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KBL 미디어데이를 후끈 달군 "사랑의 힘"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12 16:42


"사랑의 힘이 뭔가요?"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시티에서 2014-2015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신한은행 최윤아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여자프로농구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 현장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런데 약간 다른 의미에서 후끈했다.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 컨벤션센터 파인룸. 정규시즌 우승팀 우리은행과 2위 신한은행, 그리고 3위 KB스타즈의 감독과 주장, 대표선수들이 나와 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소감과 우승을 향한 다짐 등을 밝혔다. 우리은행의 3연패 도전과 이를 막기 위한 다른 두 팀의 신경전은 치열했다.

하지만 딱히 새로울 건 없었다. 국내 스포츠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감독들이나 선수들이 하는 얘기는 대부분 비슷하다. 해당 시즌에 특별한 이슈가 없으면 사실상 그들이 하는 멘트는 '그 나물에 그 밥'인 경우가 많다.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열심히 뛰어서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가 우승하겠습니다." 남녀를 불문하고 국내 스포츠선수들의 인터뷰에서 창의력은 그다지 찾아볼 수 없다.

그런데 이날 미디어데이는 조금 달랐다. 신한은행 사령탑 정인교 감독이 의미심장하게 던진 한 마디 멘트에 인터뷰장이 술렁거렸다. 애매한 단어가 문제였다. 플레이오프에서 만나는 KB스타즈 서동철 감독이 정 감독과 전혀 다른 방향으로 해석하면서 흥미로운 장면이 연출된 것.

정 감독은 팀의 외국인 선수 크리스마스의 활약을 기대한다며 이런 말을 했다. "시즌 내내 체력적으로 많은 부담이 있었을 것이다. 그나마 최근 남자친구가 한국에 들어와서 많이 위로해주는 것 같아 다행이다. 플레이오프 전날에 돌아가지만, 어쨌든 '사랑의 힘'을 믿어보겠다."

현역 시절 '사랑의 3점슈터'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정 감독이 대뜸 '사랑의 힘'을 언급하자 미디어데이 현장은 웃음바다가 됐다. 더군다나 그 '사랑의 힘'이라는 게 크리스마스와 남자친구의 사이에서 생기는 시너지 효과라고 하니 취재진과 선수들 그리고 감독들까지 '빵' 터졌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것은 서동철 감독이다. 서 감독은 "마침 그 소식을 들은 하나외환 박종천 감독님이 대뜸 'KB의 승리를 축하한다'고 하시더라. 왜 그러시는지는 잘 모르겠지만(웃음), 나도 그렇게 되길 바란다"고 맞받아쳤다. 졸지에 '사랑의 힘'이 야릇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서 감독은 크리스마스가 남자친구와 과도한 애정행각(?)에 몰두하면 체력이 소진돼 경기력이 떨어지는 시나리오를 바라고 있던 것이다.


이런 야릇한 분위기의 정점은 신한은행 주장 최윤아가 찍었다. 최윤아는 "(사랑의 힘)이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크리스마스는 분명 제 몫을 해줄 거에요"라고 했다. 주장으로서 당연한 신뢰감. 그런데 곧바로 "그리고 크리스마스의 숙소 아래층에 바로 김단비가 살아요. 감시 잘 하라고 해야겠어요"라며 거침없는 입담을 뽐냈다. 최윤아의 마지막 말에 장내는 다시 한번 웃음바다가 됐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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