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엔 정말 달라진 걸까.
자유투 100개 후 아침식사, 문경은 리더십의 핵심
SK 문경은 감독은 이런 오명을 떨쳐내기 위해 비시즌 내내 팀 체질 개선에 열을 올렸다. 지난 시즌 자신에게 붙어있던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자 선수단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본인부터 독해졌다. 강공 드라이브다.
비시즌 때부터 크게 달라진 점이 있다. 바로 아침 식사 전 자유투 100개. SK 선수들은 아침 7시부터 나와 1인당 자유투 100개씩을 던져야만 밥을 먹을 수 있다. 밥도 함께 먹는다.
시즌 전 KT에서 SK로 이적한 박상오는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규칙에 대해 "솔직히 피곤하지만, 아침부터 나와서 같이 얼굴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각자 먹으면 후딱 먹고 갈텐데 이젠 밥 먹으면서 대화를 많이 한다. 밥 먹으면서 서로 얼굴 보고, 웃는 모습. 그게 팀웍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 감독은 "아침 자유투 100개는 이제 SK나이츠에 오면 기본으로 해야할 것이다. 내가 감독으로 있는 한 무조건 SK의 문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이어 "우리는 워낙 게으르고 자기 밖에 모르는 팀으로 낙인이 찍혀있다. 누가 보든 안 보든 우리 스스로 게으른 모습을 보이지 말자는 의미로 시작했다. 우리 스스로 자체 룰을 만들어서 지키면 외부에서도 인정해주지 않을까"라며 웃었다.
|
경기 내적으로 가보면, SK의 전술 자체도 확 바뀌었다. '1가드 4포워드' 시스템을 쓰면서 공수 모두 선수들의 활용도가 높아졌다. 상대를 혼란시키기에도 안성맞춤이다. 현재 SK 선수자원으로 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문 감독은 "작년까지만 해도 3번 빅포워드가 없어 변칙수비를 많이 했다. 그러다 보니 키 큰 선수가 헬퍼로 가게 되고, 상대팀이 슛을 던졌을 때 성공이 안되더라도 도움 수비 때문에 리바운드를 뺏기고 세컨 슛을 주는 일이 많았다. 수비를 잘 해놓고도 효과가 없었다. 로테이션이 많다 보니 체력 소모도 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걸 방지하기 위해 가드 1명에 빅포워드 4명을 쓰게 됐다. 이제 포워드가 도움 수비를 가더라도 리바운드 포지션에 또다른 큰 선수가 있다. 준비를 잘 해왔다"며 "그 수비가 안 되면 대인방어가 되는 크리스 알렉산더를 넣는다. 변칙수비가 안 됐을 때 정상수비를 할 수 있는 김동우나 박상오가 있어 그렇게 연습했다"고 덧붙였다.
문 감독은 동부의 질식 수비 만큼은 아니지만, 이젠 도움수비를 해도 공이 림에서 튕겨 나왔을 때 김민수나 최부경 등 누군가 한 명은 꼭 골밑에 있다고 했다. 폭발적인 공격력은 기본이고, 리바운드와 수비 문제까지 모두 해결한 것이다.
실제로 이 전술의 중심에 있는 박상오는 "신장이 비슷한 4명이서 함께 뛰면 리바운드에서 강점이 많다. 지금까지 동부가 해오던 수비인데 미스매치가 났을 땐 바꾸면 그만이다. 수비에서 강점이 많다"고 했다. 또한 새로 포인트가드를 맡은 김선형이 빨리 치고 나오면 함께 뛰는 시스템이다. 빠르지만, 아직 게임 리딩이 약한 그에게도 잘 어울리는 전술이다.
SK는 23일 오리온스를 꺾고 4연승을 내달렸다. 2009~2010시즌 개막 4연승 이후 3년 만이다. '호랑이'같았던 문 감독도 승리 뒤엔 선수들을 향해 고마운 마음을 드러냈다. "선수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못한다, 못한다 소리만 듣고 연습했다. 4연승을 해준 데 대해 고맙게 생각한다"며 "아직 부족한 게 많다. 팀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생각한다. 2~3라운드 정도 되서 어느 정도 순위가 정해지면, 그땐 정말 강팀으로서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많이 가진 거 같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