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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전자랜드를 완파했다.
●1쿼터-후안 파틸로(KT)
3차전 초반 분위기는 너무 중요했다. 1승1패지만 전체적으로 KT의 분위기가 밀리는 상황. 젊은 전자랜드 선수들의 사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뛰어난 개인 득점력을 지녔지만, 미묘한 분위기와 팀동료를 이용하는 플레이는 약하다. 그런데 KT의 물러설 수 없는 분위기와 전자랜드 리카르도 포웰의 약한 수비력과 맞물려 위력을 발휘했다. 시작하자 마자 득점에 성공한 파틸로는 계속적인 돌파와 중거리슛으로 전자랜드 수비진을 헤집었다. 게다가 2차전 전자랜드 최대강점인 터프한 수비를 KT가 '복제'한 듯 했다. 전자랜드는 다소 집중력이 떨어진 공격을 펼쳤다. 쉽게 쉽게 슛을 시도했지만, 성공률이 극히 낮았다. 결국 15-8, KT의 리드. 파틸로가 선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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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전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물론 전태풍 조성민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불안한 선수는 오용준 김우람"이라고 했다. 전자랜드는 전태풍과 조성민에 수비가 집중된 상태. 그런데 의외의 오용준과 김우람에게 허를 찔리면 수비를 하기가 너무나 힘들어진다는 의미.
2쿼터 KT의 공격루트는 의외의 곳에서 튀어나왔다. 송영진이었다. 1분46초, 송영진은 3점포를 가동했다. 22-10 KT의 리드.
정병국의 3점포 2방으로 20-29로 전자랜드가 추격하자, 송영진은 또 다시 좌중간에서 3점포를 터뜨렸다. 세 가지 의미가 있었다. 일단 송영진의 매치업 상대인 포웰이 쉽게 도움수비를 가지 못한다는 것. 두번째로 전자랜드의 수비 시스템에 충분히 혼란을 줬다는 점. 마지막으로 경기 매니지먼트에 영향을 줬다. 이날 전창진 감독은 전반전 전태풍(전반 출전 15분5초)을 아꼈다. 대신 2차전까지 투입하지 않았던 김현중을 내보냈다. 체력전에서 앞선 전자랜드와의 후반 뒷심싸움을 고려한 비장의 수.
이 경우 공격력 약화가 불가피했다. 하지만 송영진이 귀중한 3점포 2개를 가동했다. 공격력 약점을 보강하면서, 전태풍을 후반에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또 하나, 특유의 거친 몸싸움으로 기싸움의 선두에 섰다. 2쿼터 중반 포웰의 저돌적인 골밑돌파를 온 몸으로 저지한 상징적인 장면이 있었다. 결국 전반은 36-22, 14점 차 KT의 리드. 송영진의 고군분투가 KT에 엄청나게 유리한 흐름을 가져다줬다. 시리즈 전체를 봐도 그랬다.
●3쿼터-조성민(KT)
기로에 섰다. KT는 전자랜드의 숨통을 끊을 수 있었다. 14점 차에서 20점 이상 벌어지면 사실상 승부는 일찌감치 마감될 수 있었다. 양 팀 벤치 모두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전자랜드의 저항은 거셌다. 조성민에 대한 견제는 극에 달했다. 전자랜드 차바위는 강하고 위력적인 수비를 했다. 자리다툼을 하다 더블 파울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조성민은 44-27로 앞선 3쿼터 4분19초, 3점포를 터뜨렸다. 집중견제를 뚫고 자그마한 약점을 놓치지 않은 3점포. 연이어 포스트 업으로 골밑 득점까지 성공. 3쿼터 중반 조성민의 연속 5득점은 전자랜드 추격의 맥을 효율적으로 끊었다. 결국 51-31, 20점 차 KT의 리드.
조성민이 숨을 고르기 위해 벤치에 들어오자, 전자랜드는 거센 추격을 했다. 결국 56-40으로 3쿼터 종료. 전자랜드 추격을 조성민이 중요한 순간 끊었다. 하지만 전자랜드 역시 추격의 맥이 끊어지는 마지노선에서 겨우 살아남았다. 4쿼터 추격할 수 있는 미약하나마 의미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4쿼터-조성민(KT)
플레이오프에서 조성민이 성장한 부분. 수비수의 견제 속에서도 자신의 득점을 만들 수 있는 능력. 가장 돋보이는 부분. 하지만 가장 강렬한 인상은 확실히 경기를 지배할 수 있는 확고부동한 에이스가 됐다는 점이다.
결자해지였다. 4쿼터 초반 지루한 수비전. 전자랜드가 이어가던 미약한 희망. 조성민이 완벽하게 끊었다. 경기종료 5분45초를 남기고 자유투 2개. 그리고 36초 뒤에 3점포를 가동했다. 수비수가 집중견제했지만, 막을 수 없는 플레이. 사실상 이 득점으로 전자랜드는 경기를 사실상 포기했다.
3차전을 잡으면서 KT는 2승1패의 유리한 고지에 섰다. 조성민의 강력한 에이스 본능과 송영진의 헌신이 만들어낸 반전. 게다가 KT는 김현중 김종범 김현수 등 백업멤버를 적극 활용하면서 이겼다. 앞으로 체력전에서도 전자랜드에 밀리지 않을 가능성까지 보여줬다. 분위기는 180도 변화됐다. 부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