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프로-아마 최강전, 취지는 좋지만…

임기태 기자

기사입력 2012-11-14 18:01


프로-아마 최강전 대진표. KBL 제공

한국 농구의 최고 전성기를 꼽으라 한다면 대부분의 농구팬들이 '80~90년대 농구대잔치 시절'을 가장 먼저 떠올릴 것이다. 패기 넘치는 대학팀들과 노련한 실업팀들이 동일한 무대에서 경쟁하던 농구대잔치 시절에 대한 추억은 아직까지도 많은 농구팬들의 뇌리에 강하게 남아있다.

한국농구의 옛 전성기를 회복하기 위해 고심하던 KBL은 지난 2월 말 이사회를 통해 프로와 아마 간의 컵 대회 실행에 대한 잠정적인 결론을 내렸고 마침내 11월 12일 프로-아마 최강전의 대진 추첨식이 실행됐다.

대진 추첨 결과 KBL 선두를 달리고 있는 전자랜드와 대학농구리그 우승팀 경희대의 맞대결, 서장훈이 있는 KT와 이종현이 있는 고려대의 맞대결, 아마 최강 상무와 도깨비 팀 LG의 맞대결 등 프로-아마 최강전은 1회전부터 많은 볼거리를 예고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기대만큼이나 우려의 목소리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과연 어떤 문제점들이 2012 프로-아마 최강전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을까?

KBL은 6라운드 54경기로 정규시즌을 치른다. KBL의 선수층과 규모를 고려하면 현재의 6라운드 54경기 일정은 살인적인 스케줄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KBL은 시즌 개막 전이나 시즌 종료 후가 아닌, 기존의 타이트한 일정 속에 프로-아마 최강전을 쏘옥 포함 시켰다. KBL과 마찬가지로 프로와 아마 간의 컵 대회를 신설한 WKBL이 기존의 정규시즌 8라운드를 7라운드로 줄인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그동안에도 농구 현장에서는 시즌 일정과 경기 수에 대한 볼멘소리가 꾸준히 흘러 나왔었다. 그렇지만 KBL은 관중 동원 및 입장 수입을 위해 현장의 목소리를 무시해왔다. 그로 인해서 각 팀의 핵심 선수들은 끊임없이 크고 작은 부상에 시달렸고, 컵 대회 창설로 인해 타 시즌보다 일정이 더욱 타이트해진 이번 시즌에는 초반부터 부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KBL 정규시즌 도중에 개최되는 프로-아마 최강전은 프로 팀들의 구미를 전혀 끌지 못하고 있다. 이 대회에 주전급 선수를 투입했다가 자칫 부상이라도 당할 경우에는 향후 정규시즌 일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아마 최강전에 걸려있는 그 나름의 혜택은 프로팀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더욱 망설이게 만들고 있다. 컵 대회에 걸려있는 혜택은 우승 상금 5,000만원을 비롯한 '상금'이 전부다. 우승을 차지한다고 해서 KBL 플레이오프 티켓이 주어지거나 신인 드래프트에서의 이점이 주어지는 것도 아닌, 순수하게 상금만 차지하게 되는 것이다.


선수들의 억대 연봉이 기본이 된 KBL에서 가장 많은 5,000만원의 우승 상금은 프로 구단과 선수들에게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우승 상금을 위해 주전급 선수들 위주로 대회에 나섰다가 최선을 다할 대학팀들에 혹시라도 패할 경우 그에 따른 비판과 후폭풍이 더욱 부담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KBL 팀들은 일찌감치 후보나 2군 선수 위주로 프로-아마 최강전에 나서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KBL이 뒤늦게 세부 사항을 확정하는 바람에 대회가 고양체육관에서만 열린다는 점, 컵 대회에 대한 홍보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 등은 그렇다 쳐도 프로-아마 최강전의 시즌 도중 개최와 매력적이지 못한 혜택은 대회 흥행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한국농구의 제 2의 전성기를 이루자는 KBL의 취지는 굉장히 좋다. 과거 농구대잔치와 같은 프로와 아마의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것도 좋다. 하지만 현장의 목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는 대회에서, 뚜렷한 동기부여가 없는 대회에서 흥행을 기대하는 것은 사치에 가깝다.

프로-아마 최강전이 내년, 그리고 내후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이라면 대회의 개최 시기, 혜택 등과 더불어 KBL 정규시즌 일정 등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농구팬들이 기대하는 것은 프로 2군 선수들과 대학 선수들의 대결 구도가 아닌, 프로의 국가대표급 선수들과 대학의 특급 선수들의 대결 구도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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