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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세대 졸업 후 미국 유학을 다녀오느라 프로 데뷔는 추승균보다 1년 늦었지만 프로농구 최초 1만득점과 5000리바운드의 대기록을 남긴 '거목'이다.
추승균이 떠나자 서장훈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게 됐다. 서장훈은 현재 칩거중이다.
LG와 1년 계약을 한 데다, 피할 수 없는 나이 때문에 향후 거취를 놓고 관심 대상에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같은 안팎의 불안정한 상황이 부담스러웠을까.
서장훈은 정규리그를 마친 뒤 선수단 휴가에 들어가면서 프런트에 간곡한 부탁을 남겼다. "나중에 제가 말씀을 드릴 때까지 구단을 통해 들어오는 인터뷰 요청이나 외부와의 접촉은 자제해 주시길 바랍니다."
이후 서장훈은 연락이 끊긴 상태다. 자신의 거취를 놓고 장고에 들어간 듯하다. 명예회복을 위해 1년을 더 뛰느냐, 은퇴하느냐 기로에 서있기 때문이다.
LG 구단은 "이달 말까지 서장훈이 어떤 방식으로든 답안을 들고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구단이 먼저 서장훈의 은퇴를 권유하거나 은퇴시킬 계획은 전혀 없다고 못박았다.
LG 관계자는 "한국농구사에 남긴 족적을 보면 서장훈은 엄청나게 큰 선수다. 그런 선수에게 선수생활 연장 여부를 가지고 구단에서 왈가왈부하는 것은 예우가 아니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오히려 서장훈이 LG에서 한 번 더 뛰어주길 바라는 분위기가 감지됐다. 서장훈은 올시즌 문태영, 애론 헤인즈와 역할(수비보다 공격지향적인 플레이 성향)이 겹쳐 어쩔 수 없이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서장훈의 올시즌 평균 출전시간은 21분으로 프로생활 13시즌 동안 가장 저조했다. 6강에 실패할 만큼 매경기 1승에 급급할 수 밖에 없었던 김 감독도 "서장훈에게 기회를 충분히 줄 수 없는 팀의 사정이 안타깝다"는 말을 자주 했다.
하지만 문태영이 혼혈선수 계약기간(3년) 만료로 LG를 떠남에 따라 다시 상황이 달라졌다. 용병 선수도 2인 보유 1인 출전으로 바뀌어서 새로운 컬러의 LG 전력을 다음 시즌에 짤 수 있다. 서장훈의 활용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한층 높아진 것이다.
이 때문에 LG는 서장훈이 "LG에서 더 뛰고 싶다"고 마음을 굳힐 경우 긍정적으로 검토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장훈은 1년 전 전자랜드에서 LG로 옮길 때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 금메달을 함께 일궜던 김 감독과 함께 마지막으로 우승을 한 번 더 한 뒤 코트를 떠나고 싶다고 다짐을 한 적이 있다.
서장훈이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LG 관계자는 "서장훈이 은퇴를 하든, LG를 선택하든 전적으로 서장훈의 뜻에 맡기겠다"고 강조했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