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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비스가 외국인 선수 1순위로 리오 라이온스를 선택했을 때, 확실히 다크호스처럼 보였다.
그런데 시즌 전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약간 마뜩치 않는 부분이 있었다. "뭔가 부족하다"라는 얘기를 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와 문태영이 빠진 모비스는 올 시즌 골밑 파워가 많이 약해졌다. 함지훈이 있지만, 우승권으로 가기는 부족하다.
하지만 유 감독이 지적한 부분은 약간 다른 부분이었다. 그는 "라이온스가 전투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어떤 전투력이냐'고 묻자, "이기려는 강인함이 약간 부족하다. 그런 부분을 느낀다"고 했다.
2000년대 후반부터 모비스는 승부처에서 특유의 '바닥치기'를 한다. 수비를 할 때 앞선 가드진들이 일제히 두 손으로 바닥을 친 뒤 자세를 낮추고 집중하는 모습을 표현한다. 최근에는 전자랜드에서 많이 나온다.
물론 단순한 바닥치기가 팀 수비력을 끌어올린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하지만 여기에는 많은 순기능이 있다. 일단 심리적 요인이다. 수비 집중력을 배가시키기 위한 '자기 최면'이다. 자연스럽게 수비 집중력이 배가될 확률이 높은 제스처다. 상대팀에게는 어느 정도 압박으로 다가온다. 게다가 팀 분위기 자체가 약간 달라지는 효과도 있다. '모든 선수들이 승리를 염원한다'는 점이 강조되는 동작이다.
흔히 끈적한 팀 컬러, 집중력 높은 플레이는 객관적 전력을 상쇄할 수 있다는 한다. 실전에서 가지고 있는 객관적 전력보다 3~5점 정도는 플러스 요인이 된다.
즉, '승리를 염원하는 적극적 자세'는 매우 추상적이지만, 실제 경기력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런 분위기를 만드는 것은 사령탑에게 가장 중요한 일 중 하나다. 여기에는 빠질 수 없는 요소가 있다. 외국인 선수가 함께 해야 한다.
하지만 팀 조직력이 약한 팀들은 외국인 선수와 토종 선수가 따로 노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으로 지난 시즌 LG 데이본 제퍼슨처럼 소속팀 뿐만 아니라 리그에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행동을 하는 선수가 나오기도 한다.
물론 라이온스는 매우 준수한 외국인 선수다. 내외곽의 고른 기량을 가지고 있고, 좋은 테크닉을 지닌 선수다. 유 감독은 "라이온스가 좋은 외국인 선수인 것은 맞다.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라면서도 "라이온스의 약간 부족한 강인함을 표현하긴 쉽지 않다. 승부처에서 자신이 잘하는 플레이 뿐만 아니라 팀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라는 노력이 약간 부족하다고나 할까"라고 했다.
라이온스는 아킬레스건이 파열됐다. 사실상 시즌 아웃이다. 모비스는 대체 외국인 선수 아이라 클라크를 데려왔다. 2005년부터 KBL 리그를 경험한 불혹의 베테랑 외국인 선수다.
클라크의 가장 큰 강점은 항상 성실하면서도 좋은 몸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좀 더 세부적으로 특유의 성실함을 바탕으로 팀에 필요한 일을 해준다는 데 있다.
국내에서 '시계형님'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있는 클라크는 올 시즌 외국인 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선택받지 못했다. 하지만 대체 외국인 선수가 필요할 때 후보 0순위였다. 결국 지난 시즌 우승반지를 함께 꼈던 모비스에 다시 돌아왔다.
모비스는 표면적으로 "대체할 만한 외국인 선수가 마땅치 않다. 지난 시즌 모비스에서 뛴 경험이 있기 때문에 리그에 적응을 빨리할 것"이라고 이유를 말했다.
하지만, 모비스가 그에게 바라는 부분은 좀 더 구체적이고 깊다.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는 선수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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