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선수단, 광안대교 투신할 뻔한 사연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1-11-16 19:24


KT 전창진 감독. 스포츠조선 DB


"광안대교에서 단체로 뛰어내릴려고 했어요."

KT 전창진 감독이 합동 투신 사건이 일어날 뻔 했던 사연을 소개했다.

전 감독은 16일 인천 전자랜드와의 원정경기를 앞두고 6일전 아찔했던 순간을 떠올렸다.

지난 10일 KT는 동부와의 원주 원정경기에서 69대82로 대패했다. 예상했던 결과였다. 8일 창원 LG전에서 74대70으로 힘겹게 승리하는 과정서 선수들의 체력이 바닥났다.

KT는 최근 28일 동안 14경기를 치르는 강행군을 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LG를 상대로 힘든 경기를 펼쳤으니 한계에 이른 것이다.

창원에서 원주로 이동하니 새벽 2시. 피로가 쌓인 상태에서 막강 동부를 상대하니 일찌감치 승부가 갈렸다.

전 감독은 당시 동부전을 회상하며 "피로에 지친 선수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일찍 패배를 인정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하더라"며 웃었다.


동부전을 마친 뒤 다시 부산으로 이동해야 했던 전 감독은 뒤늦은 저녁으로 설렁탕을 먹이려다가 동부 시절 원주에서 단골로 이용하던 한우 전문 식당으로 옮겼다.

고기라도 마음껏 먹이면 체력이라도 회복할 것 같은 기대감 때문이었다. 전 감독은 선수들과 식사를 하면서 "다음 경기가 SK전이다. 이번에 SK에마저 패하면 우리 다같이 광안대교로 가서 그냥 뛰어내리자"라고 배수의 진을 쳤다.

고기 잔치를 끝내고 11일 새벽 2시 30분에 부산으로 귀환한 KT 선수단은 12일 SK전에 대비한 팀 훈련을 생략했다. 전 감독은 "감독생활을 하면서 경기를 앞두고 훈련을 생략한 것은 처음이었다. 체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도저히 몰아붙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운명의 SK전이 다가왔다. 한데 이게 웬걸.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사흘을 쉬고 경기에 나선 SK 선수들이 KT보다 훨씬 못뛰는 게 아닌가.

전 감독으로서는 SK가 속으로 너무 고마웠다. 전 감독은 "SK가 선수 기용을 하는 걸 보니 이튿날 곧바로 이어질 삼성전에 대비하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는 전 감독의 겸손한 분석일 뿐. 고기먹고 푹 쉬면서 힘을 충전한 KT 선수들이 통신 라이벌 SK에는 패할 수 없다는 벼랑끝 심정으로 젖먹던 힘까지 쏟아부었던 것이다.

결국 KT 선수단은 우여곡절 끝에 차디찬 겨울바다로 뛰어드는 '불상사'을 면할 수 있었다.
인천=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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