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수' 유재학 감독도 막지 못한 LG의 신바람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4-03-07 20:53



'만수' 유재학 감독도 막지 못한 LG의 신바람이었다.

LG가 모비스를 대파하고 정규리그 우승을 눈앞에 뒀다. LG는 7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열린 모비스전에서 문태종과 데이본 제퍼슨의 활약을 앞세워 80대67로 완승, 9일 KT전에서 승리를 거두게 될 경우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됐다.

10연승의 모비스, 11연승의 LG. 그리고 우승 결정전.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다. 모비스 유재학 감독 LG 김 진 감독의 지략대결로도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경기는 예상 외의 싱거운 승부였다.

결국, 유재학 감독의 승부수가 통하지 않았다. 유 감독은 경기를 앞두고 "LG는 빠른 공격과 외곽 3점포가 무서운 팀이다. 주득점원 데이본 제퍼슨의 수비도 신경을 써야 하겠지만 외곽 수비를 신경쓰기 위해 제퍼슨을 집중수비하는 것을 자제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시 말해, 제퍼슨에게 줄 점수는 주더라도 다른 토종 선수들의 득점을 막아 상대 득점을 최소화 하겠다는 의도였다.

제퍼슨은 국내 리그에서 뛰는 외국인 선수 중 1대1 공격 등 기량만 놓고 보면 최고 수준의 선수. 자신보다 키가 큰 로드 벤슨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를 상대로도 자유자재로 공격을 했다. LG 김 진 감독은 1쿼터부터 극단적인 전술을 사용했다. 나머지 4명의 선수는 모두 외곽으로 빠지고 계속해서 제퍼슨의 1대1 공격을 주문했다. 유 감독은 공언한대로 제퍼슨에 대한 더블팀 없이 1대1 수비만을 지시했다. 실점을 해도 고개를 끄덕이며 괜찮다고 했다.

문제는 이 선택이 초반 분위기 싸움에서 LG쪽에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것이다. 사실 경기 전 젊은 선수들이 많아 경험이 부족한 LG가 초반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예상됐는데, 제퍼슨이 종횡무진 활약하며 경기가 대등하게 풀리자 LG 선수들이 한결 편한 마음으로 경기를 뛸 수 있었다. 또, 2쿼터부터는 제퍼슨의 활약 덕에 모비스의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지며 토종 선수들에게도 많은 기회가 생기게 됐다. 자신감을 가진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공격을 시도했다. 득점분포를 보면 제퍼슨은 2쿼터 3득점을 하는데 그쳤지만 문태종 8득점, 기승호 5득점, 조상열 3득점, 김시래 2득점 등 코트에 선 선수들의 득점이 고르게 터지며 LG의 분위기가 완전히 살아나게 됐다. 젊은 팀의 걱정거리였던 경험 부족 이면에 한 번 분위기를 타면 누구도 말릴 수 없다는 강점이 숨어 있었다. 그렇게 2쿼터 종료 후 스코어는 40-28로 벌어졌고, 기세를 탄 LG를 모비스는 말릴 수 없었다.

모비스는 이날 공격에서도 많은 아쉬움을 드러냈다. 평소 선수 한두명에 의존하지 않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루트로 득점을 만들어온 유 감독의 전술이었지만 이날 경기에서는 유독 단순했다. 집요하게 상대 골밑을 노렸지만 번번이 공격에 실패했다. 문태영의 1대1 개인기에 의한 득점 말고는 다른 공격루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점수차가 벌어지며 모비스 선수들의 자신감 없는 슛이 이어졌다.

물론, 모비스도 챔피언팀으로서의 끈질긴 모습을 보여줬다. 4쿼터 종료 2분30여초를 남기고 20점이 넘는 점수차에서 10점차까지 추격에 성공했다. 눈에 보이는 점수는 10점이지만 4점차까지 패해도 괜찮았기에 끝까지 상대를 물고 늘어졌다. 하지만 차분하게 경기를 마무리한 LG의 경기력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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