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마지막 혹은 첫 하이라이트', 여자농구 챔프전 개막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3-03-14 15:14



◇지난해 12월26일 열린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시즌 5번째 맞대결에서 우리은행 임영희가 삼성생명 박정은을 앞에 두고 점프슛을 날리고 있다. 사진제공=WKBL

'내 생애 마지막 혹은 첫번째 하이라이트.'

지난해 10월 개막해 6개월간 숨가쁘게 달려온 여자 프로농구가 15일부터 시작되는 우리은행과 삼성생명의 5전3선승제 챔피언 결정전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4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만년 꼴찌팀'으로 불렸지만 올 시즌 완전히 환골탈태를 하며 1위로 챔프전에 직행한 우리은행, 그리고 플레이오프에서 '만년 우승팀'으로 꼽히는 신한은행을 극적으로 꺾고 최후의 결전에 나선 삼성생명 모두 우승에 대한 열망은 간절하다.

두 팀은 2000년대 중반까지 우승을 양분했던 '농구명가'이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2006 겨울시즌, 삼성생명은 2006 여름시즌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후 지난해까지 6시즌동안 신한은행의 아성에 밀려 기를 펴지 못했다. 과거의 명성을 재점화시킬 절호의 기회다. 삼성생명은 역대 챔프전에서 5회, 우리은행은 4회 우승으로 신한은행(7번)의 뒤를 잇고 있다.

우리은행은 주장 임영희와 외국인 선수 티나 탐슨 등 두 노장이 박혜진 이승아 양지희 등 젊은 선수들을 이끌고 있다. 삼성생명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가 예정된 박정은, 주장 이미선 그리고 외국인 선수 앰버 해리스가 주축이다.

이 가운데 임영희와 박정은, 티나와 해리스는 똑같은 포지션으로 매치업 상대이면서도 묘한 대비를 이룬다. 임영희와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로 꼽히는 해리스는 생애 첫 하이라이트를, 박정은과 백전노장 티나는 생애 마지막 하이라이트를 노리고 있다.

임영희는 올 시즌 2라운드 MVP가 생애 첫 수상일 정도로 전형적인 대기만성이다. 하지만 젊은 팀 동료들에 뒤지지 않는 체력을 바탕으로 절정의 슛 감각을 뽐내며 팀을 시즌 1위로 올려놓았다. 정규리그 MVP로 유력한 상황이다.

박정은은 은퇴 경기를 챔프전 우승으로 장식하겠다고 싶다는 말을 평소에도 버릇처럼 했다. 그런데 정작 '명품 포워드'로 불리며 국가대표 부동의 주전으로 뛰었던 박정은이지만 정규리그나 챔프전 MVP를 수상한 적은 없다. 시즌 최종전에서 여자농구 역대 최초로 3점슛 1000개를 달성했던 박정은으로선 평생의 바람대로 우승과 MVP를 함께 수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두 명의 경쟁만큼이나 주목되는 것은 티나와 해리스의 맞대결이다. 두 외국인 선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반드시 득점을 해주는 전형적인 '타짜'이다.

티나는 미국 여자프로농구(WNBA)에서 최다 득점과 최다 출전시간을 보유할 정도의 백전노장이다. 반면 해리스는 WNBA 2년차에 접어드는 식스맨에 불과하다. 하지만 팀 공격의 60~70% 이상을 책임질 정도로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특히 준PO와 PO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를 압도하는 기량을 뽐냈다.

일단 정규시즌에서는 해리스가 티나의 '이름값'에 위축되는 플레이를 보였다. 두 선수가 모두 나선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4승1패로 앞서는 이유다. 다만 시즌 마지막 맞대결에서 해리스는 31득점을 쏟아부으며 27득점의 티나를 눌렀다. 비로소 티나 공략법을 알게된 해리스가 자신감을 갖게 된 대목이다.

물론 임영희나 박정은 모두 "MVP와 같은 개인상은 생각할 겨를이 없다. 무조건 팀 승리가 우선"이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하이라이트를 받는 선수가 많은 팀에게 당연히 승리가 주어진다. 승패만큼이나 MVP 대결이 주목되는 이유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