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랜드의 숙명, 리빌딩과 피할 수 없는 성장통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3-11-07 01:03 | 최종수정 2013-11-07 07:27



지난 시즌 전자랜드의 선전은 감동적이었다. 모기업에서 경영난으로 운영에 난색을 표해 연맹의 지원을 받아 시즌을 치렀다. 다행히 올시즌엔 모기업 사정이 좋아져 정상적으로 구단이 운영되고 있다.

전자랜드는 지난 시즌 없는 살림에도 정규리그를 3위로 마감했다. 4강 플레이오프에서 모비스에 발목을 잡혔지만, 부족한 전력에도 유도훈 감독의 지휘 아래 하나로 똘똘 뭉쳐 소기의 성과를 냈다. 다른 팀들이 대형신인들을 얻기 위해 고의로 6강 플레이오프에서 탈락했다는 의혹을 받을 때에도 전자랜드는 묵묵히 최선을 다했다.

시즌 중반에 치러진 프로-아마 최강전 때는 프로팀 중 거의 유일하게 마지막까지 전력을 다해 준우승을 차지했다. 정규리그에 영향을 미치는 불완전한 컵대회에 다른 구단이 불만을 토로할 때, 전자랜드는 오직 구단 존속을 위해 우승컵을 향해 뛰었다.

이런 투혼 덕에 모기업이 다시 구단 운영 의사를 밝혔다. 모두 한시름 돌릴 수 있게 됐다. 유도훈 감독과 코칭스태프도 재계약을 마쳤다. 하지만 올시즌 전력은 예년만 못하다.

베테랑 강 혁이 시즌 종료 후 은퇴했고, 문태종은 FA(자유계약선수)로 이적했다. 좋은 시간을 함께 한 문태종을 꼭 잡고 싶었지만, 규정상 6억8000만원이라는 거액을 써낸 LG를 따라갈 수 없었다. 다른 선수들과 포지션이 겹친 가드 이현민은 오리온스로 트레이드시켰다.

그동안 전자랜드는 선수생활 말년을 향해 가는 서장훈과 문태종을 차례로 잘 활용했다. 신기성과 강 혁도 은퇴 직전 제 몫을 다해줬다. 그런데 이젠 이런 베테랑들이 없다. 팀에 30대 선수가 이현호(33) 주태수(31)와 외국인선수 리카르도 포웰(30) 밖에 없다. 젊어졌다.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베테랑들이 팀을 떠나면서 신인들이 빈자리를 채웠다. 팀 사정상 특별한 선수 보강은 없었다.

하지만 한층 젊어진 선수단엔 맹점이 존재한다. 바로 경험 부족이다. 특히 '4쿼터의 사나이'로 불렸던 문태종이 빠지자, 그 빈자리를 채울 만한 선수가 없다. 앞서던 경기도 경기 막판 뒷심 부족으로 내주는 일이 많다. 예전엔 에이스 문태종을 뒷받침하면 됐던 선수들은 이제 직접 해결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다.


유도훈 감독은 선수들의 성장을 누구보다 바라고 있다. 현재 전자랜드 선수단은 유 감독이 부임 후 3년간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젠 각자의 포지션에서 정상급으로 발돋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유 감독은 팀 성적 뿐만 아니라, 개인을 위해서라도 성장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선수들을 '농구 후배'로 지칭하면서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다.

올해 초 군에서 제대한 정영삼과 박성진 같은 경우엔 이제 기량을 만개할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유 감독은 이 둘에게 자기 포지션에서 'TOP5' 안에 들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선수생활에 터닝포인트를 맞이했기에 향후 프로 생활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도약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유 감독은 "우린 지금 하고 있는 외국인선수에서 파생되는 공격이 아니라, 점점 국내선수들에서 파생돼 외국인선수들도 받아먹는 공격이 이뤄져야 한다"며 "어느 선수든지 나가서 뭔가를 시도하려고 해야 한다. 책임감을 갖고 해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전자랜드의 리빌딩은 어쩌면 숙명일지도 모른다. 어려운 살림에도 최선을 다한 전자랜드, 올시즌 그들의 새로운 도전이 시작되고 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19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013 프로-아마 최강전 SK와 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이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잠실학생체육관=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3.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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