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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열린 여자 프로농구 준플레이오프에서 삼성생명은 KB국민은행을 이틀 연속 물리치며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하지만 삼성생명의 고민은 여기서 시작된다. 해리스가 '원맨쇼'를 펼치고 있는 사이 국내 선수들이 이렇다 할 활약을 펼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2일 열린 1차전에선 박정은이 3점슛 3개를 비롯해 17득점을 올리며 힘을 보탰다. 하지만 2차전에선 해리스를 제외하곤 두자릿수 득점을 올린 선수가 없었다. 15개의 리바운드와 5개의 어시스트로 3개 부문에서 단연 팀내 최다였다.
하지만 이에 아랑곳 하지 않고 해리스는 준플레이오프에 들어와서도 종횡무진 코트를 누비고 있다. 물론 여기에는 박정은 이미선 김계령 등 백전노장 3인방의 역할이 크다. 워낙 경험이 풍부, 해리스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는 플레이를 한다.
문제는 해리스가 막히면 별다른 대안이 없다는 것. 즉 해리스가 '양날의 검'이 되고 있는 셈이다. 준플레이오프에선 KB의 대체 외국인 선수 사샤 굿렛이 전형적인 골밑 플레이어이다 보니 해리스의 스피드를 따라잡지 못했고, 주전 센터인 정선화가 부상으로 2경기 모두 나서지 못하면서 해리스는 마음대로 골밑을 휘젓고 다닐 수 있었지만 플레이오프 상대인 신한은행은 다르다.
일단 외국인 선수 애슐리 로빈슨이 몸싸움에 강하면서도, 스피드가 빠르다. 또 풀타임으로 뛰기는 힘들지만 국내 최장신 센터인 하은주가 버티고 있는데다 곽주영과 선수민 등 힘이 좋은 파워포워드가 뒤를 받치고 있다. 해리스를 집중 마크할 수 있는 자원이 풍부하다. 해리스는 올 시즌 신한은행과의 5경기에 나왔는데, 이 가운데 20득점 이상을 올린 3경기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신한은행이 해리스의 수비에 골몰하는 이유다.
결국 삼성생명이 신한은행의 벽을 넘기 위해선 해리스가 막혔을 경우 이를 풀어줄 수 있는 공격 루트가 절실하다. 1차전에서 좋은 활약을 펼쳤던 박정은이 바로 다음날 2차전에서 슛 적중율이 현저히 떨어졌던 것은 체력 문제였다. 즉 일정이 빡빡한 단기전에선 이선화 이유진 박태은 고아라 홍보람 등 젊은 선수들이 뒤를 받쳐야 한다.
이호근 감독은 "해리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슈터이기에 플레이오프에서도 경기당 25득점 이상씩 기록할 것으로 기대한다. 공격에 갑자기 변화를 주기는 힘들다"며 "결국 승리하기 위해선 젊은 선수들 가운데 적어도 한 명 이상이 터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정인교 SBS ESPN 해설위원은 "해리스가 평균 이상의 득점을 해줄 수는 있겠지만, 그것만으로는 이기기 힘들다. 준PO에서의 삼성생명 국내 선수들의 경기력이라면 신한은행을 넘기 힘들다"며 "결국 국내 선수들이 맞붙는 앞선에서의 매치업이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