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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과 감독대행. 두 글자 더 붙어있는 단어 차이지만, 그 실질적 차이는 실로 엄청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재 상황에서 감독대행 체제가 득이 될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프로답지 않은 구단 수뇌부만 이를 모르고 있는 듯 하다.
단순히 오세근 포함, 양희종 박찬희 등 국가대표 선수들을 보유하고도 성적이 나지 않는다고 비난하는 수준이 아니었다. 최근 야기된 이동남 감독대행에 대한 외부의 흔들기. 모두 사실이다. 감독 자리가 욕심나는 고참급 지도자 출신 인사들이 호시탐탐 이 감독대행의 자리를 노리고 있다. 심지어 일부 해설위원들은 KGC가 경기에서 패하면, 이 감독대행의 작전이 잘못됐다며 비난하기에 바쁜 것을 여러차례 볼 수 있었다. KGC 뿐 아니라 농구 관계자들은 "해설을 듣고 있으면 기가 찰 정도"라고 했다. 본인들이 감독 자리를 노리는지, 아니면 다른 지인의 사주를 받았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해설위원으로서 중립적으로 상황 설명을 할 의무를 저버린 것은 문제다.
문제는 감독을 하고 싶은 인사들의 욕심이 아니다. 아마추어 같은 KGC 구단, 그리고 모그룹의 구조가 문제다. 이전 담배인삼공사에서 KGC로 민영화 됐다. 하지만 말이 민영화지, 회사 체계는 기존 공사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있다. 예를 들면, 전 대통령과 KGC 사장은 같은 학교 출신. 그런데 농구단 감독은 같은 학교가 아니었다. 그 이유로 그룹 고위층에서 그 감독을 불편해한다는 얘기가 공공연히 들릴 정도였다. 이런 분위기의 공사에서 프로구단을 운영하면, 종목을 막론하고 그 분위기는 비슷하다. 프로구단은 의무로서 운영하는 것이지, 크게 관심이 없다. 적당한 사회 공헌 차원으로 생각한다. 때문에, 그룹 고위층에서 프로구단 감독 1명 낙하산으로 내려보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떤 감독이 팀을 지휘하든, 어떤 성적이 나든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KGC 감독직을 노리는 인사들도 정치적인 힘을 이용해 구단이 아닌 그룹쪽으로 줄을 대고 있다고 알려졌다. 그래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사람들 모두 노장 지도자들이다. 젊은 지도자들은 그 정도 '작업'을 할 인맥도, 힘도 부족하다.
이렇게 보면, 누가 봐도 이 감독대행이 곧 팀을 떠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하고 무리한 시도를 하게 될 수밖에 없다. 후배를 응원하지 못할 망정, 욕심을 내는 이들도 문제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현재의 구단 시스템이 더 문제다. 프로구단의 제 1 미덕은 승리다. 그리고 경기력이다. 당장, 시즌을 대행체제로 치르는 것은 엄청난 손해다. 어떤 선수가 곧 떠날 것만 같은 감독대행을 무한히 믿고 따르겠는가. 그리고 불안한 감독대행 입장에서 온전히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을까. 심지어는 심판 판정에서도 손해를 보는게 다반사다. 심판도 감독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유일한 감독대행이 가장 만만하다.
이렇게 온전히 농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놓고서, 국가대표 선수들을 데리고도 성적이 나니, 안나느니 하는 내-외부의 시선이 있어 문제다. 이는 프로가 아니다. 이런 힘겨운 상황에서도 선수단은 "6강에 꼭 가겠다"라며 투혼을 불태우고 있다. 그룹, 구단이 6강 이상의 좋은 성적을 기대한다면, 이제라도 생각을 고쳐먹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대행 꼬리표를 떼주고 선수단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 지금의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