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왜 엘리아스일 수밖에 없었을까.
SSG 랜더스의 '더 디시전'이 막을 내렸다.
엘리아스가 복사근을 다친 게 시작점이었다. KBO리그는 올시즌부터 선수 부상 시 극심한 전력 약화를 피하기 위해 단기 대체 외국인 제도를 시행했다. 6주 이상 진단이 나올 시 단기 대체 외국인 선수들 데려올 수 있도록 한 이 제도를 SSG가 처음으로 활용했다. 일본 독립리그 도쿠시마에서 뛰던 시라카와를 6주 급여 180만엔에 데려왔다.
처음에는 SSG도 큰 기대가 없었을 것이다. 경력, 몸값 등을 고려했을 때 그저 로테이션만 잘 돌아줘도 된다는 생각이었을 것이다. 그런데 대반전이 일어났다. 기대 이상의 구위와 성적, 야구에 대한 진심과 생활 태도까지 단숨에 리그 최고 스타로 떠올랐다.
|
6주 후 엘리아스가 돌아온다는 전제 하에 시라카와를 잔류시키는 건 어떠냐는 내부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구단 내부에서도 의견이 완전히 '반반'으로 갈렸다고 한다. 심지어 선수단도 타자들은 시라카와에 더 많은 지지를 보냈고, 같은 포지션 투수들은 엘리아스 쪽에 더 많은 표를 보냈다고 한다. 보는 눈에 따라 두 사람에 대한 평가가 극명히 엇갈린 셈이다.
엘리아스는 그래도 그동안 해준 게 있고, 노하우가 있지 않느냐는 점에 점수를 줬다. 다만 36세 많은 나이에 내구성이 떨어진다는 점은 인정했다. 안 그래도 올해 부상이 팀을 힘들게 했는데, 한 번 더 다쳐버리면 회복 불가능한 위기에 빠질 수 있다는 걱정이 있었다.
|
결국 마지막 선택은 현장 책임자 감독의 몫. 이숭용 감독은 구단 모두의 의견을 들어보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처음부터 엘리아스쪽으로 마음이 기울어져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시라카와를 인정하지 않는 게 아니다. 이 감독도 고민 과정에서 엄청난 아쉬움을 토로했다. 이렇게 좋은 투수를 만나기 쉽지 않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장 감독은 교체권이 있냐, 없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라카와를 남겼는데 아직 62경기가 남은 가운데 외인 둘 중 누구 하나가 부상을 당하기라도 한다면, 아무 것도 해보지 못하고 시즌을 접어야 할 위기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었다.
|
교체권과 관계 없이 엘리아스가 부상 회복 후 정말 형편 없는 공을 던졌다면 모를까, 퓨처스 실전에서 위력적인 공을 뿌린 것도 이 감독의 마음을 안심시킨 계기가 됐다. 현장 지도자들은 비슷한 능력이면 그래도 경력이 있는 선수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