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도훈 감독의 '무한배려'로 부활한 전자랜드 카스토

이원만 기자

기사입력 2013-02-18 16:03


17일 오후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2012-2013 프로농구 전주 KCC와 인천 전자랜드의 경기가 열렸다. 전자랜드 카스토가 덩크슛을 성공시키고 있다.
인천=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2013.02.17.

"허허, 카스토. 그 녀석 참…"

남자 프로농구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에게 외국인 선수 카스토는 '애증의 대상'이다. 어떨 때는 10개 구단 어떤 외국인 선수에 비해서도 뒤질 것 없이 뛰어나고 기특해 보이다가도 또 어떨 때는 확 갈아치우고 싶을 만큼 말을 안듣기 때문이다. 물론, 카스토가 일부러 유 감독에게 반기를 드는 것은 아니다. 부상도 있었고, 또 기량도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즌 초반에는 꼬박꼬박 두 자릿수 득점으로 팀의 상승세를 이끌던 카스토는 12월 22일 삼성전에서 발목을 다친 이후에는 기량이 크게 떨어진 모습을 보여줬다. 마침 전자랜드도 4라운드에서 크게 휘청이던 시기다. 유 감독은 조심스레 '교체' 카드를 따져본 적도 있었다. 그러나 결국 유 감독의 선택은 '카스토 끌어안기'였다. 그보다 더 나은 대안이 있다는 보장이 없었기 때문에 카스토의 기를 살려줘 다시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는 선수로 만들겠다는 결심이었다.

이런 유 감독의 작전 변경은 결국 멋들어지게 맞아 떨어졌다. 카스토가 다시 팀 승리의 주역으로 우뚝 서기 시작한 것이다. 카스토는 17일 인천 KCC전에서 23득점 11리바운드로 '더블더블'을 기록하며 팀의 77대55 승리를 주도했다. 23득점은 이번 시즌 카스토의 한 경기 최다득점이었고, 11리바운드도 시즌 두 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10월 14일 KGC전에 이은 한 경기 최다 타이 기록이다.

때마침 이날은 카스토의 생일이었다. 유 감독은 그간 출전 시간이 적었던 카스토가 생일날 만큼은 마음껏 뛸 수 있도록 배려했다. 때마침 포근한 휴일 낮을 맞이해 이날 인천 삼산체육관에는 8000명이 넘는 관중이 운집했다. 마치 플레이오프를 연상케 하는 들끓는 분위기는 카스토로 하여금 '생일 파티'의 기분을 만끽하게 해줬다.

더구나 최근 팀 득점의 주역이던 문태종과 포웰도 체력 난조를 겪던 시기였다. 유 감독은 이에 대한 대안으로 카스토를 선택했다. 그리고 이 작전은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졌다. 높이가 낮은 KCC를 상대로 카스토는 물 만난 고기처럼 코트를 휘저었다. 시즌 최장 출전시간(30분34초)을 기록하며 코트를 지배한 것. 카스토의 맹활약에 힘입은 전자랜드는 정영삼(14득점)과 문태종(10득점)의 외곽포까지 터지면서 KCC를 여유있게 따돌렸다. 덕분에 전자랜드 역시 3위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었다.

유 감독은 "여전히 2위에 대한 목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4강 플레이오프 직행권이 걸린 2위 탈환을 위해 시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이다. 시즌 개막을 앞두고 팀의 존립여부마저 불투명했던 전자랜드를 이만큼까지 이끌고 온 것은 유 감독의 이렇듯 확고한 목표의식이 선수들에게 뚜렷이 각인된 덕분이다. 더불어 외국인 선수의 부진마저 기다려주고 품에 끌어안은 배려심도 큰 몫을 했다. 유 감독은 "팀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정말 열심히 해주고 있다. 카스토도 분명 앞으로 더욱 좋은 활약을 보여줄 것"이라며 변치않는 신뢰감을 표현하고 있다. 전자랜드의 분투가 어떤 결실로 이어질 지 주목된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