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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이라는 시간.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길게 느껴질 수도,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매우 짧게 느껴질 수도 있다. KGC 이상범 감독과 김호겸 전 사무국장에게 지난 2년은 마치 20년과 같은 느낌이었을 것이다. "농구판을 떠날 수도 있다"는 각오로 시작한 리빌딩. 2년 후를 생각하면 꿈만 같았지만 그 과정은 두 사람에게 많은 시련을 안겨줬다. 그래서 두 사람은 2011~2012 시즌 프로농구 우승컵을 들어올리는 순간 서로를 얼싸안고 울었다.
이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 감독과 김 전 국장은 당시 멤버로 좋은 성적을 내기 힘들다고 판단 주축인 김태술, 양희종, 김일두를 모두 입대시켰다. 리빌딩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사실 무모한 도박이었다. 두 사람의 리빌딩은 2011 신인드래프트에서 중앙대의 '괴물센터' 오세근을 뽑는다는 가정하에 시작된 것이었다. 하지만 꼴찌를 한다고 해서 오세근이 온다는 보장이 없었다. 전 시즌 하위 4개팀이 1순위 선발권을 가질 수 있는 확률이 같았기 때문이었다.
2010 신인드래프트에서 외국인 선수 트레이드로 양도받은 지명권을 포함해 1, 2순위 지명권을 행사했고 박찬희, 이정현을 영입해 가드, 슈터라인을 보강했다. 두 사람은 한 시즌 동안 팀의 주축으로 뛰며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쌓았다. 그리고 1년 후 운명의 날. 신은 두 사람을 버리지 않았다. 이 감독과 김 국장은 '오세근'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오세근에게 입혀주며 눈물을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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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감독은 흔들릴 수 있었다. 아무리 리빌딩이라고 하지만 2시즌 동안 최하위권에 머무른다는 자체가 감독에게는 고통이었다. 이 감독은 "안양에서 돌아다니기 힘들었다. 매일 밤 숙소에서 소주를 마시고 잠에 들었다"고 했다. 오죽 했으면 군대에 보낸 김태술, 양희종을 트레이드해 당장의 전력을 보강하려는 생각도 했을까.
하지만 김 전 국장의 존재가 이 감독을 버티게 했다. 김 전 국장은 이 감독에게 "나를 믿고 뚝심있게 밀고 나가라"라며 항상 힘을 실어줬다. 선수들도 항상 아버지 같이 자신들을 챙기는 김 전 국장을 믿고 따랐다.
그렇게 리빌딩이 완성됐고 KGC는 시즌 초반부터 무서운 기세로 상위권에 자리했다. "꿈을 이루자"며 두 사람은 더욱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김 전 국장이 시즌 도중 갑자기 본사 홍보 2부로 발령이 났다. 김 전 국장은 "이제 다 왔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이 감독 역시 "의지할 곳이 없어졌다"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했다.
김 전 국장은 혹시라도 팀에 해가 될까 챔피언결정전이 시작된 이후 경기장을 찾지 않았다. 하지만 5차전부터 모습을 드러냈다. 김 전 국장은 "KGC는 내게 첫사랑 같은 존재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으니 첫사랑을 잡는 것이 쉬운일은 아니다. 그런데 마음이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경기장을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KGC가 우승을 확정짓는 순간, KGC의 벤치 뒤에서 초조해하던 김 전 국장은 누구보다 기뻐하고 많은 눈물을 흘렸다. 김 전 국장은 "이게 끝이 아니다"라고 했다. 김 전 국장은 "언젠가는 농구판에 다시 돌아와 더 큰 기쁨을 누리고 싶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