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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기에는 화려하다.
2m5의 그는 훤칠한 키에 이목구비도 뚜렷하다. 엄청난 운동능력으로 화려한 덩크슛도 자주 작렬시킨다. 여성팬에게 인기도 많다.
하지만 심각한 결함이 있다. 팀공헌도가 제로에 가깝다. 재앙같은 사실이다.
이승준에게 이런 싸늘한 비판을 하는 이유가 있다. 그는 혼혈드래프트로 2009~2010시즌 삼성에서 데뷔했다.
김주성을 능가하는 자질을 가지고 있다는 후한 평가를 받았다. 운동능력 뿐만 아니라 슈팅능력도 수준급이었다. 하지만 수비가 전혀 되지 않았다. 게다가 농구센스가 나쁘다. 절체절명의 승부처에서 패턴에 맞는 유연한 대처를 전혀 못한다. 중요한 순간 실책이 자주 나오는 이유다.
한국무대 데뷔 첫 해 소속팀 삼성은 6위로 플레이오프 6강에 올랐다. 2010~2011시즌에도 6위였다. 그의 기량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수비는 자동문이었다. 당시 삼성이 6강 플레이오프에 올랐던 이유는 탄탄한 국내선수들 때문이었다.
지난 시즌 삼성의 새로운 사령탑을 맡은 김상준 감독은 최악의 선택을 했다. '멀티플레이어' 이승준을 위주로 모든 공격옵션을 정했다. 재앙이었다. 13승41패로 최하위. 전력 자체가 떨어진 것은 아니었다. 승부처에서 결정적인 실책때문에 2~3점 차로 아깝게 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의 기량에 낀 거품을 제대로 보지 못한 김 감독은 사령탑에서 물러나야만 했다.
혼혈이라는 이점때문에 이승준은 많은 돈을 받고 동부로 이적했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 동부 강동희 감독은 "이승준의 수비가 너무 약하다"고 분통을 터뜨릴 정도다. 최근 경기에서도 개선의 여지가 없다. 때문에 김주성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공격에서도 효율성이 좋지 않다. 지난 시즌까지 그는 스스로 내외곽 플레이를 했다. 경쟁력있는 인사이드 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자신있게 슛을 던졌다. 하지만 슛 셀렉션은 매우 좋지 않았다. 승부처에서 급하게 던지는 외곽슛 때문에 팀은 구원을 받기도,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올 시즌 '수비자 3초룰의 폐지'로 그는 더욱 실속이 없어졌다. 골밑에서 활동하기에는 테크닉이 부족하고, 밖에서 던지기에는 슛 정확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팬의 눈길을 잡는 화려한 플레이에 비해 팀 공헌도는 극도로 낮다.
그의 공헌도가 낮은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지난해 삼성, 그리고 올 시즌 동부에서 그가 범하는 실책에 공통점이 있다. 내외곽의 패스를 연결하는 '링커' 역할을 하다 어이없는 실책을 많이 범한다. 승부처에서 더욱 그렇다. 경기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그는 패스능력이 좋은 선수가 아니다.
그가 좋은 평가를 받을 때가 있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유재학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 이승준은 인상적인 역할을 했다. 그는 수비 리바운드와 블록슛에 전념을 했고, 속공과 끊어먹는 컷 인 플레이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유 감독은 철저하게 이승준의 장점만을 대표팀 패턴에 녹였다. 결국 그의 경기력은 매우 효율적으로 변할 수 있었다. 당시 유 감독도 이승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런 경험 때문에 그는 가지고 있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듯 했다. 하지만 그의 약점은 3년 전에 비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그만큼 노력을 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동부 강동희 감독의 '이승준 활용법'을 비난할 생각은 없다. 이승준의 올 시즌 연봉은 전체 3위, 5억원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