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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호 비장의 히든카드 변형 1-3-1, 그 실체는?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6-20 09:18


진천선수촌에서 대표팀 훈련을 지휘하고 있는 유재학 감독. 사진제공=KBL

'귀화선수 불발', '김민구 음주운전'. 두 가지 악재가 겹쳤다.

하지만 유재학 호는 굳건하다. 추상적인 느낌이 아니다. 17일부터 이틀간 지켜본 남자농구 대표팀 훈련과정을 면밀히 살펴본 결과가 그랬다.

유재학 감독은 흔들리지 않았다. 대표팀 코칭스태프들도 "민구 사건이 일어난 뒤 하루 이틀 동안 선수들에게 심리적 동요가 있었지만, 이내 차분히 자기가 할 것을 한다"고 했다.

지난해 필리핀 아시아선수권대회. 한국의 조직수비는 아시아권 경쟁팀을 확실히 압도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들고 나간 기습적 골밑 트랩 디펜스는 경기를 치를수록 위력을 더했다.

철저한 준비의 산물이다. 하지만 여전히 테크닉과 조직력을 갖춘 이란과 필리핀의 장벽을 넘을 수 없었다.

이틀동안 대표팀 훈련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1-3-1 지역방어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이란전에서 사용했던 지역방어다. 하지만 이번에는 좀 다르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팀컬러가 철저하게 녹아있는 변형 1-3-1이다. 더욱 인상적인 부분이 있다. 실전 그 이상의 대표팀 훈련이다. 프로농구 플레이오프전을 연상케하는 격렬함과 긴장감이 있었다. 대표팀 선수 개개인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치열함이 녹아 있다.


대표팀 선수들이 트랩디펜스를 펼치고 있는 장면. 사진제공=KBL
변형 1-3-1, 왜 대표팀의 히든 카드인가

대표팀의 기본적 틀은 아시아선수권대회와 변함이 없다. 강력한 수비가 기본이다.


하지만 팀 컬러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12명의 선수를 풀 가동한다. 40분 내내 상대를 압박한다. 김종규 장재석 이종현 김주성 등 빅맨들의 외곽 수비를 적극적으로 주문한다. 풀코트 프레스와 스위치 디펜스의 완성도를 높히기 위해서다. 아시아선수권대회 4강 필리핀전에서 상대의 2대2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던 약점을 보완하고 기본적인 수비 내공을 높히기 위한 조치다.

변형 수비전술은 또 다른 의미다. 이미 한국의 트랩 디펜스는 아시아권에서 경계대상이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에서 상대팀이 또 다시 당한다는 보장이 없다. 볼을 투입한 뒤 효과적인 포메이션으로 약속된 플레이를 한다면 충분히 깨뜨릴 수 있는 것이 골밑 트랩 디펜스다.

중요한 것은 접전 상황에서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 디펜스다. 유재학 감독은 선택은 '변형 1-3-1'이다.

유 감독은 "지역방어는 기본적으로 2-3와 함께 1-3-1을 연습하고 있다"며 "승부처에서 1~2차례 유용하게 써 먹을 수 있는 카드"라고 했다.

좀 특이하다. '1-3-1 지역방어'는 3점 라인 중앙에 1명,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 부근)와 로 포스트(골밑)에 각각 1명씩, 그리고 좌우 45도 지점에 1명씩을 배치한다. 위에서 보면 1-3-1의 대형으로 서 있기 때문에 붙여진 지역방어다. 기본적으로 맨 중앙에 위치하는 하이 포스트에는 빅맨이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로 포스트에는 활동력이 좋은 파워포워드가 위치한다.

강점과 약점이 극단적이다.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트랩 디펜스를 펼치기에 유용한 전술이라는 점. 게다가 상대 돌파와 양쪽 사이드를 제외한 외곽슛을 저지하는데 유용하다. 하지만 양쪽 사이드에 슛 찬스가 많이 열리고, 골밑이 약화된다는 약점이 있다. 골밑에 있는 파워포워드가 양쪽 사이드를 모두 커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 감독은 개념을 바꿨다. 하이 포스트에 빅맨 대신 슈팅가드를 배치했다. 그리고 사이드로 공이 이동되면 골밑의 파워포워드가 아닌 슈팅가드가 이동해 커버한다. 반대편 사이드로 공이 갈 경우 로테이션으로 하이 포스트 슈팅가드와 3점슛 중앙 부근의 포인트가드가 위치를 바꾸며 커버한다.

이 경우 1-3-1 지역방어의 약점인 양쪽 사이드가 오히려 트랩 디펜스를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유 감독은 "상대의 공격 조직력에 따라 1-3-1 지역방어에서 트랩이 들어갈 것인지, 아닌 지 신호를 준다"고 했다. 확실히 유 감독이 생각하고 있는 변형 1-3-1 지역방어는 상대를 대표팀의 체력전과 트랩 디펜스로 유인할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 게다가 쉴 새 없이 트랩이 들어갈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공격적인 수비를 더욱 날카롭게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오게 된다. 세계선수권대회와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유재학 호의 비장의 히든 카드다.


장재석과 김종규의 치열한 1대1 장면. 사진제공=KBL
유일한 선발 기준-자신의 한계를 넘어라

대표팀 훈련은 매우 치열하다. 훈련 시간은 짧은 편이다. 오전 2시간, 오후 2시간 정도다. 근데 강도는 매우 높다.

