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유재학 감독, 왜 라틀리프를 MVP로 밀까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5-03-03 14:59 | 최종수정 2015-03-03 14:59


"그렇게 꾸준한 선수가 어딨습니까."

남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종료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미 6강 플레이오프 진출팀들이 모두 확정됐고,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도 결정됐다. 남은 이슈는 SK와 동부 중에 어떤 팀이 2위를 차지하느냐 정도. 사실상 이제부터는 플레이오프 모드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위와 3위를 달리고 있는 울산 모비스와 원주 동부의 2014-2015 프로농구 경기가 10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라틀리프가 동부 김주성, 사이먼에 앞서 리바운드를 잡아내고 있다.
원주=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5.02.10/
현 시점에서 관심이 집중되는 분야는 팀 성적이나 순위가 아닌 개인타이틀이다. 신인왕과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두 분야는 현재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고 있다. '절대강자'가 없는 상황. 신인왕 분야에서는 오리온스 이승현과 삼성 김준일이 박빙 접전이다. 현장에서는 "누가 받더라도 이상할 게 없다"며 두 선수 모두 뛰어난 기량으로 주목할 만한 퍼포먼스를 펼쳤다는 걸 인정하는 상황.

그런데 MVP 분야는 현재 대략 3파전으로 전망되고 있다. 일단 모비스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야전사령관' 양동근과 외국인 선수 리카르도 라틀리프, 그리고 후반기 LG의 대약진을 이끈 외국인 선수 데이본 제퍼슨에게 관심이 쏠린다. 보는 관점에 따라 이들에 대한 호불호, 그리고 평가는 미묘하게 갈리고 있다.

하지만 정규리그 우승을 따낸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생각은 명확하게 정리돼 있다. 제퍼슨보다는 양동근이나 라틀리프가 훨씬 MVP에 적합하고, 또 둘 가운데 한 명을 택하자면 라틀리프의 손을 들어줄 만하다는 것.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속담이 있지만, 유 감독의 평가는 그런 차원은 아니다. 명확한 기준이 있다. 일단 제퍼슨에 대해 후한 평가를 하지 않은 건 '꾸준함'이나 '성실성'의 척도에서 문제가 있었기 때문. 유 감독은 "집중력을 갖고 경기에 임하는 제퍼슨은 분명 리그 최고의 기량을 지닌 선수다. 제퍼슨의 활약으로 LG가 강팀의 면모를 되찾은 건 사실"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이렇게 꼬집었다. "하지만 제퍼슨이 그런 모습을 보인 게 과연 몇 경기인가. 기분에 따라 경기력에 기복이 많지 않았나.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다."

결국 꾸준함이라는 면에서 제퍼슨은 일단 양동근이나 라틀리프에 비해 한 수 아래라는 평가다. 그렇다면 양동근과 라틀리프 중에서는 누구를 더 선호할까. 유 감독은 잠시 고민을 하다가 "물론 두 명 다 받았으면 좋겠다. 하지만 굳이 한 명을 꼽자면 라틀리프를 택하고 싶다"고 했다.

양동근보다 라틀리프를 택한 이유는 안쓰러움 때문이다. 유 감독은 "라틀리프는 지난번 올스타전때도 MVP를 아쉽게 못 탔지 않았나.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인다. 그리고 양동근은 이미 여러번 받았으니까…"라며 라틀리프에 무게를 실어줬다.


물론 유 감독이 MVP 선정에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MVP가 리그 최고의 기량을 보여주면서 동시에 팀에도 알찬 기여를 한 선수라고 한다면 분명 유 감독의 평가는 객관적으로 음미해볼 필요는 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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