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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에서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한 통계 하나가 있다. 바로 루타(total bases)다.
루타는 타자가 타격을 통해 몇 개의 루를 진루했느냐를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단타보다 2루타, 2루타보다 3루타, 3루타보다 홈런이 가치있다. 다이아몬드를 한 바퀴(4루타) 돌아야 1득점이 되는 야구에서 루타를 많이 올린 타자가 주목받는 건 당연하다. 루타는 '단타×1+2루타×2+3루타×3+홈런×4'로 산출된다.
오타니는 23일(이하 한국시각)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5타수 4안타 1타점 2득점 2도루의 맹활약을 펼치며 6대5 역전승의 주인공이 됐다. 오타니가 친 안타는 1회말 좌전안타, 3회 우전안타, 7회 우전안타, 그리고 9회에 터뜨린 동점 솔로홈런이다. 이날 총 7루타를 기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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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역사상 한 시즌 400루타는 총 29번 탄생했다. 그런데 가장 최근 400루타 기록이 무려 23년 전인 2001년에 나왔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해 새미 소사(425), 루이스 곤잘레스(419), 배리 본즈(411), 토드 헬튼(402) 등 4명의 선수가 동시에 400루타 고지를 넘었다. 이들은 모두 내셔널리그(NL) 선수들이다. 아메리칸리그(AL)에서는 1978년 짐 라이스(406)가 가장 최근 사례다.
시간을 거슬러 가면 1960년 이후 작년까지 64년 동안 한 시즌 400루타는 8번 밖에 안 나왔다. 라이브볼 시대가 개막된 1920년부터 1959년까지, 즉 이전 40년 동안 21번 기록됐는데, 마운드 높이와 공인구 반발계수 조정 등 시대적인 변화 때문이라고 보면 된다. 특히 1920~1930년대 20년 동안에는 19개의 400루타 기록이 작성됐다. 베이브 루스, 루 게릭, 지미 폭스, 척 클라인 등 강력한 거포들이 지배하던 시절이다. 이 기간 리그 전체 타율은 20년 연속 2할7푼대를 웃돌았다. 타자들의 전성 시대였다.
이후 리그 타율은 1940년 0.267로 떨어진 뒤 1993년까지 한 번도 2할7푼대로 회복된 적이 없다. 1960년 이후에는 투수들의 전성시대였다. 1962년부터 1992년까지 31년 동안 1987년(4.28)을 제외하고 매년 리그 평균자책점은 2~3점대였다.
이후 400루타가 집중적으로 쏟아진 시기는 2001년을 포함해 소위 스테로이드 시대(1994~2004년)였다. 이 기간 7개의 400루타가 나왔다. 그리고 2005년 경기력 향상 물질 금지 규정이 마련된 이후 400루타는 멸종됐다. 이 점에서 오타니의 400루타 달성은 역사적 의미를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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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com은 이날 '정규시즌 마지막 1주일 동안 지켜봐야 할 10가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9번째로 '오타니와 저지가 400루타에 도달할 수 있을까'를 언급했다. MLB.com은 '오타니의 400루타 달성은 따논 당상이다. 저지도 시즌 내내 400루타 페이스였지만, 최근 16경기 연속 홈런포가 침묵하면서 산술적으로 394루타에 그칠 것'이라며 '400루타가 1960년 이후 8번에 그친 건 높은 타율과 독보적인 장타력의 조합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담할 수 없는 기록이다. 162경기 기간 동안 잠깐이라도 슬럼프에 빠지면 그 확률은 크게 떨어질 수 있다'고 했다.
50홈런-50도루를 돌파해 55-55를 향해 달리고 있는 오타니가 400루타 고지마저 정복한다면 MVP 투표단 중 그 누구도 그에게 1위표를 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