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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GC, 다니엘스의 눈물이 만든 귀중한 1승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2-04-01 16:06


4월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 안양KGC와 원주동부의 경기가 열렸다. KGC 다니엘스가 동부 김주성과 벤슨(왼쪽)의 수비를 앞에 골밑슛을 시도하고 있다.
 안양=송정헌 기자 songs@sportschosun.com

챔피언결정전 3차전이 끝난 후 KGC의 라커룸. 79대80 1점차로 석패한 직후라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특히 이상범 감독이 잔뜩 화가 났다. 용병 센터 크리스 다니엘스 때문이다. 사실상 3차전은 다니엘스 때문에 패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반에만 4개의 파울을 하며 동부 용병 로드 벤슨에게 골밑 공격을 무차별적으로 허용했다. 벤슨에게 더블팀을 갈 수 밖에 없어 외곽 3점 찬스를 많이 내주기도 했다. 4쿼터에는 역전 찬스에서 노마크 덩크슛을 실패해 상승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 감독은 라커룸에서 다니엘스에게 호통을 쳤다. 슛을 못넣고 상대에게 많은 점수를 허용해서가 아니다. 프로 선수라면 경기 중 파울관리가 필수다. 다니엘스의 파울은 4개 모두 무의미했다. 이 감독은 다니엘스의 집중력을 꼬집었다.

그 순간 2m9의 덩치 큰 다니엘스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힘들게 뛰는 것도 힘든데 감독의 호통까지 들으니 서러웠다. 여기에 팀의 1년 농사를 좌우할 중요한 경기에서 자신 때문에 패했다는 죄책감이 눈물을 흘리게 했다.

1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챔피언결정전 4차전이 열리기 전 만난 KGC 이상범 감독은 "다니엘스가 경기장에 나와 나를 꼭 껴안더라"라며 웃었다.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다니엘스는 이 감독에게 "실수 없이 잘하겠다"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 감독은 "오늘 경기에서 틀림 없이 잘 해줄 것"이라며 믿음을 드러냈다.

다니엘스는 이 감독과의 약속을 지켰다. 표정부터 달랐다. 진지했다. 다니엘스는 4차전에서 13득점 16리바운드의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하며 팀의 73대70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많은 득점은 아니었다. 중요한건 리바운드와 수비였다. 상대가 상승세를 탈 수 있는 중요한 순간 천금같은 리바운드를 걷어냈다. 벤슨에게 27득점 21리바운드를 허용했지만 동부의 대부분의 공격이 벤슨에게 집중된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활약이었다.

또 하나 중요한게 있었다. 코트 위 다니엘스의 모습은 용병이 아니었다. 끊임 없이 동료들과 얘기를 하며 소통했고 화이팅을 불어넣어 줬다. 승리 후 동료들을 얼싸안으며 기쁨을 함께 나눴다.

다니엘스는 KGC가 챔피언결정전에서 동부를 상대할 것을 대비해 시즌 도중 영입한 용병이다. 하지만 불안감이 많았다. KT와의 4강 플레이오프에서 맥없는 플레이를 하며 "KGC가 악수를 범했다"는 평가가 나오게 했다. 하지만 4차전 활약으로 그 평가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4차전 역시 박빙의 승부였다. 체력 문제 탓인지 동부 선수들의 발놈림은 매우 무거웠다. 경기 내내 KGC가 유리하게 경기를 리드했다. 하지만 동부의 저력도 무시할 수 없었다. 4쿼터 종료직전 1점차까지 따라붙으며 승부를 알 수 없게 했다. 하지만 KGC는 이날 경기에서 23득점을 한 오세근이 쐐기포를 박으며 귀중한 1승을 챙겼다. KGC는 이날 승리로 챔피언결정전 전적 2승2패로 균형을 맞췄다.


안양=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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