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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승, 완패.
25일 열린 안양 KGC와 서울 삼성 썬더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96대71. KGC의 대승.
깜짝 수비 전술
KGC가 2011~2012 시즌 당시 최강팀이던 원주 동부 프로미를 꺾고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 있었다. 바로 깜짝 지역방어. 젊은 선수들을 앞세운 강력한 대인방어로 시즌을 치렀던 KGC. 1차전까지 지역방어를 들고 나오지 않았다. 1차전을 졌다. 당시 동부의 3-2 드롭존이 화제를 모았던 때다. 그런데 2차전 2쿼터부터 KGC 이상범 감독은 깜짝 3-2 수비를 지시했다. 이에 당황한 강동희 감독이 정신을 차리지 못했고 결국 시리즈 전체가 KGC로 넘어갔다. 강 감독이 이 수비를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준비하지 못했었다.
KGC와 삼성의 1차전 역시 마찬가지. 오세근이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막았다. 정상적이라면 찰스 로드가 막아야 한다. 김승기 감독의 작전이 기가 막혔다. 오세근은 무릎이 좋지 않아 활동 반경이 좁다. 대신 힘은 쓸 수 있다. 골밑에 진을 치고 있는 라틀리프를 오세근이 힘으로 최대한 밀어낸다. 그 대신 로드는 골밑 여기저기서 적극적인 도움수비와 블록슛에 가담한다. 삼성의 핵심인 라틀리프가 아무 것도 할 수 없게 만들어놨다. 이는 삼성의 4번 김준일, 에릭 와이즈의 외곽슛이 없다는 것을 감안해 만들어낸 수비 전술이다. 이들이 외곽에서 공을 잡아도 로드는 수비에 나가지 않고 라틀리프쪽을 경계했다. 무모하게 골밑으로 들어오면 응징의 블록슛을 선사했다. 김 감독이 말한 "단기전에서 꼭 필요한 게 뭔지 나는 알고 있다"에 딱 들어맞는 회심의 카드였다.
어떻게 마리오 리틀을 조련했나
KGC 승인 중 또 하나 중요했던 것이 바로 마리오 리틀이다. 리틀은 3점슛 3개 포함, 22득점 6리바운드 2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하며 팀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리틀은 정규시즌 리틀이 아니었다. 머리를 빡빡 밀고 나오더니, 플레이까지 달라졌다. 군더더기가 없었다. 난사도 없었다. 딱 자신이 외곽슛을 던져야 하는 순간만 영양가 있는 슛을 던져줬다. 3점슛 4개 시도, 3개 성공. 그렇다면 3점슛으로만 주야장천 득점을 쌓던 리틀이 나머지 득점은 어떻게 올렸나. 적극적인 돌파와 속공 가담으로 팀 플레이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수비에도 열심히 가담했다. 3블록슛 기록이 이를 증명한다. 전반 라틀리프의 골밑슛을 달려들며 블록하는 장면이 압권이었다.
리틀이 이렇게만 플레이 한다면, KGC는 우승도 할 수 있다. 사실 리틀의 플레이는 KGC 플레이오프의 최대 변수였다. 리틀이 팀플레이 없이 지나친 난사를 한다면 단기전 독약이 될 수 있었다. 외국인 선수를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바꿔놓을 수 있는 건 감독의 능력이라고 봐야 한다.
전성현 나오면 좋다고 했는데
KGC의 깜짝카드 슈터 전성현. 전성현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에어볼을 날리며 걱정을 사게 했다. 하지만 이게 웬일. 공만 잡으면 기계처럼 외곽슛을 날렸다. 3점슛 11개를 던져 4개를 성공시켰다. 성공률로만 따지면 순도가 좋지 않다. 하지만, 경기 초반 흐름을 가져와야 할 때마다 정확한 슛을 날려줬다.
전성현의 슛이 들어갈 때마다 삼성 선수들은 힘이 빠질 수밖에 없었다. 김승기 감독은 전성현 카드의 성공을 시작 전부터 확신했다. 이상민 감독은 "나오면 땡큐"라고 맞받아쳤다. 이렇게 사전 분위기가 조성된 상황에서 이 선수의 활약 여부가 경기를 뛰는 선수들 심리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었다.
경험이 중요한 단기전. 이 감독이 그런 계산을 했던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경기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슛이 1~2개 터지기 시작했다면 이에 대한 대비책도 분명히 있었어야 한다. 하지만 전성현에 대한 대비책이 특별히 없었고, 전성현에게 얻어맞고 다른 선수들에게도 얻어맞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말았다.
결국 단기전은 준비의 차이다. 삼성도 분명 평소의 KGC에 대해 많은 준비를 했을 것이다. 결국 질적 차이다. KGC에서 평소 볼 수 없던 모습에 이상민 감독의 입술은 타들어가기만 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