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분석] 하승진과 에밋? 변수는 전태풍 김민구이었다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6-03-19 19:08


KCC 하승진과 에밋, 그리고 전태풍의 모습. 사진제공=KBL

KCC가 기선을 제압했다.

KCC는 19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7전4선승제) 1차전에서 오리온을 82대76으로 눌렀다.

너무나 궁금했던 맞대결. 용호상박. 하승진과 허버트 힐을 중심으로 한 골밑. 여기에 절대적 에이스 안드레 에밋. KCC이 정통농구의 원천이다.

애런 헤인즈를 중심으로 가드 조 잭슨. 그리고 이승현 김동욱 최진수 허일영 문태종 등 국가대표 부럽지 않은 포워드진. 오리온 스몰볼. 스페이싱 농구의 핵심이었다. 두 팀이 만났다. 당연히 어떤 상황에서 어떤 용병술을 쓰느냐가 관건.

1쿼터=버림의 미학

경기 전 KCC 추승균 감독은 "이승현을 비워두겠다. 얼마나 던지겠나. 많이 던져봐야 5개"라고 했다. 이승현은 하승진이 마크한다. 기동력에서는 이승현이 단연 앞선다. 미스매치가 생긴다. 이승현의 외곽포는 인정하겠다는 의미.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경기 전 구체적 얘기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1쿼터 들어서면서 확연히 보이는 부분. 일단 에밋을 김동욱이 마크했다. 그리고 하승진은 이승현이 막았다.

이때 나머지 선수들의 움직임이 중요했다.


일단 하승진이 공을 잡는 순간, 헤인즈는 반대편 골밑 절묘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정희재는 신경쓰지 않았다. 게다가 이승현은 사력을 다해 하승진을 밀어내고 있었다.

또 하나, 에밋이 공을 잡으면 두 명의 선수가 트라이앵글을 형성하고 함정을 파고 있었다. 에밋의 공격 지점을 보면 플레이오프에서 3점슛과 함께 골밑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트라이앵글로 선 함정에 들어서는 순간, 오리온은 급격히 에워쌌다.

결국 이 부분 때문에 KCC는 1쿼터 3분부터 쿼터 종료까지 단 1점도 넣지 못했다. 반면, KCC는 이승현의 돌파와 거기에 따른 유기적 움직임으로 KCC의 수비진을 파괴했다. 2분27초를 남기고 조 잭슨과 장재석이 나왔다. B 플랜이 있다는 것은 KCC에 비해 오리온에 가장 큰 강점. 잭슨이 4득점, 결국 오리온의 16-7 리드. 기선 제압은 완벽한 오리온의 몫이었다.

2쿼터=위기가 찬스였다

이승현과 헤인즈의 절묘한 2대2가 나왔다. 18-7.

그런데 KCC의 반격이 이어졌다. 허버트 힐이 공격 리바운드를 잡은 뒤 쉽게 골밑 득점에 성공했다. 에밋이 돌파 후, 김효범의 3점포가 터졌다. 그리고 에밋이 슛이 림을 맞자, 하승진이 팁-인에 성공했다.

KCC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 나오는 장면. 여기에 5분27초를 남기고 에밋이 3점포를 터뜨리면서 결국 22-20으로 역전.

오리온은 1분27초부터 약 4분 간 득점이 없었다. 여기에는 조 잭슨의 부진이 있다. 잭슨은 부진할 때의 패턴을 이어갔다. 1쿼터 막판 4득점을 올린 기세를 몰아 자신의 돌파력을 이용, 미드 레인지 점프슛을 쐈지만, 실패.

이후 손쉬운 골밑슛까지 놓쳤다. 잭슨의 원활한 패스 보급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오리온은 순간적으로 포워드진의 활용이 전혀 되지 않았다. 결국 오리온 추일승 감독은 잭슨을 이현민으로 교체했다.

KCC는 공격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전태풍과 김태술의 더블 가드를 사용했다. 하지만 이때부터 다시 오리온의 반격이 시작됐다.

이현민의 절묘한 어시스트를 이승현이 골밑으로 들어가면서 그대로 얹어 넣었다. 문태종이 미스매치를 이용, 미드 레인지 점프슛. 이승현의 3점포가 터졌다. 오리온 포워드진의 두텁움이 KCC의 더블 가드를 압도했다. 여기에 헤인즈의 득점과 문태종의 속공 3점포까지 터졌다. 하승진이 체력 조절을 위해 벤치에 앉은 상황. 확실히 오리온의 풍부한 포워드진을 이용한 미스매치 공격은 날카로우면서도 조직적이었다. 결국 34-26, 8점 차 오리온의 리드로 전반이 끝났다.

