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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시즌 신한은행의 통합 6연패 과정은 그 어느 해보다 험난했다. 주전 3명(전주원 정선민 진미정)이 이적 혹은 은퇴를 하며 한꺼번에 빠지면서 '무적함대'의 거침없는 행진은 멈추는 듯 보였다. 하지만 주위의 모든 예상을 뒤엎고 신한은행은 다시 최정상에 우뚝 섰다. 6연패 원동력을 짚어본다.
이기는 습관
그러나 신한은행의 가장 큰 강점은 통합 5연패를 이루는 과정서 쌓인 경험, 그리고 '이기는 습관'이었다. '아무리 접전을 펼쳐도 결국 승리는 신한은행'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승부처에서 선수들의 집중력은 타 팀을 압도했다. 게다가 선수들 스스로도 "베테랑 선배 3명이 빠지면서 이제 신한은행은 끝났다라는 얘기가 너무 듣기 싫었다.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이를 악물고 뛰었다"고 말할 정도로 정신력이 남달랐다.
성공적 세대교체
사실 신한은행의 베스트5 가운데 딱히 에이스라 할만한 선수는 없다. 최장신 센터 하은주가 있지만 체력 문제나 부상 우려로 주로 승부처에서만 투입된다. 이로 인해 경기를 시작할 때 선수민이나 김연주 등 식스맨들이 스타팅 라인업에 서야 했다. 결국 끊임없는 협력수비와 체력전을 바탕으로 승부처까지 버텨내야 했다.
베테랑 3인방이 떠난 자리는 김단비 이연화가 훌륭히 메웠다. 지난 시즌부터 경기에 뛰는 시간을 늘려가며 가능성을 확인한 두 선수는 올 시즌 팀의 중심으로 완전히 자리잡았다. 이연화는 시즌 중 고비 때마다 결정적인 3점슛을 성공시켰고, 김단비는 뛰어난 체력을 바탕으로 거침없이 골밑으로 돌파하는 등 신한은행 공격의 내외곽을 책임졌다.
물론 여기에는 주장 강영숙 최윤아 등 기존 멤버들의 건재가 밑바탕이 됐다. 전형적인 블루워커 플레이어인 강영숙은 공수에서 궂은 일을 도맡아 했고, 전주원이 빠진 후 단독 리딩가드를 맡아야 했던 최윤아는 흔들림없이 팀을 이끌었다. 한명 한명의 이름은 미약했지만, 팀의 이름으로 합쳐지니 그 힘은 막강해졌다. 1년만에 성공적인 세대교체를 이뤄낸 것이다.
코치진의 환상적인 조화
지난 2007년 부임한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6연패 가운데 5연패를 함께 일궈냈다. 강한 카리스마를 바탕으로 하면서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시즌 내내 단 한명의 선수도 부상으로 이탈하지 않을만큼 운영능력도 뛰어났다.
사실 챔프전보다는 4강 플레이오프 삼성생명과의 경기가 훨씬 치열했다. 4차전까지 가면서 매 경기 초접전. 아무래도 팀이 젊어지다보니 위기상황서 선수들은 당황하기 일쑤였다. 여기서 임 감독은 "부담 가지지 말고 경기를 즐겨라. 우리 실력이면 충분히 이긴다"라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임 감독의 부드러운 카리스마에 부담감을 털어낸 선수들은 챔프전 1차전부터 비로소 경기를 즐기기 시작했다.
올 시즌부터 코칭스태프에 합류한 전주원 코치는 '언니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뒤를 책임졌고, 선수들과 오랜 기간 생활을 한 위성우 코치는 앞에서 이끌었다. 3인방의 환상적인 조화가 젊어진 '신한은행 시즌2'를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경기 후 임 감독은 "시즌 첫 경기에서 패하며 충격이 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선수들이 긴장감을 가지고 더 뭉치게 됐다. 어려운 경기서 이기면서 자신감도 더해진 것 같다"며 "힘든 감독 밑에서 너무 열심히 뛰어준 선수들에게 너무 고생많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한다. 오늘로서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가고, 7연패를 위해 다시 뛰어보겠다"며 활짝 웃었다.
청주=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