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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이 6라운드 전승을 언급한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전태풍 김동욱 최진수 등 이른바 오리온스 빅3는 어떤 팀과 맞붙어도 경쟁력있는 라인업이다.
추 감독이 지난 2월28일 KCC전을 승리로 이끈 뒤 "6라운드 전승이 목표"라고 했다. 선수단에도 주문했다.
하지만 오리온스는 여전히 부족했다. 정확히 말하면 김동욱과 전태풍이 문제였다.
오리온스는 '전태풍 딜레마'가 있다. 수비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 체력적인 부담이 많다. 비 시즌동안 훈련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장들의 경우 비시즌 동안 더 많은 노력을 해야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때문에 오리온스는 항상 두 명의 가드를 투입하는 경우가 많다. 전태풍의 수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다. 화려한 테크닉은 여전하지만, 따져보면 팀 공헌도는 많이 떨어진다.
상대팀에서도 상대하기가 편해진다. 공격에서도 문제가 발생한다. 내구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안정적인 게임리드를 할 수 없다. 활동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공백을 김동욱이 맡는다. '포인트 포워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다재다능하다. 외곽포, 골밑돌파, 패스능력이 모두 수준급. 게다가 골밑에서 버티는 힘도 강하다. 함지훈을 1대1로 제대로 맡을 수 있는 선수다. 때문에 오리온스는 FA로 함께 풀린 이동준을 포기하고 김동욱에게 무려 4억5000만원이라는 연봉을 줬다.
문제는 그의 경기내용이다. 1일 고양 모비스전에서 그는 속 빈 강정같은 플레이를 했다. 이날 그는 18득점, 5리바운드, 2어시스트, 3스틸을 기록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너무나 다재다능하다.
그런데 1쿼터 모비스에게 리드를 내주는 과정에서 1대1 공격을 많이 했다. 슛 셀렉션이 너무 좋지 않았다. 당연히 성공률이 떨어졌고, 모비스의 기세만 높혀주는 결과를 낳았다. 결국 오리온스는 1쿼터 11-30으로 끌려갔다. 한 팀의 에이스라면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거기에 맞게 공격의 성공률을 높혀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만 에이스다. 하지만 김동욱은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다.
2쿼터 김동욱은 8득점을 몰아넣으면서 기세를 올렸다. 하지만 이번에는 수비가 문제였다. 그가 매치업을 했던 모비스 박종천은 길게 길게 돌아서 나와 외곽슛 찬스를 만들었다. 김동욱은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 박종천이 3점슛 6개 중 4개를 몰아넣었다. 무려 24득점을 했다. 모비스 함지훈이 빠진 상황이었다. 게다가 오리온스 최진수도 불과 17분만을 소화했다. 그랬다면 김동욱이 골밑의 밸런스를 맞춰줄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전혀 그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체력적인 부담 때문이다. 결국 에이스로서 면모는 전혀 없었다.
고교시절부터 항상 '게으른 천재'라는 얘기를 들었던 김동욱이다. 하지만 프로에서 보여준 것이 별로 없다. 그도 이제 한국나이로 32세다. 체력 부문에서 경쟁을 갖기 위해서는 훈련의 강도를 당연히 더 높혀야 한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 못했다. 최진수는 어깨부상으로 들쭉날쭉한 상황.
결국 두 베테랑들이 해줘야 한다. 하지만 그런 준비를 하지 못한 것 같다. 결국 오리온스는 함지훈이 빠진 모비스에게 80대87로 졌다. 한 때 18점차까지 뒤진 완패였다.
오리온스의 두 에이스에게는 화려함이 아닌 실속이 필요하다. 두 베테랑의 각성이 필요하다. 이대로라면 플레이오프에서 오리온스는 가망이 없다. 고양=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