3쿼터=조 잭슨 빛과 그림자

경기 전 KCC 추승균 감독은 "기세가 중요하다. 다소 무리하더라도 1, 2차전 총력전을 펼쳐야 한다"고 했다. 이 의미는 하승진이나 전태풍이 출전 시간을 극대화하겠다는 뜻.

강력한 골밑을 중심으로 오리온의 수비를 공략하겠다는 의미. 그런데 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일단 기동성이 완전히 떨어진다. 미드 레인지 지역에서 수비 약점도 있다. 즉, 가위-바위-보 게임이 시작됐다는 의미.

힐이 골밑에서 연속 4득점을 올렸다. 확실히 묵직했다. 34-38, 4점 차까지 따라왔다. 하지만 오리온 역시 헤인즈가 미드 레인지에서 점프슛을 성공시키며 응수했다. 이때 전태풍이 3반칙, 파울 트러블에 걸렸다. 조 잭슨의 매치업 상대가 김태술이 됐다. 이때부터 잭슨은 바스켓 카운트와 결정적 3점포 2방을 꽂았다. 반면, KCC는 하승진의 공격 리바운드에 의한 2득점 뿐이었다. 에밋이 자신의 장기인 골밑 돌파로 반칙을 얻으면서 '3점 플레이'.

하지만, 오리온의 포워드진은 너무나 두터웠다. 문태종이 정면 3점포를 꽂은 뒤 공격 리바운드 과정에서 얻은 반칙으로 자유투 2개를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때 파울 트러블이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잭슨이 허버트 힐의 골밑 슛을 무리하게 블록하다 파울, 4반칙. 헤인즈는 3반칙. 하지만 KCC 역시 하승진이 전반 15분19초를 포함, 을 뛰었다. 결국 3쿼터 막판 벤치행.

에밋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두 차례의 점프슛으로 4득점. 하지만 오리온은 이승현이 24초 제한시간이 거의 다 된 시점에서 던진 미드 레인지 점프샷이 림을 통과했고, 잭슨이 또 다시 2득점을 보탰다. 결국 59-54, 5점 차의 오리온 리드. 여전히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전반적으로 오리온이 KCC의 핵심인 하승진과 에밋을 적절히 막으면서 분위기를 주도하는 모습.

4쿼터=의외의 반전

4쿼터 시작. 김동욱의 3점포가 터졌다. 오리온 포워드진의 최대 강점이 또 다시 빛나는 순간.

하승진의 골밑 공격과 에밋의 득점으로 62-58, 4점 차 오리온의 리드. 이때 매우 상징적인 장면이 나왔다. 오리온이 무려 3차례가 넘게 공격 리바운드를 차지한 뒤 끝내 이현민의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득점에 성공한 것.

이 부분은 이번 시리즈 최대 변수다. 3쿼터까지 KCC의 리바운드는 28개. 반면 오리온은 31개였다. 리바운드 숫자에서 오리온이 앞섰다. 더욱 중요한 부분은 오리온의 공격 리바운드가 15개나 된다는 점이다.

즉, 하승진과 힐이 버틴 골밑은 강하지만, 리바운드 범위는 넓지 않다. 이 부분을 오리온의 높이를 지닌 포워드진들이 적극적인 공격 리바운드로 공략한 것이다.

하지만, 이때부터 KCC의 무시무시한 뒷심이 발휘되기 시작했다. KCC는 김민구를 투입했다. 그리고 에밋의 돌파에 의한 외곽 공간을 창출했다. 김민구가 3점슛 2방을 터뜨렸다. 그는 국가대표 음주운전 사고 이후 가벼운 징계 이후 코트에 복귀했다. 64-64, 동점이 됐다. 이때 김민구와 문태종의 신경전이 벌어졌다.

오리온이 다시 2득점. 하지만, 이때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 전태풍의 3점포 시도에 이현민의 반칙을 지적한 것이다. 손이 약간 닿았다는 휘슬. 결국 KCC는 전태풍의 자유투 3개로 전세를 뒤집었다.

전태풍은 또 다시 깨끗한 미드 레인지 점프슛으로 KCC 상승세를 연결했다. 반면 오리온은 잭슨이 또 다시 무리한 공격을 남발했다. 이 틈을 타 에밋과 하승진의 깨끗한 2대2 플레이가 터졌다. 에밋이 속공과 서커스 슛으로 오리온 수비를 초토화시켰다. 결국, 오리온의 경기 내용은 훌륭했지만, KCC의 뒷심이 무시무시했다. 초반 오리온의 강력했던 수비가 체력이 떨어지면서, 약간의 틈을 허용한 부분이 강하게 작용했다. 2차전은 21일 오후 7시 전주에서 열린다. 전주=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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