여기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전주원 코치와 박성배 코치다. 스타와 무명으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어온 두 코치는 위 감독의 부족한 부분을 잘 메워주었다. 3명의 대화를 듣고 있으면 감독과 코치의 선을 넘지 않으면서도 매우 소통이 잘 된다는 느낌을 받는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핵꿀잼' 펀펌+'핵미녀' 디바 스포츠조선 바로가기[스포츠조선 페이스북]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