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프로' 양준영, 무관심 속에 쓴 'KBL 새 역사'

홍민기 기자

기사입력 2012-10-23 10:31 | 최종수정 2012-10-23 11:04


울산 모비스 홈페이지에 게재된 양준영의 사진과 프로필

지난 2011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KBL 사상 최초로 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선수가 프로에 입성하며 많은 관심을 끌었다. 그 주인공은 2군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3순위로 울산 모비스의 지명을 받은 이우균이었다.

당시 여수전자화학고 3학년이었던 이우균의 드래프트 참가는 '도전'으로 끝날 것이 유력해 보였다. 하지만 모비스 유재학 감독이 2군 드래프트에서 그를 선택했고, 이우균은 꿈에 그리던 '프로 선수'가 될 수 있었다.

그렇게 모비스의 2군 선수로 프로에 입단한 이우균은 주전급 가드 노경석이 부상으로 시즌 아웃 판정을 받으면서 시즌 초반부터 1군에 등록되는 행운을 얻었고, 시즌 종료까지 무려 10경기에나 나섰다. 하지만 양동근, 박구영 등에 밀리며 10경기에서의 총 출장 시간이 20분에 불과했고 득점과 어시스트는 전혀 기록하지 못한 채 평균 0.3개의 리바운드 기록만 남기고 말았다.

주어진 출장 기회 속에서 딱히 기대했던 만큼의 임팩트를 보이지 못한 이우균은 마침 모비스가 2012 KBL 드래프트에서 대어급 신인인 김시래를 비롯해 원지승, 양준영 등 가드진을 대폭 영입함에 따라 재계약 불가 통보를 받았다. 그리고 나머지 구단들 또한 신인 드래프트 때와 마찬가지로 이우균의 영입에 관심을 보이지 않으면서 이우균의 프로 경력은 그렇게 마무리됐다.

그리고 1년이 지났다. 지난 1월에 열린 2012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는 신림고등학교의 양준영이 2군 드래프트 20순위로 프로에 입단했다. 양준영에게 프로에서의 기회를 허락한 구단은 다름 아닌 이우균을 영입했던 울산 모비스였다.

사실 양준영의 프로 도전은 1년 전의 이우균과 마찬가지로 '도전'에서 끝날 가능성이 컸다. 고교 시절에는 탄탄한 기본기와 스피드 등에 대해 높은 평가를 받았고 지난 추계전국중고농구연맹전에서는 감투상과 리바운드상을 수상하기도 했지만 고졸 출신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뛰어 넘기는 힘들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재학 감독은 2군 드래프트 20순위로 양준영을 선택했고, 시즌 개막 이후에도 2군 신분이던 양준영은 앞서 1군으로 등록됐던 원지승이 부상을 당하면서 20일자로 1군에 등록되는 행운을 얻었다. 그리고 기회는 생갭다 빨리 찾아왔다. 양준영은 21일 울산에서 열린 KCC와의 홈경기에서 종료 32초를 남겨두고 양동근 대신 코트에 나섰다.

고졸 출신 선수로는 이우균에 이어 두 번째로 KBL 경기에 출장한 양준영은 단순히 '출장'에 만족하지 않았다. 경기 종료 직전 골밑 돌파를 시도한 뒤 2점슛을 시도했고 그것이 실패하자 바로 팁인슛을 성공시키며 자신의 프로 첫 득점이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프로에 직행한 선수 중 KBL 사상 최초의 '득점'을 기록했다.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는 순간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경기가 종료된 이후 양준영의 프로 데뷔전과 득점에 대한 언급은 그 어디에서도 다뤄지지 않았다. 지난 시즌 KBL 사상 첫 번째 고졸 선수였던 이우균의 프로 입단과 데뷔전 당시에는 많은 언론이 주목했지만, 이우균과 다른 부문에서 KBL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한 양준영에게는 '무관심'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그가 두 번째 고졸 선수였기 때문이다.

이번 시즌 강력한 우승후보인 울산 모비스에서 앞으로 양준영에게 얼마나 많은 기회를 제공할 지는 장담할 수 없다. 최악의 경우 20일 경기 출장이 그의 프로 인생의 마지막 경기로 남게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만 고졸 선수로는 최초로 1군 무대 득점을 성공시킨 양준영이 이우균과는 달리 조금 더 많이, 조금 더 오래 좋은 성적을 남겨 KBL 고졸 성공 신화를 만들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홍진표 객원기자, SportsSoul의 소울로그(http://blog.naver.com/ywam31)>

※객원기자는 이슈에 대한 다양한 시각을 위해 스포츠조선닷컴이 섭외한 파워블로거입니다. 객원기자의 기사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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