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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메이저리그 팬들은 지난 2021년 평균자책점(ERA) 역사에 새 '장(章)'이 열릴 것으로 기대했다.
주목해야 할 기록은 역시 ERA였다. ERA가 공식 등장한 1913년 이후 시즌 첫 15경기서 마크한 수치로는 역대 가장 좋은 기록이다. 그 해 디그롬은 12번째 경기까지 ERA가 0.50이었다. 14번째 등판 때도 0.95로 0점대를 유지했고, 15번째 등판서 0점대가 무너졌음에도 역사에 남는 ERA를 마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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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의 스토리는 널리 알려진대로다. 그해 말 5년 1억8500만달러에 FA 계약을 맺고 텍사스 레인저스로 옮긴 디그롬은 작년 6경기를 던지고 팔꿈치 부상을 입어 6월 토미존 서저리를 받은 뒤 지금까지 재활 중이다.
그런데 올시즌 전반기 일본 출신 루키 투수가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며 디그롬의 2021년 ERA를 깨뜨릴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시카고 컵스 좌완 이마나가 쇼타다.
그는 지난해 포스팅을 통해 4년 5300만달러의 조건으로 컵스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에 입성했다. 스프링트레이닝서는 역대 투수 최고 몸값을 받고 LA 다저스에 입단한 야마모토 요시노부에 미디어와 팬들의 이목이 쏠렸지만, 시즌이 개막 후에는 이마나가가 분위기를 뒤엎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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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역사상 데뷔 첫 9경기에서 이마나가보다 ERA가 좋았던 투수는 없었다. 종전 기록은 1981년 다저스의 멕시코 출신 페르난도 발렌수엘라의 0.91이었다. '페르난도마니아(Fernando-mania)'란 용어가 탄생한 그해 발렌수엘라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과 신인왕을 석권했다. 그러나 기록으로 보면 올해 이마나가의 기세가 더 뜨겁다.
이에 대해 MLB.com은 '시카고 북부 지역(컵스)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을 쇼타마니아(Shota-mania)라 칭하면 너무 이른 시점일까?'라고 했다. '쇼타마니아'를 기정사실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데뷔 첫 9경기 기준으로 발렌수엘라의 기록을 넘어선 이마나가는 이제 데뷔 시즌 뿐만 아니라 전 시즌을 통틀어 최고 기록인 디그롬에 도전 중이다. 이마나가는 9경기 중 6경기가 무자책점이었다. 2021년 디그롬은 첫 9경기 가운데 5경기가 무자책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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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나가도 기록 도전을 의식하고 있다. 그는 "솔직히 말하면 내 ERA 기록과 역사적인 가치에 큰 관심이 없다. 하지만 앞서 수많은 훌륭한 투수들이 있었다는 걸 감안하면 좋은 경험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마나가가 언제까지 0점대 ERA를 유지할 지, 나아가 디그롬의 역사적인 기록, 더 나아가 현대야구 베스트 ERA 기록인 1968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밥 깁슨의 1.12도 깰 수 있을 지 지켜볼 일이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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