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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김선형(25)은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그는 프로 2년차 포인트 가드로 2012~13시즌 SK의 정규리그 우승을 이끌었다.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던 SK의 깜짝 우승 돌풍을 이끈 주인공이었다. 슈팅 가드에서 포인트 가드로 변신, SK를 '빠른 농구'로 변모시켰다.
김선형과 양동근은 지난해 함께 태극마크를 달았다. 둘은 서로 무척 친하다고 말한다. 소속팀이 다르지만 자주 연락을 주고 받는다. 후배는 국내 최고 포인트 가드인 선배에게 이것 저것 많이 물어본다. 김선형에게 양동근은 롤 모델이다. 선배는 상냥한 후배에게 같은 팀 동료도 아닌데 동생 처럼 노하우를 가르쳐 준다. 양동근은 김선형에게 무척 고마운 형이다.
김선형은 이번 챔피언결정전에서 굴욕적인 4연패를 당했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SK와 모비스가 팽팽한 접전을 펼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SK는 홈에서 벌어진 1,2차전에서 접전 끝에 분패했고, 원정 3,4차전에선 힘도 제대로 못 쓰고 주저앉았다. 모비스는 김선형을 현미경 처럼 해부했다. 정규리그 때 김선형이 잘 했던 플레이를 챔피언결정전에서 못하게 철저하게 막았다. 한마디로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그는 "다음 시즌은 올해 처럼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라며 "다음달에 미국으로 교육 훈련을 떠난다. 6월부터 본격적으로 몸 만들기에 들어간다. 내 단점이 드러났고, 그걸 보완해야 하는 숙제가 생겼다. 만약 통합 챔피언에 올랐고 MVP까지 받았다면 난 다음 목표의식이 떨어졌을 것이다. 오히려 잘 됐다"고 말했다.
김선형은 2012~13시즌 자신의 플레이에 대해 스스로 70점을 줬다. 정규리그 우승으로 만족할 만한 점수를 줬다가 챔피언결정전에서 팬들을 실망시키면서 많이 깎였다고 한다.
그는 "아쉬움은 없다. 오히려 홀가분하다.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았고 성장했다"면서 "다음 시즌에는 우리 SK가 시즌 전 예상 대로 흘러가서 좋은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더이상 돌풍이 아닌 한층 업그레이드된 SK의 경기력을 보여주겠다는 각오였다. 노주환 기자 nogoo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