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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남은 김주성, "늘 마지막을 준비하며 뛴다"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12-09-17 01:51 | 최종수정 2012-09-17 07:28



16일 도요타전을 앞두고 삼성에서 이적한 이승준(왼쪽)과 수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김주성.


16일 도요타전을 앞두고 새 용병 브랜든 보우먼(오른쪽)과 수비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김주성.

남은 자는 외롭다. 동부 김주성(33)이 꼭 그렇다.

최강 동부가 자랑하던 최강 트리플 포스트 중 윤호영(군 입대)과 로드 벤슨(이적)이 없다. 동부에 남은 마지막 기둥.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김주성이지만 그의 양 어깨만으로 홀로 지탱할 수는 없다. 이승준과 용병이 나란히 서야 동부가 무너지지 않는다. 올 뉴 멤버. 백지에 그리는 새 그림이다. 모든 것은 아직 미지수다.

일본에서 전지훈련에 한창인 김주성을 만났다. 그는 더욱 분주해 보였다. 동료와 더 많이 커뮤니케이션하고 더 많이 움직이려 애쓰고 있었다. 어느덧 서른하고도 중반. 한국 농구를 대표하는 베테랑 스타 김주성의 하루는 짧지만 길게 흐르고 있었다.

"늘 마지막을 준비하고 뛴다"

밖에서 한없이 젠틀한 신사 김주성. 그의 품격은 코트에 서기 전까지다. 승부가 시작되는 순간 열혈남아로 변신이다. 타고난 승부사적 기질이 펄펄 끓는 가마솥같다. 전지훈련지인 일본에서도 변함 없다. 연습경기를 치르면서도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든다. 마치 신인 같은 패기와 정열이 끓어 넘친다. 일본 심판진의 편파성 판정에 앞장 서서 항의하는 선수도 그다. 대한민국 최고 농구 선수 반열에 오른 슈퍼스타. 가끔 펄펄 끓는 승부욕으로 인해 외부의 오해도 산다. 이제 적당히 노련미로 해나가도 누가 뭐라할 사람이 없건만 왜 그의 심장은 왜 여전히 뜨거운걸까. "동부와 5년 계약을 하면서 생각이 많았어요. 5년도 다 같지는 않을거고 나눠서 계획을 해나가야죠. 조금씩 내려오면서 역할이 줄어들 수도 있을 거고…. 은퇴도 5년 후가 될 수도 있고 그 이전이 될 수도 있잖아요. 저는 늘 마음 속으로 (은퇴를) 준비하고 있어요. 그래서 제 스스로에게 더 열심히 할 수 있게끔 압박을 가하고 있죠. 코트에 서면 설령 연습경기일지라도 저도 모르게 성질을 팍팍 부려가면서 하게 돼요. 파이터처럼 열심히요. 지난 시즌에도 (과도한 승부욕의 표현이) 잘못했다고 지적하시는 분도 있는데 잘못했다면 인정하지만 저로서는 어쩔 수가 없어요." 김주성에게 코트는 영원한 전쟁터다.

"새 멤버와 호흡? 급할수록 천천히…."

그는 경기 전·후로도 한순간도 몸을 놀리지 않는다. 틈만 나면 동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시도한다. 특히 새 멤버인 이승준과 외국인 선수들이 대상이다. 동부 특유의 조직 농구에 빠른 적응을 돕는 도우미 역할을 자청했다. "승준이 형이나 용병 선수처럼 미국에서 농구한 선수들은 우리팀의 존 디펜스가 빨리 이해가 안 될 수 있거든요. 감독, 코치님들께 지시를 받지만 코트에서 함께 뛰는 선수 입장에서 도움이 될 부분들을 이야기 해주려고 하죠." 그는 동부 농구가 자랑하는 '질식 수비'의 원천 기술자다. 윤호영 벤슨 안재욱 황진원 등과 애써 맞춘 호흡이 완성 단계에서 흩어졌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이제 완전히 새로운 팀이 된거죠.(웃음) 디펜스와 조직력에서 새 멤버들과 맞춰가야할, 그래서 연습 경기 동안 힘든 부분들도 많죠. 하지만 이전 멤버도 1년 걸렸어요. 급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시즌 초부터 조바심 내지 않고 6강을 우선 안착한 뒤에 그 다음 목표를 생각해야할 것 같아요."

"승준이 형과 호흡? 시너지 효과 낼 수 있다."


김주성은 수비를 중시하는 선수다. "NBA도 거의 수비만 전담하다시피 하는 선수가 있더라. 나도 그렇게 할까 싶다"며 농담을 던질 정도. 수비에 대한 그의 생각은 분명하다. "농구는 수비자에 비해 공격자가 유리할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1명의 공격자를 1.5명 정도가 수비해야 하죠. 협력 수비와 로테이션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지난 시즌 멤버와는 헬프와 로테이션 타이밍이 딱딱 맞았는데 연습기간이 짧다보니 새로운 멤버들과는 조금씩 늦어요. 우선 수비가 이뤄져야 속공 찬스가 생기면서 뛰는 농구를 펼칠 수 있죠."

새 동료 이승준은 어쩌면 김주성과는 조금 다른 스타일. 수비보다는 화려한 공격력을 자랑한다. 김주성의 생각은 어떨까. "승준이 형이 공격적인 선수지만 그렇다고 무리해서 공격하는 스타일은 또 아니에요. 장신임에도 달릴 수 있고 리바운드 되는 선수인 만큼 디펜스와 리바운드에서 역할 정리만 되면 우리 팀은 속공을 통해 더 많은 득점을 올릴 수 있을거에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봐요."

"대표팀? 나 없는게 낫지만 불러주신다면…."

김주성과 한국농구.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미 수년전 그는 "대표팀 은퇴" 의사를 비쳤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늘 뜻대로 되지 못했다. 한국농구는 여전히 그를 필요로 했다. 지금도 대표팀이 젊어져야 한다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 "젊고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것이 한국농구에 더 많은 도움이 될겁니다. 저 없는게 더 낫거든요(웃음). 국가대표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고 말씀하시는데 한국농구를 위해서는 어떤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해요."

김주성은 대표팀 생활이 너무 재미있고 즐겁다고 했다. "15년을 해왔거든요. 대한민국 최고 선수 12명이 모이는 곳인데 정말 재미있어요. 한 마디만 조언해도 잘 알아듣고 그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선수들이거든요." 힘이 닿는다면 영원히 머물고 싶은 자리. 하지만 그는 이제 떠날 고민을 해야할 시점임을 강조했다. "제 실력이 더 이상 늘지는 않겠죠. 물론 후배들에게 제 경험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는 있겠지만요. 물론 또 다시 (대표팀에) 부르신다면요? 몸상태가 허락하는 한 가야죠."


가와사키(일본)=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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