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점 소녀' 하나외환 신지현, 여자농구 새 바람 일으킨다!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12-01 14:52


◇지난 25일 신한은행전에서 3쿼터 막판 골밑슛을 성공시킨 후 팀 선배인 김보미와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하나외환의 신예 가드 신지현. 사진제공=WKBL

'61점 소녀', 여자농구 새 바람 불어일으킬까?

깜찍한 외모에도 불구, 공을 치고 나오는 모습은 무표정이다. 상대팀의 노련한 가드의 치열한 밀착 마크에도 전혀 동요가 없이 하프라인을 가볍게 넘어선다. 찬스가 나면 어김없이 3점포도 쏘아댄다.

고등학교도 아직 졸업하지 않은 앳된 '낭랑 18세' 소녀, 하나외환의 신예 가드 신지현이 여자 농구계의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랜만에 걸출한 스타 탄생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달 열린 2014 WKBL 신인선수 드래프트를 통해 1순위로 하나외환에 지명된 기대주 신지현은 입단한지 채 한달도 되지 않은 지난달 22일 2013~2014시즌 여자 프로농구 정규리그 우리은행과의 경기를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비록 경기 결과가 어느정도 결정된 가운데 투입됐지만, 4개의 자유투를 모두 꽂아넣으며 데뷔골을 성공시켰다. 이어 25일 신한은행전에 나와 김지현 대신 포인트가드 역할까지 떠맡으며 3쿼터 막판 깜짝 골밑슛을 성공시켰다. 급기야 29일 신한은행과의 리매치에선 시소게임을 펼치던 2~3쿼터에 투입돼, 6분58초를 뛰며 3점포 1개를 꽂아넣기도 했다.

신지현은 이제 3경기에 나와 총 12여분밖에 뛰지 않았지만, 경기마다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특히 상대팀이 하프라인을 넘어오지 못하도록 전면 강압수비를 펼치며 2명씩 달려들어도 큰 무리없이 드리블을 치고 나오는 모습에선 나이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이 느껴졌다. 29일 신한은행전에서 노련한 외국인 가드 비어드가 끈덕지게 앞을 막아섰지만 가볍게 하프라인을 넘어서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하나외환 조동기 감독은 "'찌거덕 찌거덕' 하면서도 하프라인을 곧잘 넘는다. 상대팀이 전면 압박 수비를 했을 때 오히려 주전 가드 김지현보다 이를 돌파해내는 능력이 뛰어난 것 같다"고 흐믓한 미소를 지었다.

신지현은 '61점 소녀'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올 1월 경북 경산에서 열린 2013 WKBL 총재배 대회에서 선일여고의 에이스인 신지현은 대전여상을 상대로 무려 61점을 꽂아넣으며 농구계를 깜짝 놀래켰다. 이는 2005년 중고농구연맹이 전산화를 시작한 이후 남녀 통틀어 한경기 최다 득점 기록이다. 그만큼 신지현은 내외곽을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득점력과 뛰어난 경기 조율 능력, 어시스트, 리바운드 등 모든 기록에서 종횡무진 활약한 초고교급 선수였다.


하지만 여자농구에서 1년차 신예가 두각을 나타내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남자농구의 경우 대부분 대학교에서 4년간 주전으로 뛴 후 프로에 데뷔하기 때문에,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경우가 많다. 올 시즌만 해도 KCC 김민구, LG 김종규, 동부 두경민 등 신예 3인방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반면 고졸 선수가 대부분인 여자농구에선 프로와 고교의 실력차가 워낙 크기에, 신인 선수들은 최소 2~3년간 비주전으로 뛰며 출전시간을 늘려나간다. 지난 2006년 겨울시즌에 프로에 데뷔한 김정은(하나외환)이 20경기에 나와 11.8점을 기록한 것을 제외하곤 고졸 신인들이 경기당 10점 이상씩 넣은 경우는 없었다.

이런 가운데 신지현의 등장은 더없이 반가울 수 밖에 없다. 물론 아직 신지현이 갈 길은 멀다. 1m73으로 가드로선 좋은 신장이지만, 체격이 왜소해 파워가 떨어진다. 또 스피드도 빠른 편이 아니고, 드리블 폼도 아직 가다듬어야 한다. 스피드도 보강해야 할 요소.

하지만 어느 상황에서도 좀처럼 당황하지 않는 대담함, 그리고 뛰어난 슈팅감각 등은 큰 장점이다. 직접 맞상대를 했던 국내 여자농구 최고 가드 최윤아(신한은행)도 "신예임에도 불구, 상당히 침착할 것 같다. 무서운 것 없이 달려드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한국 여자농구를 대표할 가드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신지현을 높게 평가했다.

조동기 감독 역시 "수비 연습도 더 해야하고 패턴도 더 많이 숙지해야 한다. 박빙의 상황에서 투입하기에는 아직 부족하지만, 가드가 약한 우리팀의 여건상 계속 출전시간을 늘려갈 생각"이라며 "2~3년정도만 지나면 몰라보게 성장할 것이다. 대담한데다, 얼굴도 예뻐 스타성도 많다"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중상위권 팀들의 전력 평준화로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신지현과 같은 새로운 얼굴이 가세하면서 올 여자 프로농구는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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