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한 이상민 감독, 삼성농구에 봄이 올까

노주환 기자

기사입력 2014-12-24 08:44


누가 이상민을 이렇게 힘들게 만드나.
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이상민 삼성 썬더스 감독(42)이 사령탑 첫 해에 혹독한 겨울을 맞고 있다. 팀 성적은 바닥에 머물러 있다. 좀 처럼 위로 치고 올라가지 못한다. 긴 연패 이후 우여곡절 끝에 승리, 그리고 다시 연패 시작, 이런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급기야 23일 인천 전자랜드전에선 46대100으로 역대급 졸전 패배를 당했다. 무려 54점차가 났다. KBL 역사에 한 줄을 남겼다. 한 경기 최다 점수차 패배.

삼성은 시종일관 끌려갔다. 점수차는 시간이 갈수록 벌어졌다.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 리오 라이온스는 20득점으로 자기 몫을 했다. 김준일의 컨디션이 안 좋았다. 2득점에 그쳤다. 가드 이정석과 이시준이 무득점.

반대로 전자랜드 선수들은 생기가 넘쳤다. 김지완이 21득점으로 삼성 가드진을 농락했다. 리카르도 포웰(15득점 12리바운드)과 테렌스 레더(14득점 10리바운드)가 나란히 더블더블을 기록했다. 한 경기에서 두 명이 더블더블을 기록하는 것도 흔치 않은 일이다. 전자랜드는 5명이 두자릿수 득점을 기록했다. 전자랜드는 점수차가 크게 벌어졌지만 악착같이 끝까지 경기를 지배했다. 지난 16일 삼성 원정에서의 패배를 되갚아주려고 작정한 것 같았다.

이상민 감독의 표정은 넋이 빠진 것 같았다. 이런 경기는 난생 처음이라고 했다. 이상민 감독은 선수 시절 이기는데 익숙했다. 역대 최고의 가드 중 한명으로 꼽힌다. 영리한 플레이와 잘 생긴 얼굴로 수많은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다. 그 인기는 지금도 여전하다.

하지만 지도자 이상민에게 이번 2014~2015시즌은 가혹하다 못해 참담하다. 전문가들은 시즌 전 삼성의 전력을 높게 평가하지 않았다. 천하의 이상민이라고 해도 삼성의 전력으로는 좋은 성적을 내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전체 1순위 외국인 선수를 뽑는 행운이 돌아갔다. 또 토종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 김준일을 뽑은 것도 희망을 갖게 했다. 이상민 감독은 빠르고 재미있는 농구를 펼쳐보이겠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시즌의 반환점을 돈 지금,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삼성은 전자랜드전에서 확인된 것 처럼 수비가 약하다. 10개 팀 중 경기당 평균 실점이 81점이다. 유일하게 실점이 80점대다. 실점이 가장 적은 팀은 동부(68점)다. 이 정도 수비를 해서는 상대를 이기지 못한다는 걸 이상민 감독이 너무 잘 알고 있다. 그는 수비 패턴에 대해 선수들에게 여러 차례 강조하고 주문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코트에서 선수들은 그런 수비 전술 대로 움직이지 못한다. 이 감독은 선수들의 자존심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 선수 탓을 하지는 않는다. 선수들은 준비가 덜 돼 있다. 몸이 반응하지 않는다. 전문가들은 시즌이 한창인데 이걸 훈련을 통해 개조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삼성은 23일 현재 30경기를 치렀다. 앞으로 24경기가 남았다. 7승23패. 승률 2할3푼3리. 6강 마지노선에 있는 KT KGC와는 6게임차다. 아직 봄농구를 포기할 시점은 아니다. 삼성의 지난 시즌 최종 성적은 19승35패(승률 3할5푼2리)로 8위였다. 삼성은 지난 시즌 말미에 김동광 감독이 자진 사퇴했고, 김상식 감독대행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삼성 농구는 전통의 명가로 불린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 강하다는 느낌을 못 주고 있다. 조금씩 전력이 계속 약해졌다. 국내 농구가 처한 현실을 감안하면 팀 리빌딩 작업이 간단치 않다. 또 시즌 중에 손을 댈 수 있는 방법도 많지 않다. 초보 사령탑 이상민 감독에겐 질책 보다 힘을 실어주는 게 맞다. 대신 삼성 구단은 선수단의 색깔을 바꾸는 개혁 작업을 준비해야 한다. 어떻게든 바꾸지 않으면 밝은 미래는 없을 것이다. 지금의 선수를 뜯어고치든지 아니면 팀에 꼭 필요한 선수를 영입해야 한다. 삼성의 이름값 때문에라도 지금 처럼은 안 된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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