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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난세에 영웅이 나온다'는 말이 맞나보다.
이상영의 이날 등판은 15일 경기가 끝난 후 깜짝 예고됐다. 15일 경기전까지만 해도 LG 염경엽 감독은 16일도 불펜 데이를 예고했을 뿐 누가 선발로 나올지는 말하지 않았다. 염 감독은 "나도 누가 선발인지 모른다"면서 "경기가 끝난 뒤 결정할 것"이라고 했다. 염 감독이 2군에 있는 투수들 중에서는 올릴 투수가 없다고 했기 때문에 이상영의 등판은 예상하지 못했던 게 사실.
LG는 15일 경기에 김유영을 시작으로 이지강 김대현 김진수 백승현 이우찬 정지헌 김진성 유영찬 등 9명의 투수를 기용하면서 16일 선발로 낼 투수가 마땅히 없었다.
이상영은 지난해 상무에서 제대한 뒤 후반기에 복귀했으나 팔각도가 너무 낮아져 구속이 떨어진 상태여서 성적이 좋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팔각도를 높이는 조정을 했고, 올시즌은 불펜으로 준비를 했다. 시범경기 때 부상으로 재활을 했고 5월부터 2군에서 준비를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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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은 기대 이상이었다. 3회까지 무안타 무실점. 2회초 박승욱에게 볼넷을 내줬을 뿐 롯데 타선을 안정적으로 막아냈다.
직구 구속은 최고 142㎞, 투심이 143㎞였으나 아무래도 처음 만나는 장신 투수의 공이 낯설었다.
1-0으로 앞선 4회초를 끝까지 던지지는 못했다. 선두 고승민과 손호영에게 연속 안타를 맞아 무사 1,2루에 몰렸는데 레이예스의 타구를 직접 잡아 2루로 던져 1아웃을 잡았고, 이어진 1사 1,3루서 나승엽을 유격수앞 땅볼을 유도했으나 병살에 실패하며 3루주자가 홈을 밟아 1-1 동점을 허용했다. 2사 1루서 박승욱에게 우중간 안타를 맞아 1,2루가 되자 김유영으로 교체됐다.
길게 던지지는 못했지만 LG에겐 의미가 있었다. 이제껏 대체 선발 중 3이닝 이상을 던지며 3실점 이하로 막은 투수가 이상영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강효종은 1⅓이닝 3실점을 했고, 김윤식도 3이닝 4실점을 기록했다. 이믿음은 4이닝 7실점했고, 이우찬은 아웃카운트 1개만 잡고 4실점으로 강판됐었다.
LG는 이후 롯데 타선에 집중타를 허용, 실책까지 더해지며 3-8로 뒤져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김영준이 8회초 롯데 타자들을 막아내면서 흐름을 되돌렸고, 8회 3점, 9회 2점을 뽑아 8-8동점을 만들더니 연장 10회말 신민재의 끝내기 희생플라이로 9대8 역전승을 거뒀다. 김영준은 올시즌 퓨처스리그에서 선발로 던졌다. 퓨처스리그에서 8경기에 등판, 2승3패 평균자책점 6.18을 기록. 지난 11일에 1군에 올라왔으나 한번도 등판을 하지 못했다. 롱릴리프로 준비를 했지만 기회가 없었다. 5점차로 패색이 짙은 8회초에 나와 오히려 자신의 실력 발휘를 했다. 첫 상대였던 최항에게 초구에 이날의 최고 구속인 146㎞의 직구를 뿌린 김영준은 이후 커터, 포크,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을 직구와 섞어 던지며 롯데 타자들을 잘 솎아 냈다. 시즌 첫 1군 등판에서 승리 투수가 되며 행운의 남자가 됐다.
LG는 다음 주말에 임찬규가 돌아올 예정이라 한차례 정도만 최원태를 대신한 대체 선발이 필요할 전망이다. 이상영과 김영준의 피칭이 일단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둘이 합작해서 5이닝 이상을 막아준다면 안정적인 마운드 운용이 가능할 수 있을 듯 하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