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를 바꾸고 있는 '문경은 리더십'의 비밀은?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10-24 10:11 | 최종수정 2012-10-24 10:11



이번엔 정말 달라진 걸까.

SK가 공동 1위로 올라섰다. 개막전에서 전자랜드에 패한 뒤 4연승 행진. 전자랜드와 함께 4승1패로 순위표 맨 꼭대기에 위치해 있다. 개막 전 6강만 들어도 다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모두가 생각했던 그 SK가 아니었다.

프로농구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스타군단' SK에겐 매년 "올해는 다르다"는 반갑지 못한 말이 붙는다. 바로 옆에 있는 잠실구장을 홈으로 쓰는 프로야구 LG와 비슷하다. 달라졌다는 말과 함께 시즌 초반 돌풍을 일으키다가도 막상 순위표를 살펴보면, 바닥으로 추락해 있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자유투 100개 후 아침식사, 문경은 리더십의 핵심

SK 문경은 감독은 이런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비시즌 내내 팀 체질 개선에 열을 올렸다. 지난 시즌 자신에게 붙어있던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자 선수단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본인부터 독해졌다. 강공 드라이브다.

4연승을 눈앞에 둔 23일 오리온스전에서도 "오늘 오리온스에게 지거나 다음 KT전에서 지면 또다시 '역시 SK'란 말이 나올 것"이라며 경계심을 보였다. 좀처럼 선수들을 풀어주는 모습이 아니었다.

비시즌 때부터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아침 식사 전 자유투 100개. SK 선수들은 아침 7시부터 나와 1인당 자유투 100개씩을 던져야만 밥을 먹을 수 있다. 밥도 함께 먹는다.

시즌 전 KT에서 SK로 이적한 박상오는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규칙에 대해 "솔직히 피곤하지만, 아침부터 나와서 같이 얼굴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각자 먹으면 후딱 먹고 갈텐데 이젠 밥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한다. 밥 먹으면서 서로 얼굴 보고, 웃는 모습. 그게 팀웍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아침 자유투 100개는 이제 SK나이츠에 오면 기본으로 해야할 것이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무조건 SK의 문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워낙 게으르고 자기 밖에 모르는 팀으로 낙인이 찍혀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우리 스스로 게으른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의미로 시작했다. 우리 스스로 자체 룰을 만들어서 지키면 외부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2012-2012 프로농구 서울 SK와 고양 오리온스의 경기가 23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SK 박상오가 오리온스 김동욱의 수비를 피해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잠실학생=허상욱 기자 wook@sportschosun.com/2012.10.23/
SK와 찰떡 궁합, 1가드 4포워드 시스템

경기 내적으로 가보면, SK의 전술 자체도 확 바뀌었다.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쓰면서 공수 모두 선수들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상대를 혼란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SK 선수자원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 감독은 "작년까지만 해도 3번 빅포워드가 없어 변칙수비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키 큰 선수가 헬퍼로 가게 되고, 상대팀이 슛을 던졌을 때 성공이 안되더라도 도움 수비 때문에 리바운드를 뺏기고 세컨 슛을 주는 일이 많았다. 수비를 잘 해놓고도 효과가 없었다. 로테이션이 많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가드 1명에 빅포워드 4명을 쓰게 됐다. 이제 포워드가 도움 수비를 가더라도 리바운드 포지션에 또다른 큰 선수가 있다. 준비를 잘 해왔다"며 "그 수비가 안 되면 대인방어가 되는 크리스 알렉산더를 넣는다. 변칙수비가 안 됐을 때 정상수비를 할 수 있는 김동우나 박상오가 있어 그렇게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문 감독은 동부의 질식 수비 만큼은 아니지만, 이젠 도움수비를 해도 공이 림에서 튕겨 나왔을 때 김민수나 최부경 등 누군가 한 명은 꼭 골밑에 있다고 했다. 폭발적인 공격력은 기본이고, 리바운드와 수비 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것이다.

실제로 이 전술의 중심에 있는 박상오는 "신장이 비슷한 4명이서 함께 뛰면 리바운드에서 강점이 많다. 지금까지 동부가 해오던 수비인데 미스매치가 났을 땐 바꾸면 그만이다. 수비에서 강점이 많다"고 했다. 또한 새로 포인트가드를 맡은 김선형이 빨리 치고 나오면 함께 뛰는 시스템이다. 빠르지만, 아직 게임 리딩이 약한 그에게도 잘 어울리는 전술이다.

SK는 23일 오리온스를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2009~2010시즌 개막 4연승 이후 3년 만이다. '호랑이'같았던 문 감독도 승리 뒤엔 선수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못한다, 못한다 소리만 듣고 연습했다. 4연승을 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2~3라운드 정도 되서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지면, 그땐 정말 강팀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가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프로농구 2012-2013 시즌 KBL 드래프트가 8일 서울 르네상스호텔에서 열렸다. 1순위 지명에 당첨된 SK 문경은 감독이 환하게 웃고 있다.
전준엽 기자 noodle@sportschosun.com/2012.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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