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부활한 여자농구 외국인 선수, 그 명과 암은?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2-11-29 14:44


여자 프로농구에 5년만에 외국인 선수 제도가 부활했다.

지난 18일 시작된 3라운드부터 6개팀에 각 1명씩 투입돼 팀별로 3~4경기씩 치렀다. 외국인 선수 투입을 통해 기존 구도에 변화를 주고, 전력차를 줄이며 좀 더 화려한 농구를 선사하겠다는 의도로 시작했는데 나름의 성과는 거두고 있다. 아직 팀별로 명확한 우열 관계가 형성되고 있지는 않다. 다만 외국인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국내 선수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동시에, 부상 등의 이유로 전력에서 이탈할 경우 전력에 상당한 손실을 빚는 예고된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일단 통합 7연패에 도전하는 신한은행에 대한 견제는 확실히 이뤄졌다. 신한은행은 3라운드가 시작되자마자 삼성생명과 KDB생명에 내리 2연패를 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말처럼 주전 센터 강영숙의 부상으로 인한 전력 이탈이 겹쳤지만 합류가 늦어져 제대로 훈련이 안 된 외국인 선수 캐서린의 부진이 큰 영향을 미쳤다. 반면 삼성생명 외국인 선수 해리스는 이 경기에서 30득점-15리바운드의 맹위를 떨치며 신한은행을 압도했다.

여기에 국내 센터진이 약한 삼성생명과 하나외환 등 하위권 팀들의 분위기 반전도 외국인 선수 합류에 기인한다. 삼성생명은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승리한데 이어 25일 KB국민은행과의 경기에서도 16득점-14리바운드를 기록한 해리스의 덕을 톡톡히 봤다. 이날 3점슛 7개를 포함해 24득점으로 팀 승리를 이끈 홍보람은 경기 후 "해리스가 골밑에서 리바운드를 잡아줄 수 있다는 생각에 자신있게 3점슛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하나외환도 백전노장 샌포드 덕에 23일 KB국민은행과의 경기에서 1골차 접전을 펼친데 이어 25일에는 KDB생명에 1점차 승리를 거뒀다. 주전 센터 강지우가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에서 샌포드의 합류는 상당한 힘이 되고 있다.

하지만 선수별로 뚜렷한 실력차가 나오지 않는 상태에서 경기가 거듭되면 예전처럼 국내 선수들의 기량에 따라 결국 순위가 고착화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신한은행은 캐서린이 팀 플레이에 적응하자 지난 21일 우리은행전에서 팀내 최다인 21득점을 쏟아부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강영숙이 복귀해 골밑 부담감이 사라지면서 자신의 주 특기인 미들슛이 살아난 것이다.

KDB생명의 경우 26일 우리은행전에서 외국인 선수 비키 바흐가 무릎 연골 부상을 당하며 전치 3주 이상의 진단을 받고 전력에서 이탈하자 급하게 대체 선수인 로빈슨을 영입해야 했다. KDB생명 관계자는 "외국인 선수 없이 버티려 했으나 백투백 경기를 포함해 3주간 무려 6경기를 치러야 하기에 급하게 구했다. 국내 선수들의 분위기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즉 남자 농구와 달리 1명 보유에 1명 출전이다보니 만약 부상 등으로 이탈할 경우 전력에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외국인 선수의 합류로 각 팀별로 파워포워드 포지션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아쉬운 대목.

이제 막 재개한 외국인 선수 제도가 올 시즌 여자농구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앞으로 지켜볼 일이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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