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힘이 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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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국내 스포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감독들이나 선수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해당 시즌에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사실상 그들이 하는 멘트는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열심히 뛰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가 우승하겠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국내 스포츠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창의력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이날 미디어데이는 조금 달랐다. 신한은행 사령탑 정인교 감독이 의미심장하게 던진 한 마디 멘트에 인터뷰장이 술렁거렸다. 애매한 단어가 문제였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이 정 감독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 것.
현역 시절 '사랑의 3점슈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 감독이 대뜸 '사랑의 힘'을 언급하자 미디어데이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더군다나 그 '사랑의 힘'이라는 게 크리스마스와 남자친구의 사이에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라고 하니 취재진과 선수들 그리고 감독들까지 '빵' 터졌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서동철 감독이다. 서 감독은 "마침 그 소식을 들은 하나외환 박종천 감독님이 대뜸 'KB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왜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졸지에 '사랑의 힘'이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 감독은 크리스마스가 남자친구와 과도한 애정행각(?)에 몰두하면 체력이 소진돼 경기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던 것이다.
이런 야릇한 분위기의 정점은 신한은행 주장 최윤아가 찍었다. 최윤아는 "(사랑의 힘)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분명 제 몫을 해줄 거에요"라고 했다. 주장으로서 당연한 신뢰감. 그런데 곧바로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숙소 아래층에 바로 김단비가 살아요. 감시 잘 하라고 해야겠어요"라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냈다. 최윤아의 마지막 말에 장내는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