현 시점에서 대표팀은 4대4 실전훈련을 많이 한다. 1시간 안팎으로 진행되는데, 계속적인 풀 코트 프레스를 해야 한다. 5대5를 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5대5보다 더욱 많은 활동량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유 감독은 "4대4가 되면, 5대5는 더욱 쉽게 된다"고 했다. 단 한 순간이라도 상대를 떨어뜨려 놓으면 예리한 코칭스태프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17일 훈련에서 나온 대표적인 두 장면을 보자. 양희종이 양동근을 막고 있었다. 약간 느슨했다. 이상범 코치는 "붙어, 붙으라고" 소리쳤다. 순간을 파고들어 양동근이 손쉽게 골밑돌파에 성공했다. 그러자 유 감독은 양희종을 불러세워 상세한 이유를 설명했다. 최진수가 최준용을 막고 있었다. 순간적으로 느슨하게 따라갔다. 그러자 유 감독은 최진수를 불러세운 뒤 "수비에 열정이 없다. 기본적으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수비의 기본 자세에 대해 지적했다. 수비에 있어서 기술보다 의지가 최진수에게 더 필요하다고 판단한 유 감독의 질책이다.

아시안게임은 병역혜택이 달려있다. 물론 대표팀에 남아있길 원하는 가장 강력한 요소다. 하지만 그것 뿐만 아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도 젊은 선수들은 경쟁에 매우 열정적이었다. 유 감독의 족집게 지도를 바탕으로 자신의 기량이 한단계 성장한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다. 때문에 대표팀 실전훈련은 매우 인상적이다. 7월에 있을 공개 평가전에서 수준높은 농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유 감독은 "아시아선수권대회는 잠재력과 가능성을 많이 고려해 선발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때문에 실전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가 유일한 기준"이라고 했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는 단편적이지 않다. 김태술은 손가락 부상을 입고 있다. 3~4주 이후 대표팀에 복귀할 수 있지만, 유 감독은 확실히 선을 그었다. "일단 훈련을 소화하고 극복한 선수가 우선적으로 뽑힐 것이다. 김태술에게도 얘기했다. 이해한다고 하더라"고 했다. 대표팀 선발의 의 정확한 원칙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런데 그 이전에 한 가지 가정이 있었다. 유 감독은 김태술의 대표팀 복귀에 대해서 "지금 상황에서 김태술이나 기존 가드들이나 대표팀 시스템에서 보면 쓰임새는 비슷하다"고 했다. 그는 "김태술의 경우 상대의 지역방어를 깨는 가장 강력한 카드다. 하지만 힘으로 압박하는 가드에 대한 대처능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즉, 2011년 말 벌크업에 성공했던 김태술이었다면 얘기가 달랐을 것이다. 상대의 몸싸움을 이겨낼 수 있었다면, 유 감독은 여전히 김태술 카드를 버리지 않았을 것이다.

유 감독은 선수들마다 다른 평가를 한다. 두부를 칼로 자르듯 예리하면서도 명확한 평가다. 장재석에 대해서 "센스도 있는 편이고, 높이와 스피드를 함께 갖췄다. 하지만 여전히 세부적인 테크닉이 부족하다"고 했다. 최진수에 대해서는 "저 높이에 슈팅능력은 국제무대에서도 통한다. 문제는 수비다. 기본적인 수비 스텝이 엉망이다. 개선 과정을 지켜보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유일한 극찬을 받는 선수는 고려대 이승현이다. 유 감독은 "원래 좋은 선수였다. 지난해 대표팀에서 탈락시킨 이유는 외곽 3점포와 외곽수비에 대한 준비가 돼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두 가지 숙제를 모두 훌륭히 했다. 매우 성실하다. 이런 선수를 뽑지 않으면 지도자 자격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이승현은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대표팀 승선이 확실시 된다.

그런데 단지, 이승현의 성실함과 두 가지 숙제를 했기 때문일까. 아니다. 중요한 것은 두 가지 과제를 극복하면서 이승현을 실전에 써 먹을 수 있는 여지가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의 경쟁상대인 중동국가는 힘이 좋으면서 내외곽을 휘젓는 포워드 요원들이 많다. 이란의 니카 바라미(1m98)가 대표적인 선수다. 유 감독은 "이승현이 외곽수비능력이 좋아지면서, 바라미같은 선수들을 4~5분동안 맨투맨으로 막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 즉, 실전카드로 쓸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승현이 대표팀에 들어갈 수 있는 가장 정확한 이유.

그런 점에서 김종규와 이종현의 비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유 감독은 "김종규는 투박하다. 이종현은 센스가 매우 뛰어난 선수다. 영리하다. 그러나 김종규는 발전의지가 많다. 이종현은 그다지 많지 않다"고 했다. 잠재력만 놓고 보면 이종현이 더욱 대성할 가능성이 높다는 뉘앙스.

유 감독은 "김종규는 대표팀에서 배운 것을 계속 해보려 한다. 자신의 틀을 깨뜨리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종현도 대표팀에서는 지시한대로 잘 움직인다. 하지만 소속팀 경기에서는 여전히 똑같다"고 했다. 이종현이 대학 최고의 센터인 것은 분명하다. 프로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기량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아시아 무대를 잡을 수 있는 기량을 갖춘 것은 아니다. 여전히 부족한 부분이 많다. 지난해 이미 대표팀 코칭스태프들은 모두 '올해 많이 좋아졌지만, 지난해 이종현의 대표팀 훈련태도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 대표팀이 수비로 팀컬러를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확실한 공격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뽑혔지만 기량 자체에는 모두 약점이 많이 있다. 특히 골밑 공격은 기대하기 힘든 수준이다. 때문에 앞으로 얼마나 자신의 한계를 얼마나 극복하느냐가 대표팀 승선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이승현이 대표적인 첫번째 예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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