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이유가 없다'던 추일승 감독이 잊은 한 가지, 경험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3-22 20:57


22일 오후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안양 KGC 인삼공사와 고양 오리온스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 2쿼터에서 KGC 이상범 감독과 오세근 김태술이 벤치에서 박수로 동료들을 격려하고 있다. 사진제공=KBL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은 22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KGC와의 6강 플레이오프 1차전을 앞두고 수위높은 발언을 쏟아냈다. 강한 자신감이었다. 추 감독은 "우리가 질 이유가 별로 없어 보인다"며 6강 상대 KGC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그런 추 감독이 잊은게 하나 있었다. 큰 경기에 대처하는 KGC 선수들의 노련함이었다.

추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KGC와의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압박수비로 밀어붙이겠다"는 KGC 이상범 감독의 말에 "별로 밀어붙일게 없어보이는데"라며 말문을 연 추 감독은 "분위기나 여러면을 봤을 때 우리가 질 이유가 없다. 우리 스스로 크게 실수만 하지 않으면…"이라는 말로 승리를 자신했다. 시리즈 전적 3-0 승리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도 "시간이 많이 없다"는 대답으로 그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거가 없지는 않았다. 오리온스는 6라운드에 무서운 기세를 보이며 정규리그를 마무리했다. 또, 부상선수가 많은 KGC와는 달리 전태풍, 김동욱 등 부상병들이 모두 돌아와 최상의 전력을 갖췄다. 선수 면면만 놓고 봤을 때는 오리온스가 앞선다는 평가도 많았다. 또, KGC 선수들의 주특기인 2대2 플레이에 대한 비책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기는 추 감독의 예상과 달리 KGC의 60대56 승리로 끝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추 감독이 잊은게 하나 있었다. 디펜딩챔피언 만이 가질 수 있는 큰 경기에서의 경험과 자신감이다. KGC는 지난 시즌 우승할 당시와 비교해 정상전력이 아니다. 오세근, 박찬희, 김일두가 없다. 하지만 큰 경기에서 주눅들지 않는 강심장이 살아있었다. 특히, 지난 시즌 우승 주역인 '빅3' 김태술-이정현-양희종의 플레이는 정규시즌과 다름 없이 차분했다. 김태술은 안정적으로 경기를 리딩했다. 3점차 리드의 경기 종료 18초 전, 영리한 돌파로 자유투를 얻어내며 승리에 쐐기를 박았다. 이정현은 중요할 때 해결사 역할을 해줬다. 코뼈, 손가락 부상으로 고전 중인 양희종은 기록에 나타나지 않는 수비로 투혼을 발휘했다.

이상범 감독의 용병술도 빛이 났다. 지역방어, 대인방어 등 다양한 수비전술을 변화무쌍하게 가동하며 상대 공격의 핵인 리온 윌리엄스를 완벽히 막아냈다. 윌리엄스는 이날 8득점에 그쳤다. 전태풍의 체력을 떨어뜨리기 위해 파이팅이 좋은 신인 김윤태를 선발출전 시킨 것도 좋은 선택이었다.

농구는 객관적 전력을 극복하기 가장 힘든 스포츠라고 알려졌다. 분명, 객관적 전력은 오리온스가 낫다고 봐도 과언은 아니다. 하지만 KGC에는 전력차를 극복할 수 있는 큰 경기에서의 경험이 있었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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