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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농구팬은 이번 플레이오프 시리즈를 보고 모비스의 농구를 '만화같다'고 표현했다.
유 감독의 전술적인 탁월함이 실전에서 옮겨진 것은 캡틴 양동근(32·1m81)이 없으면 불가능한 부분이다.
그는 매우 특이한 선수다. 완벽한 코트의 교과서다. 프로선수로서 가장 완벽한 자기관리를 한다. 농구 뿐만 아니라 축구, 야구를 통틀어서 그렇다.
여기에 그는 올 시즌 또 다시 진화된 부분이 있다. 3차전 그의 모습을 자세히 주목해 보자. 유난히 바빴다. 반칙으로 인해 경기흐름이 끊어지면 곧바로 벤치의 유 감독에게 달려가 짧은 대화를 한다. 그리고 선수들을 모아 다시 지시를 내린다. 지금 펼치고 있는 전술이 맞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에 대한 유 감독의 짧은 지시를 선수들에게 다시 상기시키는 역할이다.
당연히 3차전에서 준비한 공수의 패턴이 더욱 정교하게 코트서 재현될 수밖에 없다. 코칭스태프나 팀의 입장에서도 커다란 이득이다. 경기 막판 작전타임이 없어 효율적인 공수의 지시를 못할 때가 많다. 양동근의 이런 움직임은 그런 위험성을 현저하게 낮춰준다. 이제 그는 모비스 유 감독의 복잡한 전술을 자기화함과 동시에 코트에서 팀동료들에게 전달시켜주는 역할까지 한다.
그의 자기관리가 여느 선수의 차원을 넘어선 엄청난 수준임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유 감독은 선수에 대한 평가가 냉정하다. 항상 포인트가드로서 양동근에 대해서는 '패싱센스가 떨어진다. 패스능력이 약하다'고 했다.
그런데 챔프전 우승을 결정지은 뒤 "양동근은 위대한 선수"라고 했다. 7시즌을 같이 뛰면서 이런 극찬을 한 적이 없었다.
결국 유 감독이 철저한 준비로 공수의 패턴을 펼칠 수 있는 밑바탕에는 양동근이라는 존재가 있다. 농구팬이 감탄하는 모비스 '만화농구'의 핵심은 양동근이다.
양동근은 "유 감독님은 저를 만들어주신 분이다. 농구에 관해서 우리 팀 선수들 모두 '신'이라고 생각한다. 지시한대로만 하면 이긴다"고 했다. 명장 밑에 명 선수다.
그가 2012~2013 챔프전 MVP로 뽑힌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양동근은 유 감독의 극찬에 대해 "위대하려고 노력한다"고 겸손해 한다. 절친한 SK 김선형에 대해서도 "나도 2005~2006시즌 챔프전에서 삼성에게 4전전패로 패한 적이 있다. 힘들지만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사랑하는 와이프와 아들 진서(5)와 딸 지원(3)이 사랑한다고 꼭 좀 써 주세요"라고 했다.
모비스는 컴퓨터 게임을 하는 듯한 완벽한 경기력을 보였다. 유 감독의 지략과 함께 코트 안의 또 다른 지휘자 양동근이 있었기 때문이다. 울산=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