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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목을 막론하고 프로 선수들은 말한다. 백업의 설움을 아느냐고. 벤치나 덕아웃에서 동료들의 플레이를 지켜보기만 해야하는 심정은 고통스럽기까지 하다. 백업 선수들은 평소 찾아오기 힘든 기회를 잡았을 때 그 기회를 살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렇게 '눈물젖은 빵'을 먹으며 힘든 시간을 이겨내야 비로소 스타가 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22일 원주에서 백업의 설움을 딛은 스타가 한 명 탄생했다. 바로 동부의 1m75 땅콩가드 안재욱이다.
안재욱은 1쿼터에 3점슛만 3개를 터뜨리며 11점을 올려 기선제압의 선봉에 나섰다. 2쿼터에도 3점포는 폭발했다. 2개의 3점슛을 보탰고 날카로운 어시스트 패스로 동료들의 득점을 도왔다. 3쿼터 활약은 더욱 인상적이었다. SK가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치자 동부의 조직적인 공격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안재욱이 재치있는 드리블로 SK 수비진을 무너뜨렸다. 돌파에 이은 미들슛 2방을 터뜨리며 공격의 물꼬를 텄다. 이후 기세를 탄 동부는 손쉽게 득점을 올리며 4쿼터 초반 승부를 결정지었다.
경기는 3쿼터까지는 박빙이었다. 동부는 안재욱의 활약으로 1쿼터를 17-11로 앞서며 기분좋게 출발했지만 SK의 반격도 거셌다. 특히 김민수가 이날 경기에서 절정의 슛감을 뽐냈다. 김민수는 3점슛 5개 포함 19점을 올리며 치열한 승부를 만들었다. 3쿼터 종료 시점에서의 스코어가 50-44. 동부의 근소한 우위였다. 하지만 4쿼터 초반 김주성, 윤호영, 벤슨의 '동부산성' 수비진이 SK 선수들을 질식시키며 경기가 한순간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SK 선수들은 추격을 위해 애썼으나 마음만 급했다. 무리한 공격이 이어졌고 동부는 이 틈을 타 차곡차곡 점수를 올렸다.
원주=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