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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외야수 배지환(26) 이 여전히 부정적인 현지매체의 평가 속에서 바늘구멍 같은 메이저리그(MLB) 개막엔트리 진입을 위해 다시 맹타를 휘둘렀다. 자신의 강점인 타격과 빠른 발을 어필하는 데 온 힘을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 선택의 시간까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이 경기에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날 1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첫 타석에서 유격수 뜬공에 그친 배지환은 0-3으로 뒤진 3회초 1사 1루 때 두 번째 타석에 나와 상대 선발 잭 리텔의 바깥쪽 초구를 밀어쳐 좌월 적시 2루타를 날렸다.
이어 배지환은 1루 주자 헨리 데이비스가 홈으로 들어오는 사이 상대 수비진의 중계플레이의 허점을 파고드는 센스 만점 주루플레이로 3루까지 진루했다. 타격 솜씨와 주루 능력을 한꺼번에 보여준 슈퍼플레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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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지환이 3루까지 진루해준 덕분에 피츠버그는 손쉽게 추가점을 올릴 수 있었다. 후속 타자 애덤 프레이저가 2루 땅볼을 치는 사이 배지환이 빠르게 홈을 파고 들어 득점을 올렸다. 덕분에 피츠버그는 2-3으로 추격할 수 있었다. 이날 피츠버그의 득점은 3회초에 뽑은 2점이 전부였다. 모두 배지환에게 비롯된 것이었다.
이어 배지환은 5회 1사 1루에서도 역시 상대 선발 리텔을 두들겨 2루타를 쳤다. 3회 때와 마찬가지로 바깥쪽 초구를 밀어쳐 좌월 2루타를 날렸는데, 이번에는 1루 주자 데이비스가 홈까지 들어오지 못하고 3루에 멈췄다. 배지환의 시범경기 6호 2루타였다. 2-3으로 뒤지던 피츠버그는 배지환 덕분에 1사 2, 3루의 역전 찬스를 만들었지만, 이후 삼진과 3루수 직선타가 나오는 바람에 점수를 내는 데 실패했다.
배지환은 7회초 2사 후 나온 네 번째 타석에서는 상대 두 번째 투수 마누엘 로드리게즈로부터 스트레이트 볼넷을 얻어내며 이날 세 번째 출루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속타자 프레이저의 삼진으로 홈까지 들어오진 못했다.
이로써 배지환의 시범경기 타율은 0.444(36타수 16안타)로 약간 올랐다. 시범경기 기간 피츠버그 팀내 타율과 최다안타 1위를 마크하고 있다.
이러한 맹타쇼는 배지환의 메이저리그 개막 엔트리 진입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무기다. 시범경기 마지막까지 계속 고타율 행진을 이어간다면 외야 백업자리 하나 쯤은 노려볼 수 있다. 피츠버그가 왼손 대타 또는 대주자로 배지환을 개막 엔트리에 포함시킬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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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츠버그는 여전히 배지환의 시범경기 고타율을 썩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시범경기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치부하는 분위기다. 이런 기조는 지난 19일에 발표된 마이너리그 캠프행 명단에서도 드러난다.
피츠버그가 이날 마이너리그 캠프로 보낸 8명의 선수 중에는 시범경기 기간 팀내 홈런-타점 1위인 맷 고어스키도 들어가 있다. 고어스키는 타율 0.375(24타수 9안타), 4홈런, 13타점을 기록 중이었다. 배지환과 같은 내외야 유틸리티 요원이다.
이는 피츠버그가 유틸리티 요원의 시범경기 타격을 그리 중요한 판단자료로 보지 않는다는 증거다. 배지환이 비록 이날 마이너리그 캠프행 명단에는 들지 않았지만, 안심할 수 없는 이유다.
배지환은 타격 면에서는 이제 보여줄 건 거의 다 보여줬다. 피츠버그의 선택만 남아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