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승 감독의 '최진수-이동준 공존' 대처법

이명노 기자

기사입력 2012-01-26 14:03 | 최종수정 2012-01-26 14:03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오른쪽)은 최진수와 이동준의 공존에 대해 현명한 해법을 찾은 듯 하다. 13일 KGC전에서 이동준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추 감독.
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 / 2012.01.13.

해법은 찾았다. 코트에는 한명 뿐이지만, 둘 이상의 효과가 나고 있다.

벌써 올스타브레이크다. 시즌도 막바지로 흘러가고 있다. 오리온스는 뒤늦게 발동이 걸린 탓에 9위에 처져있지만, 아직 6강 플레이오프에 대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7위 SK와 8위 LG는 각각 1.5게임, 1게임차로 턱밑까지 쫓았지만, 6위 모비스와는 4경기차. 아무리 상승세라 하더라도 쉽지 않은 수치다.

하지만 추일승 감독은 선수들에게 '6강' 혹은 '승리'를 외치지 않는다. 그의 '지지 말자'는 모토 아래 오리온스는 끝까지 상대방을 물고 늘어지는, 모두가 힘겨워하는 팀으로 거듭나고 있다. 이런 추 감독은 최근 한가지 고민으로 머리를 싸매왔다. 최진수와 이동준의 공존 문제다.

팀의 중심이었던 이동준이 돌아오면서 상승세의 오리온스는 천군만마를 얻은 듯 했다. 하지만 이동준이 없는 동안 팀은 김동욱을 중심으로 재편됐다. 하나부터 열까지 패턴 플레이가 모두 바뀐 것은 물론, 이동준의 롤 역시 다소 변경됐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공백을 메운 최진수와 활동반경 및 역할이 다시 겹치게 됐다. 시즌 초반의 모습으로 돌아간 듯 했다.

최진수는 이동준이 자리를 비운 사이 성장했다.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김동욱 영입 후 골밑에서 중심을 잡아왔다. 이런 최진수를 이동준의 백업으로 내린다거나, 1라운드처럼 어울리지 않는 3번 포지션을 맡게할 수는 없었다. 추 감독은 "머리가 아프다"는 말 하나로 이 문제를 요약해왔다.

고민 끝에 그가 찾은 해법은 단순하고도 명쾌했다. 둘을 함께 뛰지 않게 하는 것이다. 둘이 아닌 한명이 코트에 뛰지만, 효과는 두배로 만들어내야만 했다. 추 감독은 최진수를 선발로 기용하고, 이동준을 2쿼터나 3쿼터 승부처에 투입시키고 있다. 물론 최진수가 조금이라도 처지는 모습을 보이면 어김없이 이동준으로 교체한다.

이는 '채찍 효과'와도 같다. 미국에서 NCAA를 경험하고 온 최진수의 잠재력을 한껏 폭발시키기 위함이다. 최진수는 국내 유턴 과정에서 드래프트 시기를 놓쳐 1년 이상을 쉬었다. 추 감독이 "아직 성장중"이라고 표현하는 이유다. 보여줄 게 한참 더 남았다는 생각. 추 감독은 올스타브레이크 전 마지막 경기였던 23일 SK전 승리 이후 강한 어조로 "수비가 안되는 선수는 경기에 뛸 수 없다. 진수가 그런 모습을 보여 동준이를 투입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FA를 앞둔 이동준은 줄어든 출전시간에도 임팩트 있는 활약을 선보이고 있다. 인사이드에서 밀리지 않는 힘을 바탕으로 추 감독이 원하는 수비를 해주면서 득점에도 가담하고 있다. 바뀐 패턴 플레이에도 능숙히 적응한 상태다.


그렇다고 최진수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벤치에 앉아있다 나온 최진수는 완전히 달라진 플레이를 펼쳐 추 감독을 흡족케 했다. 23일 SK전서도 이동준의 5반칙 퇴장 후 재투입돼 3점슛 2개와 덩크슛을 연달아 꽂아넣으며 상대의 추격의지를 꺾어버렸다. 경기 중에도 둘을 번갈아 기용하는 효과가 바로바로 나오고 있다.

추 감독은 최진수와 이동준을 무리하게 함께 기용하지 않고, 최고의 효과를 내는 쪽으로 돌파구를 찾았다. 올스타브레이크 이후 오리온스의 경기력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이명노 기자 nirvana@sportschosun.com


오리온스 최진수.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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