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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 우승했다고 모래알 조직력이란 말이 지워지는 건 아니다."
대행 꼬리표를 떼고 정식 사령탑이 된 첫 시즌이었다. 문 감독을 비롯해 수많은 SK 선수들이 "SK는 안돼"란 편견과 싸웠다. 문 감독이 감독상을 받은 뒤 "한 해 정규리그 우승했다고 모래알 조직력이란 말이 지워지는 게 아니다"라고 말할 정도다.
문 감독은 "올시즌은 상당히 행복한 시즌이었다. 운도 많이 따랐다. 감독상을 받게 된 것도 기적이다. 첫 해에 이런 큰 상을 받은 것도 영광인데 만장일치로 받았다니 몸둘 바를 모르겠다. 모든 게 선수들이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승인 유 감독이 문 감독에게 많은 숙제를 남긴 듯 했다. 문 감독은 험난한 비시즌을 예고했다. 지난해 팀 체질개선에 집중했다면, 마지막 챔피언 자리에 오르지 못한 그 부분을 채우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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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차 시즌에 당당히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한 김선형 역시 정식 사령탑 첫 해부터 모두를 놀라게 만든 문 감독과 묘하게 닮아 있었다. 김선형은 "우리가 정규리그에서 우승할 것이란 예상도 없었고, 제가 MVP를 받을 것이란 예상도 없었다. 그 모든 걸 깨서 의미가 깊다. 우릴 향한 '저 팀은 안 된다'라는 편견을 깬 것 같아 기쁘다"며 웃었다.
이제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통합 우승을 막아선 모비스다. 김선형은 "숙제가 많다. 내년 챔피언결정전에서도 꼭 모비스를 만나고 싶다. 깊은 가르침을 준 팀이다. 롤모델로 삼았던 (양)동근이형도 있는 팀이다. 확실히 올해 당한 걸 갚아주고 싶다는 생각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선형은 "반드시 정규리그보다 더 값진 통합우승을 해내겠다. 그리고 내년에 또 이 자리에 서고 싶다"고 했다. 편견을 깨트린 MVP의 당찬 포부였다.
신인상 최부경, "1순위 놓친 한 풀었다"
생애 단 한 번 뿐인 신인선수상을 차지한 최부경 역시 "한을 풀었다"고 했다. 그는 모교인 건국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신인왕의 영광을 안았다. 최부경에게 이 상이 남다르게 느껴진 이유는 분명했다. 바로 '2순위'의 신인왕 등극이었다.
최부경은 "정말 가고 싶었던 SK란 팀에 들어온 건 개인적으로 큰 복이었다. 하지만 전체 1순위의 영광을 건대 감독님과 부모님께 돌려드리지 못했다. 특히 건대에서 지금까지 1순위가 한 번도 안 나와 기대를 많이 하셨는데 그걸 풀어드리지 못해 죄송스러웠다"고 설명했다.
2013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는 모비스 김시래(LG로 트레이드 예정)의 몫이었다. 최부경은 대학 최대어로 1순위 지명이 예상됐지만, 빅맨보다는 가드가 필요했던 모비스는 김시래를 선택했다.
그는 "이제 신인상을 받아 그 한을 푼 것 같아 기쁘다. 하지만 신인상을 받았다고 결코 도태되거나 나태해지지 않을 것이다. 모비스와의 챔피언결정전 4경기를 통해 부족한 점을 절실히 깨달았다. 2년차 징크스란 말 듣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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